겨울 숲을 가보면 가을까지 그렇게 많던 동물과 곤충들이 도대체 어디로 갔을까 싶을 때가 있다. 도대체 이들은 어디서 어떻게 추운 겨울을 지내고 있을까? 동물들이 겨울에 접어들면서 갑자기 사라진 것은 동면을 하기 때문이다.
동물들의 겨울나기 전략은 다양하다. 뱀이나 곰은 추워지면 굴에 들어가 잠자면서 추위를 피한다. 두꺼비는 온도가 0℃ 밑으로 내려가지 않는 땅속으로 피하는 전략을 택한다. 햄스터나 다람쥐 박쥐 등 이온동물(異溫動物)은 기온이 낮아지면 스스로 체온을 섭씨 3도 정도까지 낮춰 겨울잠을 잔다. 박쥐의 경우 주위온도와 비슷하게 체온을 내리면 맥박 수는 평소보다 100분의 1로 줄어든다. 에너지를 최소화하면서 추운 겨울을 나는 동물들의 지혜라고 할 수 있다. 동물들의 동면기술은 이미 의학에 활용되고 있다. 가장 대표적인 게 외과수술에 이용하는 ‘저체온 수술법’이다. 환자의 체온을 18~20도까지 낮춰 한 방울의 피도 흘리지 않고 수술을 하는 방법이다.
보통 개구리는 물속에서 버티는 경우가 많다. 수면이 꽁꽁 얼어붙은 강물도 밑바닥은 0~4℃로 지낼 만하기 때문이다. 그런데 개구리 중에는 아예 동태가 되는, 즉 스스로 얼어버리는 개구리가 있다. 캐나다에 사는 숲개구리다. 이 녀석은 추워지면 심장이 멈추고 피가 얼고 뇌사 상태에 이른다. 캐나다 카를레톤대의 자넷 스토레이 교수의 연구에 의하면 이 개구리는 몸속의 물 가운데 65% 정도가 얼음으로 바뀐다고 한다. 추워지면 강력한 포도당이 만들어지면서 포도당을 흡수한 세포의 농도가 떨어진다. 그러면 혈관은 얼게 되고 심장이 멈추고 세포와 장기를 둘러싼 체강도 언다. 문제는 해빙할 때 세포의 손상이 없어야 한다. 그런데 숲개구리의 혈관 벽에는 피브리노겐이라는 단백질이 손상을 막아주는 역할을 한다. 봄이 되면 생생하게 살아나는 이유다.
오래 살고자 하는 인간의 욕망은 냉동인간을 만들어냈다. 미국에서는 67년 실험을 시작한 이후 현재까지 33명의 냉동인간을 보존하고 있다. 냉동인간은 2030년쯤 해동하기로 계획돼 있다. 이들이 무사히 깨어날지는 누구도 장담 못한다고 한다. 그러나 숲개구리가 이용하는 피브리노겐등의 물질이 냉동인간 기술로 결합된다면 이야기는 다르다. 진시황의 꿈인 ‘불로장생’의 꿈이 이루어지는 날도 머잖은 것 같다.
<케이웨더 예보센터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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