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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서울 박효실기자] 영 포티(Young forty), 젊게 살고 싶어 하는 40대로 1972년을 전후해서 태어난 세대를 가리키는 용어다. 사회적 규범을 맹목적으로 강요하는 ‘꼰대’스러움을 싫어하고, 탈권위적, 자연친화적 성향을 가졌다. 사회적인 성공보다는 개인의 행복을 추구하는 새로운 40대를 일컫는 말이다.

21일 첫 방송을 시작한 KBS2 수목극 ‘공항가는 길’이 한국의 ‘영 포티’의 삶을 세련되게 그려내며, 호평을 받았다. 1회 방송이 끝난 뒤 ‘공항가는 길’은 당일은 물론 22일 오후까지 포털사이트의 실시간검색어 상위권에 랭크되며 뜨거운 반향을 이끌었다. 한류스타가 출연하는 로맨틱코미디물도 아닌 정통 멜로물이 이렇게 뜨거운 반응을 끌어낸 건 이례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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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BS2 수목극 ‘공항가는길’. 출처|방송화면캡처

2016년에도 여전히 드라마 속에서는 신데렐라와 막장 시월드 이야기가 판치는 상황에서 오랜만에 등장한 상식적인 사람들의 이야기가 3040세대의 큰 공감을 샀다는 평가다. 주인공들은 사회적·경제적으로 여유있는 중산층이다. 12년차 부사무장 승무원 최수아(김하늘 분)는 고액연봉의 기장 박진석(신성록 분)과 외동딸 효은(김환희 분)과 살고 있다.

부부사이는 다소 데면데면해도 진석의 교육열만은 뜨거워 뉴질랜드에 사는 누나에게 딸을 조기유학 보내려 한다. 고모가 다쳐 계획이 무산되자 영어와 중국어를 동시에 가르치는 말레이시아 국제학교로 유학을 결정한다. 서도우(이상윤 분)는 건축학과 교수로 건축 스튜디오 소월도 운영하고 있다. 어머니는 인간문화재 매듭장이고, 아내 혜원(장희진 분)은 도예를 전공한 학예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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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BS2 수목극 ‘공항가는길’. 출처|방송화면캡처

경제력은 중산층을 넘지만 꾸밈새는 간소하다. 실용적이고 댄디한 패션에 십대 딸들과 위화감 없는 소통능력을 갖췄다. 낯선 타인에게도 친절하고 교양있으며, 곧잘 여린 속내도 드러낸다. 수아와 도우는 통상적인 부모와는 다르다. 딸과 친구처럼 수다를 떨고, 때론 슬쩍 응석을 부리기도 한다.

도우는 강하고 엄한 과거의 한국아빠와 다르다. “한강이 보고싶다”는 딸 애니(박서연 분)의 전화에 세그웨이를 타고나가 동영상으로 한강을 담으며 화상통화를 한다. 빗소리를 듣고싶어하는 딸을 위해 처마 아래서 이렇게 저렇게 앵글을 잡느라 애를 쓰기도 한다. 말레이시아에서 오랜만에 만난 딸 아이에게 “한국이 그립지도 않냐”며 투정을 부린다. 오히려 애니가 “그리운게 얼마나 좋은데. 만날 거잖아. 기다리고 기다리면 만날 거잖아. 너무 좋아”라며 아빠를 위로한다. 그런 딸을 잃고 영혼이 무너지는 고통을 겪지만, 악다구니 보다는 그저 고요히 눈물을 흘릴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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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BS2 수목극 ‘공항가는길’. 출처|방송화면캡처

일과 살림을 병행하는 수아는 바쁜 짬짬이 딸과 화상통화를 하며 소소한 일상을 듣는게 행복이다. 딸에게 자기 대신 부부 사이나 신경쓰라는 핀잔을 들을 정도지만 그저 웃는다. 공부 못 하는 딸을 걱정하기는 커녕, 말레이시아에 가서 수학 점수가 올랐다는 소리에 마냥 놀랍고 기특해할 뿐이다. 정통 드라마의 틀을 빌렸지만, 한층 세련되고 섬세해진 내용물은 시청자들의 마음을 사로잡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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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BS2 수목극 ‘공항가는길’. 출처|방송화면캡처

‘공항가는 길’의 강병택 CP는 첫 회에 쏠린 뜨거운 반향에 대해 “기획단계에서는 이런 정통 멜로물이 요즘 트렌드에 맞을까 고민도 있었다. 하지만 작가와 PD에 대한 믿음이 있었고, 시청자들 역시 정통멜로에 대한 갈급함이 있으리라는 생각이 들었다. ‘영 포티’ 세대를 의도하고 만든 건 아니지만, 신선하고 세련되게 잘 담긴 것같다. 잘 봐주신 시청자들께 감사드린다”라고 말했다.

gag11@sportsseou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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