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스포츠서울 신혜연기자] "반짝 떴다 지는 별이 아닌, 2046년에도 레이스에 참가하고 있는 레이서가 되고 싶다."
수십 년 전부터 한국 모터스포츠 시장에 탄탄한 뿌리를 내리고 조직 운영 경험을 바탕으로 모터스포츠 전문 이벤트를 기획, 주최하는 'KMSA' 모터스포츠. 당사의 대표이자 현역 레이서로 무대에 뛰고 있는 최정원이 '핸즈 모터스포츠 페스티벌 2016' 시즌 챔피언 타이틀을 따내고도 새로운 도전을 준비 중이다.
'핸즈 모터스포츠 페스티벌 2016' 5라운드 내구 레이스(3시간 이상 주행하며 차량의 내구성을 시험하는 레이스)에서 짜릿한 역전극 끝에 우승을 손에 쥐었던 최정원 선수는 이를 계기로 내구 레이스의 매력에 흠뻑 빠졌다고 말했다. 그래서 내년 4월 전라남도 영암 코리아 인터내셔널 서킷(KIC)에서 한국 모터스포츠 최초로 개최되는 국제 내구 레이스 '레이스 123' 출전도 자연스럽게 결심하게 됐다고. 내년 '레이스 123'을 위해 동계 훈련에 한창인 최정원 대표를 만나 올 시즌을 돌아보고 내년 시즌의 계획을 들을 수 있었다. 인터뷰 내내 "즐기자"라는 말을 끊임없이 강조하던 최정원 선수에게서 레이스에 대한 순수한 열정과 애정을 느낄 수 있었다.
Q 자신이 어떤 카레이서인지 이야기해달라.
주변 동료 레이서 및 모터스포츠 관계자들이 '최대포'라고 부른다. '최대표'라고 부르다가 내 경기 운영이나 운전 스타일을 보고 언젠가부터 '최대포'라고 부르기 시작했다. 레이스를 할 때 추월 포인트가 보이면 망설임 없이 돌진하는 스타일이어서 그런 듯하다.
Q 시즌 마무리 후 그동안의 근황.
목표했던 2016년 시리즈 챔피언 타이틀을 획득하면서 즐겁게 시즌을 마무리 할 수 있었다. 기쁨도 크지만 마지막 경기에서 실수가 있었기에 자중하고 있다. 또 시즌을 마무리한 후에는 팀원 및 동료들과 내년 시즌 동계 트레이닝을 시작했고, 팀원들 코칭도 하고 있다. 2017년에도 동료들이 좋은 성적을 거두기를 바라며 기량 향상을 위해 하루하루 교육에 힘쓰며 보내고 있다. 2017년에 영암 서킷에서 펼쳐지는 '레이스 123' 대회 준비도 하고 있다.
Q 'KMSA 모터스포츠'의 시작과 레이스에 뛰어들게 된 계기가 궁금하다.
'KMSA 모터스포츠'는 1989년에 설립된 후 현재까지 모터스포츠 및 차량 개발, 자동차 행사, 드라이빙 스쿨 등의 업무를 지속해오고 있다. 선친께서 일찍이 한국 모터스포츠 시장에 탄탄한 뿌리를 내려두셔서 현재까지도 자동차에 관련된 여러 분야의 업무를 진행하고 있다. 레이스를 통해 다양한 사회계층의 사람들과 소통하고 화합을 다져 한국 모터스포츠 성장에 힘이 되기 위해 끊임없는 노력을 하고 있다.
이처럼 차에 빠져들 수밖에 없는 환경에서 자랐기 때문에 자연스럽게 관심이 커졌다. 초등학교 시절부터 경기 관전을 했고, 선친에 카트를 배우기도 했다. 면허 취득을 할 수 있는 20세가 된 후 그때부터 부모님 몰래 서킷을 달렸다. 선친이 생전에 여러 가지 이유로 레이서가 되는 것을 반대하셨기 때문에 욕구를 참고 지냈지만 주변 사람들을 보며 나도 해야겠다고 결심했다. 2015 시즌 1, 2라운드 때 소속 선수들을 서포트하다 보니 토요타 86 매력에 흠뻑 빠지게 됐고, 결국 3라운드부터 참가하게 됐다. 세 경기만 나갔지만 5, 6라운드 모두 우승하는 바람에 운 좋게 3위까지 할 수 있었다. 올 시즌부터 진지하게 참가해야겠다 마음먹고 주변의 많은 도움을 받아 우승이라는 좋은 성적을 얻을 수 있었다.
Q 그렇다면 대표, 레이서 이전의 삶은 어땠을까.
선친 밑에서 지난 2012년부터 본격적으로 일을 배웠다. 사실 사진을 전공했기에 사진으로 먹고살기를 결심했지만 아버지가 아프기 시작하면서 가업을 이어받아야겠다고 생각했다. 그때부터 평사원으로 일을 시작했고, 회사 일을 하다 보니 자연스럽게 운전할 기회가 많아졌다. 때문에 레이서로 활동하고 싶은 욕구가 생겼지만 선친께 손을 벌리면서까지 이 일을 할 수 없어 단념하고 일에 집중했다.

Q 3위를 기록했던 지난 '핸즈 모터스포츠 페스티벌 2015'의 뒷이야기가 궁금하다.
늦게 출전한 탓에 진지하게 연습에 임하지 못 했다. 하지만 3라운드에 나가 보니 대충하면 안 되겠다는 생각이 들더라. 그래서 3라운드 이후부터 나름 연습도 많이 했고 공부도 많이 했다.
