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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서울 홍승한기자]최근 이병헌 앞에는 원하든 원치 않든 여러 수식어가 붙었다. 영화 ‘터미네이터:제네시스’와 ‘협녀:칼의 기억’을 통해 스크린으로 돌아왔지만 그를 향한 평가는 박했고, 흥행 역시 기대에 미치지 못했다. 하지만 여러 우여곡절을 겪은 그가 영화 ‘내부자들’을 통해선 ‘배우’라는 제대로 타이틀이 가진 힘을 제대로 증명했다.
영화 ‘내부자들’은 이미 ‘미생’으로 강렬한 인상을 남긴 윤태호 작가의 동명 미완결 웹툰을 원작으로 한다는 점에서 일찌감치 하반기 기대작으로 손꼽혔다. 특히 원작이 부패한 시스템에 집중한 것과 달리 영화에서는 시스템 속 각 캐릭터 간의 대결에 집중됐고 자연스럽게 이병헌, 조승우, 백윤식의 만남에 많은 이들의 시선이 모아졌다.
뚜껑을 열어 본 영화 속 세 주인공 뿐만 아니라 모든 캐릭터가 꿈틀거리며 현실 사회의 비리와 부패, 그리고 어두운 면으로 적나라하게 조각내서 보여준다. 하지만 누구보다 이병헌은 정치깡패 안상구를 통해 극중 마치 1인2역과 같은 연기변신을 선보이며인생의 정점에서 나락까지의 다양한 모습을 그려냈다. 이병헌은 “20여년동안 세월의 흐름을 영화 속에서 보여주는데 상황마다 바뀌는 외적인 모습과 감정 상태, 그리고 가장 행복한 순간과 나락으로 떨어진 모습을 생각하면서 연기했다”고 알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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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사구팽 당한 정치깡패로 복수를 향해 질주하는 그지만 전라도 사투리 속 때론 순박하고 빈틈 넘치는 모습은 인간미를 느끼게 하기에 충분했다. “처음 사투리를 경험하면서 고민을 많이 했다. 전라도 출신 연극 배우에게 레슨을 받으며 익혀갔다. 안상구 캐릭터는 웹툰과 많이 다르다. 유머러스한 느낌보다는 다른 캐릭터처럼 힘있고 조폭스러운 캐릭터였다. 시나리오를 단숨에 읽을 정도로 재밌었는데 사건이 긴박하게만 흘러가 쉴 틈을 주고자 감독님께 제안했다. 현장에서 많은 애드리브를 했는데 이렇게 많이 한 적은 처음이다”
영화는 차기 대권 주자(이경영), 재벌 회장(김홍파)과 그 둘의 연결고리인 거물 언론인(백윤식)이 사회를 주무르는 현실을 적나라하게 드러낸다. 그리고 그 뒤를 봐주다 한 순간에 밑바닥으로 떨어진 안상구와 검찰 권력 속 무족보 검사 우장훈(조승우)가 각자의 욕망인 복수와 정의를 쫓아간다. 다소 무거운 주제와 복잡할 수 있는 갈등관계와 대립은 스피디한 전개와 쫄깃한 반전으로 관객의 시선이 흐트러지는 것을 잡아냈다. 이병헌과 팽팽한 대립의 각을 세우는 조승우와 백윤식의 연기대결은 130분이라는 짧지 않은 러닝타임 동안 쉴틈없이 몰아 붙인다.
홍승한기자 hongsfilm@sportsseou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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