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도-편파판정
한국 남자 검도 대표팀이 지난 2015년 5월31일 일본 도쿄 부도칸에서 열린 제16회 세계검도선수권대회 단체전 결승에서 편파 판정으로 일본에 패한 뒤 눈물을 흘리고 있다. 사진 아래는 결승전 심판으로 나선 미국 국적이 일본계 심판 팀 유즈(노란 원)을 향해 항의하는 한국인 국제 심판. 도쿄 | 김용일기자 kyi0486@sportsseoul.com

[스포츠서울 김용일기자]국제 검도계에 지긋지긋한 일본 텃세가 내년 인천에서 열리는 세계검도선수권대회에서 사라질 것인가.

대한검도회에 따르면 지난 2일 인천 쉐라톤 그랜도호텔에서 열린 국제검도연맹(FIK) 이사회 회의에서 이종림 대한검도회 회장, 신승호 부회장은 ‘공정한 심판운영을 위한 추첨 배정’을 위해 내년 국내에서 30년 만에 열리는 세계선수권에서는 심판분과위원회를 신설해 경기장마다 심판배정관을 두는 안을 제시했다.

국제 검도계에서는 검도 종주국인 일본의 힘이 막강하다. 태권도, 양궁에서 두각을 보이는 한국이 국제 대회보다 국내에서 더 치열한 경쟁을 벌이고 세계 각 나라에 수많은 지도자를 수출하는 것과 마찬가지다. 하지만 최근 한국을 비롯해 일본의 검도 천하에 균열을 내는 나라가 늘어나면서 종종 잡음이 생기고 있다. 특히 일본은 종주국 자존심을 지키기 위해 세계선수권에서 눈에 띄는 편파판정을 일삼아 도마에 올랐다.

세계선수권 심판은 대륙별로 진행되는 국제심판강습회를 수료한 사람에 한해서 국가마다 추천하고 FIK에서 지명한다. 대회 요강을 보면 심판장과 주임심판 4명, 일본인 심판은 FIK 회장이 지명하도록 돼 있다. FIK는 도요타 자동차 상임고문 출신인 조 후지오(80) 회장 뿐 아니라 이전에도 주로 일본인이 수장직을 맡았다. 자연스럽게 심판계에도 일본 세력이 가득하다. 2년 전 부도칸에서 열린 16회 세계선수권만 하더라도 36명의 심판 중 12명이 일본인으로 구성됐다. 나머지 심판진도 국적만 다를 뿐 일본계가 많았다. 특히 매 경기 심판장이 직접 심판을 배정하는데 세계선수권 개인전, 단체전 결승에서는 대다수를 일본계 심판진이 차지했다. 대한검도회 관계자는 “특정 심판이 대회마다 결승전에 나서는 등 배정이 고르지 않았다”고 했다.

16회 대회에서도 이해할 수 없는 판정이 난무했다. 9년 만에 우승에 도전한 한국 남자 대표팀이 일본과 단체전 결승에서 석연치 않은 판정으로 준우승에 그쳤다. 승부처였던 세 번째 대결에서 중견 박병훈(32)이 상대 마사히로의 머리를 정확히 때렸지만 심판진이 깃발을 들지 않았다. 개인전에서도 장만억(28)이 4강에서 아미시로 다다가츠와 겨뤘을 때 머리치기를 인정받지 못해 3위에 만족해야 했다. 신승호 부회장은 “그동안 심판장은 물론 모든 경기 주임심판이 일본인으로 구성됐다. 이들이 심판 배정을 하기 때문에 원천적으로 주관성과 불공정성을 배제하기 어려웠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내년 17회 인천 대회에서는 경기장마다 심판배정관을 둬 경기장별로 해당 국가 심판과 직전 경기 심판을 제외하고 모든 심판을 대상으로 추첨을 통해 심판을 배정하는 안을 제안했다”고 밝혔다.

그러나 후지모토 슈지 FIK 전무이사는 신 부회장의 발언에 “(편파 판정 문제는) 심판 자질 문제가 더 컸다”며 “매년 대륙별 심판강습회에서 교육의 질을 더 높이는 게 중요하다”고 받아친 것으로 알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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