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토] 정운찬 KBO 신임총재 \'야구는 로망이었다\'
정운찬 제 22대 KBO 총재의 취임식이 3일 서울 강남구 캠코 양재타워에서 열렸다.정운찬 총재가 취임사를 밝히고 있다. 2018. 1. 3 최승섭기자 thunder@sportsseoul.com

[스포츠서울 윤세호기자] 더 이상 1980년대 마인드에 머물러 있어서는 안 된다. 총재가 주장한 산업화에 맞춰 수익 최대화를 목표로 야구산업 전체의 기반을 다시 다져야 한다. 정운찬 총재 시대를 맞이한 KBO리그가 막강한 경쟁력을 갖춘 문화 콘텐츠로 올라서기 위해선 구조 변화와 각종 산업의 주체화가 요구된다.

20~30년 전까지는 산업화에 대한 당위성이 없었다. 한국야구위원회(KBO)가 설립된 배경부터 정치적인 요소가 다분했다. 사실상 정치권의 지시로 한국에 프로야구가 생겼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었다. 때문에 KBO리그 원년인 1982년에는 KBO와 리그에 참가한 기업들 모두 수익은 뒷전이었다. 하지만 시간이 흐르고 많은 게 바뀌었다. 2008 베이징 올림픽 금메달을 기점으로 수익실현에 거대한 물음표를 안고 있었던 KBO와 각 구단들도 놀라움을 감추지 못할 정도의 흥행대박이 터졌다. 관중수와 시청률이 매년 치솟았고 구단 관련 상품들은 불티나게 팔렸다. 1995년 이후 영원히 오지 않을 것 같았던 500만 관중 시대가 다시 도래한 것을 시작으로 이제는 연간 800만명 이상이 야구장을 찾는다. 모든 경기가 생중계되며 인기팀은 TV 외에 매체를 통한 시청자수만 매일 수만명에 달한다. 지난해 우승을 차지한 KIA의 경우 PC와 스마트폰을 통해 정규시즌 경기를 시청한 인구가 경기당 평균 5만명 이상인 것으로 집계됐다.

문제는 KBO와 구단들 모두 지난 10년 동안 흥행에 맞춰 움직이지 못했다는 점이다. 불가능할 것 같았던 수익실현의 기회가 눈앞으로 다가왔음에도 마인드는 KBO리그 설립 당시와 크게 달라지지 않았다. KBO는 주도적으로 사업을 펼쳐나가기는 커녕 리스크를 줄이는 데에만 급급했다. KBO리그의 역사나 다름 없는 기록 관리를 외부업체에 위탁한 것을 시작으로 인터넷 생중계, 중계권 컨소시엄까지 전문기업과의 파트너십을 맺고 전개했다. 메이저리그(ML)가 전경기 인터넷 생중계 서비스로 전세계 동영상 스트리밍의 표준이 된 반면 KBO는 포털사이트에 의존해 서비스를 진행하고 있다. ML과 KBO 모두 2000년대 중반부터 전경기 생중계를 실현했으나 10년 사이 두 단체의 격차는 따라잡을 수 없을 정도로 벌어졌다. ML는 동영상 스트리밍 서비스의 독보적인 위치에 올라 사업을 꾸준히 확장하고 있지만 KBO는 여전히 포털사이트가 없으면 아무 것도 할 수 없는 상태다. 야구 기록도 마찬가지다. 원년부터 2006년까지 전산화를 마무리하겠다는 기록 업체의 약속이 수 년 동안 지켜지지 않은채 야구팬은 비공식 기록 사이트에서 KBO리그의 역사를 돌아보는 상황이다.

이렇게 KBO가 주도적으로 사업을 펼치지 못한 사이 야구 열기 또한 사그라들고 있다. TV 시청률은 조금씩 하락하고 있고 인기팀과 비인기팀의 흥행 격차는 점점 커지는 실정이다. KBO리그의 경쟁 상대가 타 스포츠 종목은 물론 같은 시간대에 즐길 수 있는 영화와 TV쇼, TV드라마, 게임 등이라는 사실을 확실히 인지하고 뚜렷한 경쟁력을 갖춰야 재도약을 이룰 수 있다. 단순히 국내 프로스포츠 1인자 자리에 안주해서는 안 된다는 얘기다. 10년 넘게 KBO리그 중계를 담당하고 있는 이석재 MBC스포츠플러스 센터장은 “조사결과 최순실 국정농단 사태 이후 야구팬의 시선이 정치로 많이 이동한 것으로 드러났다. 야구 중계가 아닌 뉴스를 보고 뉴스 이후 정치 토크쇼를 시청하는 사람이 급격히 늘었다. 베이징 올림픽 이후 독보적인 콘텐츠였던 야구의 영향력이 떨어지고 있는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KBO는 2002년 KBOP를 설립해 스폰서십, 라이센스, 중계권 사업 파트너 유치에 집중했다. 이제는 파트너십 유치에만 안주해선 안 된다. KBO 전반적인 구조에 변화를 꾀하고 KBO.com 론칭에 대비한 인터넷 중계 방송, 야구 기록 산업 등을 주체적으로 펼쳐나가야 한다. 단순히 권리만 유지하는 것에 그치지 않고 주도적으로 수익을 창출해야 정 총재가 목표로 삼은 산업화를 달성할 수 있다.

bng7@sportsseou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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