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스포츠서울 홍승한기자]무심한 듯 담담한 말투, 다소 차가워 보이는 인상이지만 웃을 때마다 살포시 드러나는 미소. 올겨울 전국에 열병을 불러일으킨 ‘응답하라 1988’(응팔) 속 ‘츤데레 개정팔’을 연기하며 현실 속 ‘어남류’라는 신조어를 만들어낸 류준열은 정환과 닮았다.
류준열은 2014년 단편영화 ‘미드나잇 썬’으로 데뷔해 다음해 첫 장편 영화 ‘소셜포비아’에서 ‘BJ양게’ 역을 맡아 충무로에 눈도장을 찍었다. 당시 마치 실제 BJ와 같은 모습으로 관객 뿐만 아니라 신원호 PD에게 강한 인상을 남겼고, 이는 첫 드라마인 ‘응팔’ 인연으로 이어져 지금의 류준열이 탄생했다.
1986년생, 올해로 서른 살을 맞이한 그가 고등학생을 연기하는 것 자체가 새로운 도전이었지만 공을 들인 그 노력은 달콤한 결심을 맺었다.
“감독님이 항상 16분의 1이라는 말씀을 하셨다. 쌍문동 골목 가족이 16명인데 그 중 한명이라는 생각하고 충실하게 임했다. 라미란 선배와 김성균 선배가 조언도 많이 해주고 끌어주셔서 따라가기만 해도 좋은 그림과 작품이 나온다고 생각했다.”
|
드라마 방영 기간 내내 ‘어남류’라는 절대적인 지지를 받은 그에게 덕선(혜리 분)과의 엇갈린 인연은 아쉽지 않았을까. 특히 18회 마지막 고백신은 간절하기에 더욱 슬펐다.
“저도 드디어 고백하는구나 생각했는데 마지막에 꼬이는 것을 보고 내가 아닐 수도 있다고 짐작은 했다. 그러나 남편이 누군지는 궁금하지 않았다. 감독님이 강조하신 게 가족극이고 러브라인의 일환으로 ‘남편찾기’가 있었다. 배우들도 시청자 입장에서 자연스럽게 다음회 대본을 기다렸다. 극이 막바지로 가면서 남편이 밝혀졌는데 정환이는 아쉬웠을 것 같지만 준열이는 아니었다.”
극 중 그의 사랑은 결실을 못맺었지만 ‘응팔’로 자신의 이름 석자를 전국에 알리며 커다란 변화를 겪고 있다.
“너무 큰 사랑과 관심을 받아 아직도 벙벙하고 얼떨떨하다. ‘응팔’은 대중들과 만날 수 있게 해준 소중하고 잊을 수 없는 작품이다. 이제 아무래도 책임감이 생겨 행동 하나하나도 조심하려고 노력한다. 나를 향한 시선이 불편하기보다는 좋은 모습을 보이도록 최선을 다하고 싶다.”
|
‘응팔’을 통해 하루아침에 스타가 된 것 같지만 그는 수원대 연극영화과를 졸업하고 독립영화를 통해 필모그래피를 쌓아왔다. 다소 데뷔가 늦어 보일 수도 이지만 그는 조급해하지 않았다. “재수도 하고 군대도 갔다오다 보니 시간이 흘렀다. 힘들고 고통스럽기 보다는 그 기간 동안 연기를 하면서 너무 즐거웠다. 이런 즐거움이 나에게 원동력이 돼서 버틸 수 있었다. 이제는 독립영화를 하는 친구들이 나를 보고 힘을 얻고 위로를 받길 바란다.”
‘응팔’ 촬영 직전까지는 3년여동안 방과 후 수업으로 연기를 가르치기도 했다. “전공을 살려서 시작했는데 일이 커졌다. 선생님 입장으로 교단에 서려고 하니 책임감도 크고 아무나 하는 게 아니더라. 오히려 내가 가르치면서 도움을 많이 받았다. 학생들의 천진무구한 티끌 없는 모습을 보면서 배울 점이 많았다. 지금도 연락이 오는 친구도 있고 당시 가르쳤던 중학생은 이미 사회에 나가기도 했다.”
자신을 꾸준히 갈고 닦아온 그는 올해 영화 ‘로봇, 소리’에 이어 ‘섬, 사라진 사람들’ 그리고 ‘글로리데이’의 개봉을 앞두고 있고 차기작으로 영화 ‘더킹’을 준비 중이다. “딱히 어떤 모습을 보여주기 보다는 좋은 작품에서 좋은 글, 좋은 동료와 만나고 싶다. 그 안에서 주변 사람들을 따뜻하게 위로할 수 있는 연기를 하고 싶다. 악역이든 선역이던지 나를 보고 재미와 기쁨, 그리고 치유를 얻었다면 배우로서 만족스러울 거 같다. 오래하시는 선배님들은 연기를 잘하는 것은 물론이고 특별한 이유가 있는데 나 역시 그런 배우가 되고 싶다.”
hongsfilm@sportsseoul.com
기사추천
9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