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서울 김도형기자] "진짜는 진짜를 알아본다". 메이저리그(MLB) 통산 31번째로 3000안타라는 대업을 이뤄낸 애드리안 벨트레(38·텍사스 레인저스)와, 펠릭스 에르난데스(31·시애틀 매리너스)의 뜨거운 포옹이 감동을 선사하고 있다.


에르난데스는 1일(이하 한국시간) 미국 텍사스주 앨린턴 글로브 라이브 파크에서 열린 2017 메이저리그 텍사스 레인저스와 경기에서 벨트레 타석 때 기립 박수를 이끌어내는 장면을 연출해 화제를 모으고 있다.


벨트레는 지난달 31일 볼티모어 오리올스와 홈경기에서 4번 타자 겸 3루수로 선발 출전해 팀이 0-4로 뒤진 4회 말 1사 1루에서 상대 선발 웨이드 마일리에게 좌익 선상 2루타를 뽑아내며 3000안타를 달성했다.


개인 통산 2771경기, 10481타석 만에 이뤄낸 금자탑이다. 현역 선수로는 지난해 30번째로 3000안타 기록을 세운 스즈키 이치로(마이애미 말린스)와 함께 유이하다. 도미니카 공화국 출신 선수 중에는 유일한 기록이라 의미를 더한다.


벨트레의 이같이 대기록 달성에 상대팀 투수 에르난데스는 승부에 앞서 마운드를 내려가 뜻깊은 시간을 가졌다. 투구 전 벨트레에게 다가가 포옹한 것. 더욱 인상적이었던 건 직전 타자 루그네드 오도어에게 홈런을 맞은 상황에서도 에르난데스가 벨트레에게 축하 인사를 건넸다는 점이다.


투수로서 분명 기분 좋지 않은 상황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에르난데스는 웃으며 벨트레를 껴안았다. 뜻밖의 장면에 관중석에서는 기립 박수가 쏟아졌다. 두 선수는 서로를 끌어안고 몇 마디를 주고받은 뒤 각자의 자리로 돌아갔다. 이후 두 선수는 또다시 냉정한 승부의 세계로 빠져들었고, 벨트레는 에르난데스를 상대로 3001번째 안타를 뽑아냈다.


텍사스는 두 사람의 포옹 사진을 올리며 "진짜는 진짜를 알아본다"는 코멘트를 남겼다. 두 선수는 메이저리그에서도 팀을 뛰어넘어 리그를 대표하는 에이스급 선수들이다. 그래서 누구보다 프로의 세계가 냉정하다는 것을 안다. 웃는 자가 있으면 반드시 우는 자가 존재한다는 사실도. 그러나 이날 이때 만큼은 두 사람에게는 경쟁자이기 전에 서로를 존중하고 배려하는 진짜 인간미가 가득했다.


wayne@sportsseoul.com


사진ㅣ텍사스 SN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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