Q '핸즈 모터스포츠 페스티벌 2016'에서 4승을 거두며 종합 챔피언에 올랐다.
토요타 86 동료들과 지난 시즌이 끝난 후 동계 시즌 연습을 열심히 했다. 덕분에 2016년도 성적이 좋을 수 있었다. 1, 2라운드를 끝내고 나니 전경기 다 우승해보자는 생각이 들더라. 하지만 실수가 있었고, 욕심을 부리면 안 된다는 걸 느꼈다. 또한 내구레이스 우승이 가장 뿌듯했다. 팀원 이원일 선수와 함께 노력해서 이뤄낸 결과이기 때문에 더욱 기뻤고, 내구레이스의 매력에 흠뻑 빠지게 됐다.
Q 내구 레이스에서 짜릿한 역전극을 썼는데 당시 상황이 어땠나.
내구 레이스 마지막 랩에서 세 개의 코너를 남기고 극적으로 역전했다. 사실 내부적으로 계산했을 때 마지막 랩이 아닌 전 랩에서 추월할 수 있겠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예상이 빗나가 기대를 접었는데 마지막 랩에서 극적으로 역전이 되더라. 하늘이 도왔다는 말 밖에 설명이 안 되는 상황이었다. 나도, 이원일 선수도 그 날의 우승이 가장 값진 우승으로 남았다.
Q 내년 4월 '레이스 123' 대회를 앞둔 마음가짐은.
'BM 코포레이션'의 이동호 대표님이 좋은 기회를 주셔서 '레이스 123'에서 함께 호흡할 수 있게 됐다. 9시간 내구 레이스는 국내에서 처음이기 때문에 감회가 남다르고, 좋은 차를 탈 수 있는 기회를 갖게 돼 기쁘다. 머신 M235 i racing은 우리가 출전하는 레이스에서 아주 유리한 차량으로, 내구레이스에 적합한 레이스카다. 지난주부터 영암에서 본격적인 연습에 나섰는데, 시험 운전을 해 보니 차는 정말 완벽한데 아직 선수들이 적응을 못 하고 있는 상태다. 내구 레이스는 랩 타임보다 차가 망가지지 않고 피니시까지 완주하는 게 가장 중요하기 때문에 선수들과 호흡이 중요하다. 차는 배신하지 않을 거 같으니 주변 상황과 체력이 잘 따라줬으면 좋겠다. 계획을 세우고 철저하게 준비하면 내년 대회도 잘 치를 수 있지 않을까 생각된다. 우승이 목표가 아닌 뜻 맞는 사람들끼리 평생 살면서 해보기 힘든 경험을 하면서 소중한 추억을 쌓고 싶다. 순수한 목표를 두고 연습하다 보니 자유로운 분위기 속에서 서로 부족한 부분을 채워주고 함께 발전하고 있다.

Q 경기 운영이 계획대로 풀리지 않을 때 자신만의 극복 방안이 있다면.
이번 시즌 마지막 라운드 때 김태현 선수와 충돌 사고로 많은 걸 느꼈다. 김태현 선수가 그 경기에 대한 기대가 컸는데 나 때문에 망쳐서 마음이 무거웠다. 욕심내지 않는 게 가장 중요하다고 느꼈고 이 생각은 앞으로도 변함없을 거 같다.
Q 팀 메이트에 대한 이야기를 듣고 싶다.
이제 갓 스무 살이 된 강동우 선수를 관심 있게 지켜보다 면허 취득할 나이가 되자 본격적으로 트레이닝을 도왔다. 1년 동안 트레이닝 끝에 올해 시즌부터 투입됐는데, 기대했던 거보다 훨씬 잘 해주더라. 앞으로가 더욱 기대되는 선수다. 여성 레이서 문혜민 선수는 해외 경기에서 활약을 펼치고 있다. 욕심도 많고 노력파인 문혜민 선수는 많은 해외 팀들이 탐내는 실력을 갖춘 선수다.
Q 레이스만의 매력은 무엇일까?
같은 조건에서 달리고자 하는 욕구가 있는 사람들끼리 하는 순위 싸움이 한 번 빠지면 헤어 나올 수 없다. 경합 상황도 짜릿하지만 서킷에서 동료들과 함께 소통하고 화합하는 그 시간이 좋다.
Q 한국 모터스포츠 부흥에 대한 바람이 있다면.
모터스포츠 진입 장벽이 너무 높다는 점이 아쉽다. 모터스포츠 마니아층이 두터워져야 즐기는 아마추어가 많아지고, 프로 선수가 다양해지는데 기본 발판이 부족하다. 신예가 들어올 수 있는 환경이 갖춰져 있지 않아 세대 교체가 어려운 것도 사실이다. 앞으로 모터스포츠 관련 기관과 단체들이 많아져서 쉽게 접근할 수 있는 가이드라인이 세워졌으면 좋겠다.
Q 어떤 레이서가 되고 싶나.
2017년 시즌은 쉬고 '레이스 123'(RACE 123) 대회만 집중할 계획이다. 그밖에 팀원들 서포트에 매진하려 한다. 반짝 떴다 지는 별이 아닌, 앞으로 30년 후인 2046년에도 레이스에 참가하고 있는 현재 진행형 레이서가 되고 싶다. 더불어 사람들과 소통하고 팀원들과 최대한 오랜 시간 동안 함께 하고 싶다.
뉴미디어국 heilie@sportsseoul.com
사진 | 'KMSA 모터스포츠'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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