필자는 육도락가(肉道樂家)로서, 고기를 먹는 즐거움을 만끽하며 살아가는 것이 얼마나 마음 흡족한 일인지를 안다. 식탁에 옹기종기 모여앉아 침을 꼴깍 삼키며 고기가 익기를 기다리는 것은 우리네 가족의 즐거움이었다.
고기가 풍족해졌다지만 ‘맛있는 고기를 값싸게 먹는 것’은 여전히 어려운 일 중 하나다. 좋은 고기를 값싸게 가져올 수 있는 식당 주인이 월세가 싼 가게(위치도 좋은)를 얻을 수가 있으면야 문제가 없겠지만 불행히도 현실은 그렇지 않다. 손님이 많아서 회전이 좋아야 늘 신선한 고기를 공급할 수 있고 규모도 좀 되어야 저렴하게 맛있는 고기를 가져올 수 있는데 그런 집은 몇집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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육도락에서는 질좋은 고기를 상대적으로 저렴하게 맛볼 수 있다.

서울 홍익대 앞에서 쭉 내려오면 ‘육도락’(성산동)이 있다. 그동안 연재해오고 있는 스포츠서울의 ‘육도락 기행’에서 상호의 영감을 얻었다는 집이다. 번화가에서 살짝 벗어나고 식당 규모도 좀 되지만 바글바글 손님들로 넘쳐난다. 좋은 고기를 가져다 쓴다는 이유 하나에서다.
호남땅 광주에서 가져오는 한우 소고기가 주력 메뉴이며 돼지고기도 판다. 소고기를 주문했다. 불판만 봐도 과연 맛에 최선을 다하는 집임을 알 수 있다. 가느다란 철사로 이뤄진 일명 ‘실실이 불판’은 고기가 숯불 위에 떠있는 듯 골고루 익힐 수 있는 유일한 불판이다. 숯과 고기 사이에 거의 아무것도 존재하지 않는 것처럼 복사열을 직접 쪼일 수 있고 숯향도 충분히 밴다. 고기가 나왔는데 마블링이 아름다울 정도다. 보기만해도 괜시리 기분이 좋아지는 무늬다.

성산동 육도락
고기맛을 위해 일명 ‘실실이 불판’을 사용하는 성산동 육도락.

꽃갈비살과 살치살을 올렸다. 대리석을 닮은 듯 하얀 무늬는 곧 기름이 되어 송골송골 맺힌다. ‘툭’하고 기름이 떨어지며 가끔 하얀 연기를 피울 뿐, 조용히 표면부터 익어가는 고기. 가위로 살짝 잘랐더니 메밀묵처럼 부드럽게 잘린다. 겉은 옅은 갈색으로 익었지만 속은 선명한 핑크빛을 뽐내고 있다. 집어들어 입안에 넣었다. 과일처럼 담뿍 육즙을 품은 고기가 아직 뜨거운 열기를 뿜어내며 혀 위를 돌아다닌다. 이로 살짝 물었더니 ‘쭈욱’ 육즙을 뿜어내는데 이렇게 고소할 수가 없다. 젓가락이 쉴새 없이 춤을 추고 고기는 올리는 족족 뱃속으로 사라져간다. 매섭도록 추운 날 뜨거운 방안에서 조용히 육도락을 즐기자니 신선놀음이 따로 없다. 눈오는 밤 고기를 굽는다는 설야멱적(雪夜覓炙)의 즐거움이란 과연 이런 것이 아닌가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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필자가 누누히 강조해온 육도락의 즐거움을 제대로 만끽할 수 있는 성산동 고깃집 ‘육도락’

본인 스스로 이름난 술꾼이며 고기 깨나 먹어봤다는 양시철(43)사장이 장인정신을 발휘, 수십 차례의 시식 끝에 선택한 옛날식 된장찌개와 된장소면, 김치말이 국수 등 곁들인 메뉴도 고기맛을 더한다. 토종 돼지고기는 목살, 가브리살, 갈매기살 등 다양한 부위를 내오는 ‘한판’으로 파는데 이것저것 섞으니 다채롭게 즐길 수 있다.
<육도락가·축산물쇼핑센터 AZ쇼핑 대표사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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겨울철 따끈한 방에 앉아 맛있는 고기를 맛보는 즐거움이야말로 최고의 기쁨이다.

★육도락=고소한 소갈비살이 1만6000원으로 저렴하다. 한우 안창살 3만8000원. 꽃등심 2만9000원, 참등심 2만3000원, 살치살 2만9000원, 차돌박이 2만4000원. 모두 150g으로 꽤 많다. 돼지는 가브리살, 갈매기살, 생목살, 생오겹살, 돼지갈비 모두 1만2000원(모두 200g)에 판다. 한근을 주는 돼지 한판(가브리살·목살·갈매기살)은 3만4000원. 점심 식사로 한우불고기, 국수전골, 김치전골, 순두부찌개 등이 있는데 연말 연시 할인행사를 펼치고 있다. 홍대정문에서 청기와 주유소 지나 200m가량 쭉 내려오면 경성고 사거리 부근에 있다. 마포구 성산동232-12. 총 150석(룸50·홀60·테라스40). 주차가능.(02)322-88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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