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동찬
삼성 조동찬 (스포츠서울DB)

[스포츠서울 박현진기자] 조용했던 삼성 내야에 치열한 경쟁이 시작됐다.

시범경기 막바지는 사실상 경쟁이 종료되는 시점이다. 대부분의 팀들이 주전 라인업의 윤곽을 확정지은 상태로 시즌을 맞게 되기 때문이 시범경기 마지막의 3~4경기는 사실상 실전과 다름없이 치르는 게 보통이다. 따라서 이 시기의 시범경기에 선발로 나선다는 것은 페넌트레이스의 주전자리를 사실상 보장받았다는 의미로 해석할 수 있다.

삼성도 예외는 아니다. 누구를 주전으로 내보내도 손색이 없는 외야의 경우 경기 상황에 따라 입맛에 맞게 선수를 골라쓸 수 있지만 내야수들은 거의 고정이라고 봐야 한다. 1루는 채태인이 넥센으로 트레이드되면서 구자욱이 자리를 굳혔고 3루는 새 외국인타자 아롬 발디리스가 지킨다. 유격수 자리에는 터줏대감 김상수가 버티고 있다. 야마이코 나바로가 일본 프로야구로 떠난 2루에는 백상원이 무혈입성하는 분위기였다. 당초 가장 유력한 대안으로 제시됐던 조동찬의 무릎 상태가 호전되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그런데 시범경기 단 2경기를 남겨둔 26일 조동찬(33)이 복귀했다. SK와의 시범경기 선발 라인업에 7번타자 2루수로 당당하게 이름을 올렸다. 2014년 11월 10일 넥센과의 한국시리즈 5차전 이후 무려 502일만에 그라운드로 돌아온 것이다. 단지 ‘돌아온’ 것만이 아니었다. 조동찬은 2회말 첫 타석때부터 SK 선발 윤희상으로부터 좌전안타를 뽑아냈다. 3회 두 번째 타석에서는 2루수 플라이, 5회 세 번째 타석에서 삼진으로 물러나 3타수 1안타를 기록했다. 실전감각이 무뎌진 상태에서 복귀한 첫 날 거둔 성적치고는 나쁘지 않은 수준이다. 조동찬은 “너무 오랜만에 그라운드를 밟아 정말 긴장했다. 상대 투수가 그냥 안타 하나 때려보라고 일부러 한 가운데로 던져준 것 같다”며 껄껄 웃었다.

[SS포토] 삼성 백상원
22일 대구 삼성라이온즈파크에서 프로야구 시범경기 삼성과 LG의 경기가 열렸다. 삼성 백상원2016. 3. 22.대구 | 최승섭기자 thunder@sportsseoul.com

조동찬이 복귀 첫 날부터 강렬한 인상을 심으면서 그동안 삼성 2루를 지켰던 백상원과 백업 2루수 성의준도 긴장의 끈을 바짝 조였다. 특히 오키나와 스프링캠프 때부터 타격 재능을 마음껏 자랑하며 2루 경쟁에서 앞서나가던 백상원은 독이 올랐다. 시범경기에서 팀내 최고인 타율 0.417의 맹타를 휘둘렀던 백상원은 이튿날인 27일 선발 2루수의 바통을 넘겨받아 2타수 1안타를 기록했고 득점도 하나 추가했다. 백상원은 14경기에서 38타수 16안타로 타율 0.421을 기록하며 시범경기를 마쳤다. 5회 2사 1루서 백상원을 대신해 대타로 출장한 조동찬은 두 차례 타석에서 안타를 만들어내지는 못했다.

당장은 조동찬이 백상원을 밀어내기를 기대하기는 어렵다. 타격과 수비를 하는데는 아무 문제가 없지만 아직 정상적인 주루 플레이를 펼치기는 어렵다. 지금 상태로는 타격에서도 백상원에 비해 나은 부분은 파워 뿐이다. 삼성 류중일 감독도 “일단은 백상원에게 2루를 맡겨볼 생각이다. 조동찬의 1군 엔트리 합류 여부는 조금 더 지켜봐야 할 것 같다”고 밝혔다. 그러나 조동찬이 완벽한 컨디션을 회복한다면 경쟁구도는 180도로 바뀔 수 있다. 조동찬은 내야 전 포지션을 소화할 수 있는 폭넓고 안정된 수비 능력을 자랑하고 파워 넘치는 타격에 빠른 발까지 갖췄다. 백상원에 비해 활용도가 훨씬 높다는 장점이 있다. 조동찬은 “누가 되든 잘하는 선수가 나가면 된다”면서도 “최대한 열심히 해서 기회를 한 번 잡아보겠다”고 욕심을 감추지 않았다.

여기에 백업 2루수로 틈틈이 출전했던 성의준도 만만찮은 저력을 과시했다. 14경기에 출전했지만 주로 경기 후반 교체 투입된 탓에 타수가 상대적으로 적었는데 그런 가운데서도 타격감각을 잘 유지해 20타수 7안타로 타율 0.350을 기록했다. 가장 골치 아팠던 내야의 구멍을 완벽하게 메워낸 류중일 감독이 개막전을 앞두고 자신만만한 미소를 지을 수 있는 이유다.

jin@sportsseou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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