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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서울 김효원기자]서양화가 채희석 화백이 개인전 ‘digital 생태주의-나무’전을 2일~9일 서울 인사동 G&J 광주전남갤러리에서 연다.
전시장에 들어서면 모니터가 설치돼있고 모니터 안에는 나무가 시선을 사로잡는다. 화면은 아주 느린 속도로 나무의 이곳 저곳을 비춘다. 나무 한그루를 모두 감상하려면 두시간 사십 분이 걸린다. 갤러리 가운데 놓인 의자에 자리하고 앉아 시선을 모니터에 두고 바라보노라면 호흡마저 느려진다.
채 화백은 “수백그루 나무에서 사진을 수백장 찍어서 오버랩 시켜서 붙여 커다란 나무를 하나 만든다. 그다음 동영상 만드는 프로그램으로 마치 동영상처럼 만든다. 그렇게 해서 만든 나무 한그루를 다 보는데 두시간 사십분 정도 걸린다”면서 “나는 평소 나무 한그루를 두시간 넘게 보면서 큰 감동을 받았다. 내가 받은 감동을 관람객들에게도 전하고 싶어 두시간 사십분짜리 작품을 만들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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채 화백에게는 나무 한그루를 다 보여준다는 개념이 무척 중요하다. “모든 예술은 시대의 거울이라는 말이 있다. 내 작품은 2017년이기에 가능한 작품이다. 내 나무는 자연에는 존재하지 않고 사이버 공간에서만 존재한다. 현대인들이 현실의 삶을 살면서도 동시에 가상 공간을 바라보는 세태를 반영했다”는 설명이다.
생태주의적인 정신도 담겨있다. 채 화백은 인간과 동물, 식물, 미생물 등이 모두 동등한 지위에 있다면서 인간만이 만물의 영장이라고 보는 인본주의 시선을 벗어나야 한다는 점을 강조했다.
나무의 배경을 인위적인 컬러로 칠해 강렬함을 준 데 대해서는 “나무를 주제로 했지만 나에게 중요한 것은 빈 공간이다. 그래서 빈 공간을 강렬한 색채로 칠했다. 물질이 아니라 정신적인 것을 강조하려는 의미였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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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술품이 과시의 수단이나 장식품으로 사용되는 것이 싫어 사람들이 소유할 수 없는 미술품을 만들고 싶었다. 컴퓨터로 하는 디지털 미술은 나에게 미술을 물질이 아닌 정신을 추구할 수 있도록 해준다”고 고백한 채 화백은 “앞으로도 정신을 추구하는 미술을 해나가겠다”고 말했다.
서울대학교 미술대학과 경희대학교 교육대학원을 졸업한 채 화백은 지금까지 3회의 개인전과 다수의 단체전에 참여했다.
eggroll@sportsseou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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