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아스널 - 스토크 시티 전 에미레이츠 현장의 모습)


[런던=스포츠서울 이성모 객원기자] 지난 10일, 아스널 홈구장 에미레이츠 스타디움에서 본 아스널의 경기력은 지난 시즌에 비해 모든 면에서 '진일보'(進一步)한 모습이었다. 어이없이 선제골을 내주고 나서 속절없이 무너지던 과거의 모습도 찾아보기 힘들었고, 각 포지션별 선수들도 자신의 역할을 더 잘 해내는 모습이었다.


그러나, 과연 그렇다고 현재의 아스널이 이대로 그들의 대망인 EPL 우승, 혹은 챔피언스리그 우승을 거머쥘 수 있느냐라는 질문에는 여전히 의문부호가 달린다. 그들이 가까운 시일 내에, 특히 '벵거 체제'에서 그 대업을 달성하기 위해서는 '진일보'로는 부족하다. 그보다 한 발 더 나아가 '진이보'해야만 비로소 진정으로 우승을 노려볼 수 있을 것이다.


1. 선제골 내줘도 침착한 아스널, 분명히 '진일보'했다.


10일, 아스널 홈 에미레이츠 구장에서 본 아스널 대 스토크 시티 전. 전반전에 전혀 불필요한 상황에서 페널티킥을 내주면서 0-1로 끌려가는 순간, 지난 시즌 아스널이 스완지 시티 등에 허무하게 당했던 패배가 떠올랐다. 레스터 시티와 우승 경쟁을 하다가 이해할 수 없을 정도로 '자멸'하고 말았던 그 당시 아스널의 모습이다.


아스널은 대략 지난 5년여간 강한 상대를 대상으로 좋은 경기를 했다가도(이번에 또 다시 만나게된 바이에른 뮌헨 등), 약체팀에 어이없는 패배를 연거푸 당하며 좋은 분위기를 스스로 망쳤던 경우가 상당히 많은 팀이다. 이날 상대팀이었던 스토크 시티를 상대로도(토니 풀리스 감독 시절), 이미 예고된 상대방의 세트피스 공격에 속절없이 당하며 승점을 내줬던 경우가 많았다.


그러나, 이날 아스널의 경기력은 공격과 수비 모든 부문에 걸쳐 분명히 진일보한 모습이었다. 이날 현장에서 본 아스널의 전보다 좋아진 면들은 대략 다음과 같다.


(1) 선제골을 (허무하게) 내주고도 침착한 플레이.


: 이는 과거 아스널이 특히 '리더십의 부재', 혹은 '수비진(중앙 수비, 또는 수비형 미드필더 포지션에서 특히)의 불안 등을 통해 지적받던 면이다. 이날의 아스널에서는 그런 모습을 찾아보기 힘들었다.


(2) 확실한 팀의 핵심선수로 자리잡은 베예린, 집념 있는 플레이를 보여준 월콧


: 이날 아스널의 동점골을 만들어낸 두 사람이다. 베예린의 경우 교체투입될 때 홈팬들이 기립박수를 보내줄 정도로 팬들의 신임을 이미 차지했으며, 그 진가를 동점골 어시스트로 곧바로 보여줬다. 지난 유로 2016 잉글랜드 대표팀 탈락의 충격을 당했던 월콧은 절치부심 끝에 마침내 팬들이 자신에게 기대하는 수준의 플레이를 보여주고 있다.


(3) 카솔라가 없어도 유기적으로 운영되는 중원


: 지난 2015/16시즌 아스널이 우승경쟁에서 멀어진 가장 핵심적인 원인은 카솔라의 부상 이탈과 그를 대체할 선수가 없었다는 점이었다. 카솔라가 최근 부상으로 다시 한 번 이탈한 상황에서 아스널은 샤카, 코클랭 등이 공격과 수비 모든 면에서 유기적인 플레이를 선보이며 카솔라가 없는 중원에 대한 기대감을 갖게 했다.(같은 포지션의 엘네니가 앞으로 얼마나 해주느냐도 관건이다.)


(4) 한 순간에 차이를 만들어내는 에이스들이 자리를 잡다


: 원톱 포지션에서 날개달린 듯 월드클래스의 활약을 보여주고 있는 알렉시스 산체스와 천재 플레이메이커 메수트 외질이 언제 어느 순간에서든 경기를 뒤집을 수 있는 능력을 보여주고 있다. 두 선수가 좀 더 꾸준히 활약할 수 있고, 혹은 두 선수가 막힐 때에도 상대 수비를 무너뜨릴 수 있는 확실한 또 다른 공격 옵션을 만들어낼 수 있다면 금상첨화일 것이다.


물론, 스토크 시티와의 경기 하나만을 두고 위의 사항을 들어 '진일보'했다고 말한다면 그것은 빈약한 논리가 될 것이다.


