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주 배일환
상주 상무의 배일환과 김성주가 30일 국군체육부대로 상주지역 어린이들을 초청해 함께 축구를 하고 시즌권을 기부하는 등 뜻깊은 시간을 보냈다. 제공 | 상주 상무

[스포츠서울 이정수기자]최근 성남 주장 김두현이 훈련 도중 공에 맞은 팬에게 보여준 선행이 K리그 팬들 마음을 훈훈하게 했다. 그의 행동이 팬을 위한, 팀을 위한 진심어린 마음에서 비롯된 것이어서 더 진한 감동을 줬다.

군대에서 보내는 2년 가량의 시간은 대한민국 20대 남성들에게 많은 의미를 가진다. 의무사항이기 때문에 어쩔 수 없이 가야하는 곳이지만 그 시간을 어떻게 보내느냐에 따라 결과는 천차만별이다. 상주시민프로축구단과 국군체육부대의 협력으로 탄생한 K리그 클래식 상주 상무는 프로선수들이 2년 가량의 시간을 보내는 군 팀이다. 의무사항이기 때문에 어쩔 수 없이 입대하는 곳이 아닌 ‘내 팀’이라는 생각으로 진심을 행동으로 옮긴 선수들이 있다. 진심에서 우러난 행동은 보는 이들에게 감동을 전하기 마련이다.

◇“상주에 소속된 동안 이곳은 ‘내 팀’이다.”

제주에서 뛰다 지난 2014년 12월 입대한 배일환은 올해 상병이 됐다. 1년여 군생활을 해오면서 군대에서 받은 월급을 함부로 쓰지 않고 차곡차곡 모았다. 최근 사병 월급이 과거에 비해 많이 높아졌다고는 해도 군대에서 받은 돈을 모으기란 쉬운 일만은 아니다. 그렇게 모은 돈이 100만원이 넘었다. 배일환은 자신이 모은 월급을 지역의 저소득층 청소년들을 위해 쓰고 싶다는 마음을 구단 측에 전달했다. 상주 구단의 시즌권을 구매해 청소년들에게 기부하고 싶다는 내용이었다. 상주의 홈 응원석 시즌권은 1인 5만원씩이라 20여명의 청소년들에게 시즌권을 나눠줄 수 있게 됐다. 금액의 많고 적음을 떠나 취약계층 아이들을 돕고 싶다는 마음으로 1년여동안 군인 월급을 모았다는 것이 대단한 일이다.

상주 구단은 상주시의 취약계층 아동들을 돕고 있는 드림스타트와 연계해 프로그램에 참여하고 있는 아이들에게 배일환이 구매한 시즌권을 기부하기로 했다. 배일환의 마음을 전해들은 국군체육부대는 부대 문을 여는 것으로 힘을 보탰다. 30일 드림스타트의 아동들 20명을 부대로 초청해 선수들과 만나고 부대를 견학할 수 있도록 했다. 한 사람의 선심은 맑은 물에 물감이 번지듯이 더 넓게 퍼졌다. 올해 신병인 김성주와 조영철이 부대를 방문한 동생들을 위해 축구교실 선생님을 자청했다. 저녁식사도 대접하겠다고 나섰다. 배일환은 “상주 상무를 단순히 거쳐가는 팀이 아니다. 소속돼 있는 동안은 ‘내 팀’이다. 그런 생각을 행동으로 보여주고 싶었다”고 말했다. 조영철과 김성주는 “입대 후 지역 팬들과 스킨십을 가질 기회가 적다고 느꼈는데 좋은 취지의 일이라 같이 하고 싶었다”고 전했다.

상주 조영철
상주 상무 조영철이 30일 국군체육부대에서 상주지역 어린이들과 즐거운 표정으로 축구를 하고 있다. 제공 | 상주 상무

◇프로 선수, 국방부 시계가 돌아가기만 기다리지 않는다.

배일환, 조영철, 김성주가 보여준 이번 사례는 프로선수들이 군생활에 대해 가진 인식이 어떤지를 보여줬다. 비록 군생활 중이기는 하지만 자신이 소속된 상주시민구단을 ‘내 팀’으로 생각하며 프로다운 모습을 보이려 했다. 프로선수의 가치가 팬들의 성원에서 비롯된다는 인식, 프로선수로서 얻은 사랑을 어떤 형태로든 되갚으려는 마음이 담긴 선행이었다. 배일환은 “사실 전역할 때까지 월급을 모아서 전역선물로 유럽축구여행을 가든지, 부모님께 드리든지 할 생각이었다. 그런데 상주 상무에 대한 외부의 인식이 그리 좋지 않더라. 선수들 모두 전역하기까지는 상주 소속의 한 팀이다. 우리가 팀에 대한 소속감과 애착을 갖고 열심히 생활하고 있다는 것을 알리고 싶었다”면서 “내가 돈이 많아서 기부를 하겠다는 것이 아니다. 군인월급은 나라에서 주는 것이니까 혜택을 받은 것이라고 생각했다. 그런 혜택을 감사하게 생각하고, 되돌려 드리고 싶다는 생각이 컸다. 선수들 대부분 마음은 있지만 ‘괜히 나선다’고 안좋게 볼까봐 꺼리고 있다. 내가 먼저 했을 뿐”이라고 말했다.

배일환은 중장년층이 많은 상주지역의 어린 학생들에게 기부했다. 그 친구들이 어릴적 얻은 경험과 기억이 시간이 흐른 뒤에 더 큰 결실로 돌아올 것이라는 생각때문이었다. “

해외의 축구장을 보면 어린 친구들이 소리지르면서 응원하는 모습이 정말 보기 좋더라. 어린 친구들이 축구장에서 좋은 추억을 갖고 돌아가면 평생 남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경기장에 대한 좋은 인식과 기억을 갖고 다시 찾아온다면 우리 팀에도, K리그에도 도움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polaris@sportsseou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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