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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산 양의지(27)가 ‘75억원의 사나이’ 강민호(29·롯데)를 뛰어넘는 국내 최고의 포수가 될 재목으로 꼽혔다. 지난 16일 광주-KIA 챔피언스필드에서 만난 두산 송일수(64) 감독은 “강민호와 양의지의 장점을 바탕으로 어느쪽이 더 우위에 있는지 평가하는 것은 상당히 어렵고도 미묘한 문제”라면서도 “포구능력을 바탕으로 본다면, (우리팀 선수이기도 하니까) 양의지에게 더 높은 점수를 주고 싶다”고 밝혔다.
◇포구능력, 강한 어깨보다 훨씬 더 중요하다
송 감독은 일본프로야구 긴데쓰(현 오릭스)와 국내프로야구 삼성(1984~1986)에서 포수로 현역생활을 했다. 포수의 중요성을 강조하는 일본에서 야구를 배웠기 때문에 그가 어떤 포수론을 가졌는지 관심이 모였다. 송 감독은 “포수의 기본덕목은 첫 번째가 캐칭(포구), 그 다음이 투수리드다. 타격이 좋고 어깨가 강해도 포구가 좋지 않으면 좋은 포수가 될 수 없다”고 밝혔다. 프로야구 출범 초창기에 일부 지도자들 사이에서 포수는 그저 볼을 받아주는 선수라는 인식이 강했다. 덩치가 커 투수들이 타깃을 형성하기 좋은 체격을 선호했고, 발은 느리지만 일발장타가 있으면 주전 포수로 낙점되기 일쑤였다. 하지만 송 감독은 ‘볼을 받아주는 능력’에 주목했다. 단순히 ‘받는다’는 개념이 아닌 그 다음동작까지 자연스럽게 이어질 수 있는 ‘기술’로 포구를 받아들인 것이다. 송 감독은 “일본은 신인포수가 입단하면 2년간 포구훈련만 한다. 안정적인 포구가 이뤄지면, 2루 송구 등 다른 훈련을 시작한다. 일본에서도 포수를 육성하기 위해 많은 시간을 투자한다”고 설명했다. 포수의 가치기준 중 큰 비중을 차지하는 2구 송구 능력에 대해서도 송 감독은 “강견은 세 번째 조건이다. 첫 번째는 포구, 그다음은 풋워크, 마지막이 어깨다. 어깨가 강하지 않아도 앞 두개를 충족하면 빠른 주자를 잡아낼 수 있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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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의지는 후루타보다 이토에 가까운 포수
때문에 송 감독은 제자들에게 90년대 일본 프로야구 최고의 포수로 자웅을 겨루던 후루타 아쓰야(49·전 야쿠르트)보다 이토 스토무(52·지바롯데 감독)가 되라고 강조한다. 이른바 ‘ID야구’의 창시자로 데이터야구를 개척한 노무라 가쓰야(79) 전감독의 후계자로 평가받는 후루타는 강한 어깨로 주자를 잡아내는 것으로 유명했다. 반면 ‘기본을 지키는 야구’로 명장 반열에 오른 모리 마사아키(77) 감독의 후계자인 이토는 안정적인 포구와 패턴이 없는 볼배합으로 선수와 감독으로 세이부 라이온즈의 일본시리즈 우승을 이끌었다. 송 감독은 “후루타의 포구 자세는 기본을 벗어나있다. 안정적인 포구는 왼쪽 겨드랑이를 붙인기분으로 팔꿈치의 유연성으로 공을 받는 자세인데, 후루타는 팔꿈치를 지면과 수평으로 들고 공을 밀듯이 포구했다. 강한 공을 받을 때 손목이나 팔꿈치 등에 하중이 가해지기 때문에 부상우려가 심한데, 후루타가 인기를 끌 때 많은 중·고교 포수들이 그의 포구자세를 흉내내다 부상해 아마추어 지도자들 사이에서 문제가 된 적이 있다”고 밝혔다. 재미있는 점은 이토가 2012년 두산 수석코치로 부임하면서 양의지와 최재훈(25)을 집중 지도했다는 것. 송 감독은 “기본기를 중요하게 생각하는 이토로부터 양의지와 최재훈이 많은 것을 배워 기량이 올라가지 않았나 싶다. 지금의 양의지는 완성형에 가까운 포수라, 기본기 등에 관해 특별히 말할 게 없을 정도”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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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예회복 노리는 양의지 “죽기살기로 할 것”
양의지도 올해 자신이 무엇을 해야하는지 명확히 알고 있다. 그는 “최근 SBS스포츠 김정준 해설위원이 쓴 ‘포수란 무엇인가’라는 책을 받았다. 잠실로 돌아가면, 차분히 정독해봐야겠다”며 웃었다. 지난해 포스트시즌에서 후배 최재훈이 깜짝 스타로 떠오르며 자신의 자리를 위협하자 위기감을 느꼈다. 겨우내 강도높은 웨이트트레이닝으로 체중을 줄였고, 꾸준한 복근훈련으로 허리통증도 많이 완화했다. 그는 “스스로 돌아봐도 조금 안이하게 시즌을 치르지 않았나 싶다. 올해는 젊은 선수들을 이끌고 가야하는 입장이라 책임감이 크다. 후배들의 기량이 갈수록 좋아지는 것을 지켜보면서 방심할 수 없다는 생각을 했다”며 의지를 다졌다. 강점인 타격뿐만 아니라 포구와 블로킹 등 수비에서도 존재감을 각인시켜 주전포수로서의 입지를 더욱 단단히 굳히겠다는 것이다. 특유의 넋살좋은 웃음으로 “신인의 기분으로 시즌을 기다리고 있다”는 양의지가 송 감독의 전폭적인지지 아래 젊은 두산을 돌풍의 중심으로 이끌 수 있을지 관심이 모인다.
장강훈기자 zzang@sportsseou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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