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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류의 정신적 스승 중 한 명인 작가 헤르만 헤세는 ‘새는 알에서 나오려고 투쟁한다. 알은 세계이다. 태어나려는 자는 하나의 세계를 깨뜨려야 한다’고 소설 ‘데미안’에서 역설하며, 고뇌하는 청년의 자기인식 과정을 심미안적으로 고찰했다.
KT의 신인드래프트 1순위 장재석(22)은 헤르만 헤세가 던진 이 화두에 근접하고 있다. 아직 알을 완전히 깨트리고 나오지는 못했다. 하지만 그 기미가 보이기 시작한 것이 희망적이다. 사실 장재석이 자신을 둘러싸고 있는 그 알을 부수기 위해 겪어야 했던 좌절과 고통의 시간은 생각보다 길었다. 프로에 입문한 뒤 KT의 중심으로 활약할 것이라는 주변의 시선은 높았지만, 그에 부응하지 못하며 자신감은 바람빠진 풍선처럼 찌그러졌다. 그렇게 알 속으로 침몰하던 그가 이제 서서히 알의 일부분을 깨트리고 있다.
도움의 손길이 있었다. 30년 이상 스포츠 심리학 인생을 걸어온 체육과학연구원(KISS)의 김병현 박사다. 김 박사는 국내 스포츠심리학을 세계적 수준으로 이끈 대표주자로 김수녕, 장미란, 진종오 등 수 많은 국가대표선수들의 극심한 스트레스와 불안감을 제거하는데 큰 도움을 주었다.
전창진 감독은 “(장)재석이가 운동을 열심히 하고 체격 조건도 좋은데 코트에서 훈련한 만큼 성과가 안나와 고민이 많았다. 심리적인 문제인듯 해서 심리치료를 생각했는데 이건도 단장에게 의뢰해 김병현 박사와 연결이 됐다”고 밝혔다. 전 감독은 “그동안 (장)재석이가 마음이 많이 아팠을거다. 1순위로 뽑혔는데 내용이 안좋으니 욕을 많이 먹었다. 전문가와의 상담을 통해 나에게 이야기 못하고 내가 못해준 부분에서 도움을 받을거라 생각한다”고 덧붙였다. 전 감독의 기대처럼 심리치료를 받은 장재석은 22일 동부와의 경기에서 14점 4리바운드 3블록슛을 작성하며 잠재력이 깨어나고 있다는 신호탄을 쏘았다.
구단의 한 관계자는 “장재석이 상담을 받은게 도움이 많이 되었다고 했다. 박사님이 수 많은 경험이 있어선지 쉽게 문제점을 파악해 정곡을 찔렀다. 장재석이 동부전에서 ‘오늘 이 경기가 끝나면 은퇴한다는 마음으로 죽기 살기로 뛰었다’고 했는데 상담의 효과가 있었다”고 전하기도 했다.
한편 KT 선수단은 따로 심리치료를 받은 장재석 외에 감독과 코칭스태프를 포함해 단체로 김 박사의 강의를 듣으며 전체 심리치료를 받기도 했다. 강의를 받은 전 감독은 “단순하면서도 내용이 있다. 운동선수는 싸움닭이 되어야 하고 간절해야 하는데 그런 부분에서 나와 일치하는 부분도 많았다. 우리팀이 약하다고 하지만, 절대 약하지 않다는 생각을 다시하게 되었다”고 밝혔다.
장재석이 변화의 몸부림을 치고 있고 주변의 도움도 있지만, 알을 깨고 나오는 건 온전히 자신의 몫이다. 새로운 세계로 나가기 위해선 이전까지 자신을 옭아맸던 하나의 세계를 스스로 파괴해야 한다.
배우근기자 kenny@sportsseou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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