그러나, 아스널이 이번 시즌 전보다 좋아졌다는 것은 다른 무엇도 아닌 그들의 현재 순위가 가장 잘 증명하는 것이다. 그들은 리그 1라운드에서 리버풀에 패한 후로 14경기에서 10승 4무를 기록라며 시즌 초반 엄청난 기대를 받았던 맨체스터의 두 팀보다 높은 2위를 기록하고 있는 중이다.


그 기간 중 아스널은, 오랜 난적이었던 첼시에 3-0 완승을 거뒀고, 벵거 감독의 개인적인 천적인 무리뉴 감독이 이끄는 맨유 원정에서도 패하지 않았다. 이런 모든 점들을 감안해볼 때 이번 시즌 현시점까지의 아스널이 지난 시즌에 비해 나아졌다고 말하는 데는 큰 무리가 없을 것이다.


2. 그러나, '진일보'한 것은 아스널만이 아니다


그러나, 바로 지금 현재 아스널의 리그 순위는 '1위'가 아닌 '2위'이며, 아스널은 챔피언스리그 16강에서도 가장 난적 중 하나인 바이에른 뮌헨을 상대할 예정이다. 아스널이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두 대회에서 과연 그들이 대망의 우승을 차지할 수 있느냐는 질문에는 누구도 선뜻 '그렇다'고 말하기가 쉽지 않을 것이다.


가장 중요한 것은, 특히 아스널과 아르센 벵거 감독의 경우 더욱 유념해야 할 것은, 유럽 축구에서는 그들 스스로가 '진일보'했다고 해서 우승을 차지할 수 있는 것이 아니라는 점이다.


아스널은 분명 지난 시즌보다 좋아졌지만, 지난 시즌보다 좋아진 팀은 아스널만이 아니다. 콘테 감독이 부임한 직후에 첼시가 이렇게 잘 할 것이라고 예상한 사람은 많지 않지만 첼시는 지금 파죽지세의 연승행진을 달리며 단독 리그 1위에 올라 있다.


지난 시즌의 경우도 마찬가지였다. 아스널의 전통적인 우승 경쟁팀들이 모두 부진한 시즌에 레스터 시티가 창단 이래 최고의 활약을 하며 리그 우승을 차지할 것이라고 생각한 사람은 별로 없었을 것이다.


그 점이 바로 아르센 벵거 감독의 철학과, 아스널을 바라보는 축구팬들 및 관계자들의 '판단 기준'이 서로 엇갈리는 지점이다. 벵거 감독이 말하는 '발전'과 아스널 팬들이 바라는 '성공'의 기준이 다른 것이다.


벵거 감독은 아스널이라는 팀을 '슈퍼스타'에만 의존하지 않고 팀을 차근차근 '발전'해나가는 것을 철학으로 삼는 감독이며 실제로 지금도 그렇게 하고 있다. 스토크 시티 전에서 득점을 올린 이워비, 바르셀로나에서 어린 나이에 데려와서 유럽에서 가장 주목받은 라이트백으로 키워낸 베예린 등이 단적인 예다.


그런 자신의 철학을 기반으로 벵거 감독은 스스로 아스널을 발전시켜서 우승으로 이끌고자 하지만, 문제는, 과연 아스널의 이사진(여전히 벵거 감독에 대단히 우호적인) 또는 그 보다는 팬들이 성공하기까지 걸리는 시간을 마냥 기다려줄 수는 없다는 것이다.


벵거 감독은 '아스널이 발전했다'고 말하지만, 팬들은 그것을 납득할 수 없는 상황은 아스널에서 이미 여러시즌 연출됐던 장면이다. 아스널을 지지하는 사람들의 입장에서 '조금만 더 투자를 하면' 우승이 손에 잡힐 것 같은데, 그 문턱에서 벵거 감독의 신중한 태도로 인해 결국 우승 경쟁에서 멀어지는 경우 역시 바로 지난 시즌에도 일어났던 일이다.


3. '진일보'한 아스널, '진이보'해야 우승한다


결국 관건은, 현재의 '진일보'에 만족하지 말고, 스스로 '진이보'하기 위해 나서는 것이다. 당장 1월에 열릴 겨울 이적시장도 그를 위한 좋은 기회일 수 있다. 꼭 이적시장이 아니더라도, 팀을 현재보다 한 발 더 나가게 할 방법을 찾아야 한다. 그래야만, 아스널은 10년 이상 들어올리지 못한 리그 우승 트로피를 차지할 수 있고, 지난 수년 간 수 차례 무릎 꿇었던 바이에른 뮌헨의 벽을 뚫고 다음 라운드로 나갈 수 있다.


현재의 아스널은 분명히 '진일보'했다. 그러나, 전보다 발전했고 지금도 발전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는 팀은 아스널 분이 아니다. 그러므로, 아스널이 리그 우승, 챔피언스리그 우승을 노리기 위해서는 스스로의 '진일보'에 만족하지 말고 먼저 나서서 '진이보'하기 위해 전력투구를 해야만 할 것이다.


런던=스포츠서울 이성모 객원기자 london2015@sportsseou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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