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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우 박해진. 제공| WM컴퍼니

[스포츠서울 홍승한기자]“출연 배우로서 아쉬운 점이 많습니다.”

배우 박해진이 tvN 드라마 ‘치즈인더트랩’(이하 치인트)에 대해 솔직한 마음을 털어놨다. 방송전부터 높은 화제성은 물론 시청률 고공행진을 이어가던 ‘치인트’는 불과 종영을 2회 남겨 두고 원작과 너무나 다른 스토리로 대중의 지적을 받고 있다. 특히 유정선배 역 캐스팅 당시부터 화제를 모은 박해진은 웹툰과 완벽한 싱크로율을 자랑했지만 후반부 분량이 점차 줄어들며 캐릭터가 가진 매력이 사라졌다.

박해진은 “보통 작품이 끝나면 시원섭섭한데 이번에는 많이 섭섭하다. 내가 치인트를 결정한 가장 큰 이유가 원작이다. 웹툰을 재밌게 봤고 드라마로 표현이 힘들것 같아 몇차례 고사를 했다. 내가 유정을 맡게 되면서 보여주고 싶었던 모습과 기대한 모습이 보여주지 못해 아쉬움이 크다”고 담담한 소감을 전했다. 이어 “많은 분들이 사랑을 주셔서 감사한 반면 죄송한 마음도 든다. 드라마의 첫 단추를 끼운게 난데 순끼 작가한테 굉장히 미안하다. 한 사람이 모든 것을 바쳐 만든 작품에 누를 끼친 것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든다”고 덧붙였다.

첫방송부터 tvN 역대 월화극 최고 시청률을 기록한 ‘치인트’는 원작 웹툰 특유의 스토리 전개를 잘 그려냈고 배우들의 열연으로 큰사랑을 받았지만 중반부 이후 급격히 힘이 빠지며 우려가 현실로 나타났다. 그는 “잘될 거라는 확신은 없었지만 잘 만들어야겠다고 생각했다. 초반에는 완성도 있는 모습으로 욕을 덜 먹고 어느 정도 만족을 시켜드렸다고 생각했다. 지금은 사실 독자의 한명으로 내가 걱정한 상황이 벌어지고 있다. 수년간 연재로 쌓인 복잡 미묘한 감정을 16부작에 담는 것이 무모한 도전이라고 예상을 했지만 그 이상이다. 내 캐릭터를 지키기 위해 더 노력했어야 한다”며 안타까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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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우 박해진. 제공| WM컴퍼니

아쉬움은 가득하지만 박해진은 시청자에게 고마움을 전했다. “작품이 너무 많은 주목을 받아 감사하다. 저 조차도 이 나잇대에 이 역할을 할 수 있을까 하는 의구심이 있었다. 마지막까지도 꾸준한 시청률로 잘 마무리 되기를 바라는 마음이다.”

사실, 박해진은 ‘내딸 서영이’부터 ‘별에서 온 그대’ 그리고 ‘치인트’까지 출연작마다 성공을 거뒀다. “읽을 때마다 재밌고 잘 될 것 같은 작품만 골라서 들어갔다. 물론 누구나 모든 작품이 잘 될거라고 선택하는데 운도 많이 따라줬다. 캐릭터에 집중해 작품을 선택하는데 큰 무리수를 두기보다는 내가 잘 소화 할 수 있는 작품, 안정적인 범주 안에서 고른다.”

하지만 박해진은 비슷한 이미지의 캐릭터 나열이 아니라 ‘나쁜녀석들’ 속 온화한 외모 뒤에 숨겨진 사이코패스 역처럼 새로운 변화를 추구하면서 자신의 영역을 넓히고 있다. “그 동안 많은 작품에 애착이 가지만 ‘나쁜녀석들’에서는 기존의 모습이 아니라 새로운 모습으로 이질감보다는 인정을 받아 의미가 남다르다. 이제는 작품을 하면서 책임감이 점점 늘어난다. ‘치인트’에 임하면서도 계속 이 생각을 했는데 끝까지 지키지 못한게 아쉽다.”

데뷔 10주년을 맞이한 박해진은 팬들의 사랑에 보답하는 남다른 이벤트로 이런 아쉬움과 책임감을 달래고 있다. 최근에는 소원 수리 이벤트를 위해 인천, 대구, 삼척에 방문했고 오는 4월에 열리는 데뷔 10주년 기념 팬미팅에는 2억여원의 사비를 들여 무료 진행하기로 결정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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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우 박해진. 제공| WM컴퍼니

“올해가 딱 데뷔 10주년이 되는 해다. 돌려드릴 수 있는게 무엇이 있을까 고민을 했다. 항상 좋은 작품으로 보답한다고 했는데 작품은 배우가 당연히 해야하는 것이다. 하지만 팬들은 당연히 사랑을 줄 필요는 없다. 그래서 소원 이벤트와 팬미팅을 생각했다. 소원 이벤트는 처음 봉사할 때와 비슷한 느낌이다. 누구나 할 수 있는게 봉사지만 처음에는 선뜻 나서지 못하는 것처럼 내가 꾸준히 할 수 있을까 하는 걱정과 일회성에 그치고 싶지 않은 마음이 컸다. 봉사를 하다보니 알게 되는 느낌이 있는데 소원 이벤트도 그런 느낌이다. 기회가 될 때마다 하고 싶다.”

2006년 KBS2 드라마 ‘소문난 칠공주’ 연하남에서 10년이 지난 2016년에는 유정 선배로 사랑받는 박해진의 10년 뒤 모습을 어떨까? “데뷔하던 해 실제 나이와 극 중 캐릭터 나이가 모두 24세였다. 10주년이 되던 해 맞은 역이 25세다. 십년이 흘렀지만 캐릭터상으로는 한살 밖에 먹지 않았다. 10년 뒤 26세 역할은 무리지만 십년이라는 기간 동안 다양한 모습을 보여드리기 위해 달리겠다. 만약 치인트가 너무 잘됐다면 지금 시점에서 안주할 수 있는데 작품이 많은 사랑을 받은 만큼 아쉬움이 남아서 다음 작품 선택에 신중함이 커졌다. 잊혀지는 배우들이 많은데 박해진이라는 배우를 기억해 주시는 것만으로 감사하다.”

홍승한기자 hongsfilm@sportsseou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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