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S포토]노을진 목동구장, 장마비도 비껴가!
지난 7월 목동구장 전경 / 강영조기자kanjo@sportsseoul.com

[스포츠서울 김경윤기자]또 하나의 작별이 기다리고 있다. 지난 2008년 이후 8시즌 동안 영웅들의 안방이었던 목동구장과의 이별이다. 넥센은 포스트시즌(PS)이 끝나는 대로 목동구장을 떠나 고척돔구장에 새 둥지를 튼다. 넥센의 가을야구 마지막 홈 경기는 목동구장에서 치르는 프로야구 마지막 경기가 된다.

아쉽다. 야구인들과 야구팬들은 제대로 된 작별인사도 하지 못하고 목동구장과 헤어지게 됐다. 시간 문제 때문이다. 넥센의 홈구장 이전은 지난 5일 서울시와의 MOU체결 발표로 최종 확정됐다. 이미 넥센은 정규시즌 홈 경기를 모두 치른 상태였다. 삼성은 지난 2일 대구시민야구장에서 치러진 마지막 홈경기를 마친 뒤 성대한 기념행사를 진행했지만 목동구장은 조용하게 문을 닫게 됐다.

68년의 역사를 갖고 있는 대구시민야구장과 비교하기는 힘들지만, 목동구장도 프로야구의 역사가 숨을 쉬는 공간이다. 목동구장은 지난 1989년 생활체육의 저변을 위해 아마추어 전용 야구장으로 지어졌다. 목동구장이 프로야구 구장으로 변신한 건 지난 2007년 12월이다. 대한야구협회와 서울시는 현대 유니콘스를 인수할 제8구단에게 인센티브를 주기 위해 목동구장을 개보수하기로 결정했다. 시작은 열악했다. 철거된 동대문 야구장에서 떼어온 등받지 의자들을 임시방편으로 설치했고, 불펜을 설치하기 위해 펜스를 당기는 공사까지 진행했다. 목동구장의 주인도 바뀌었다. 야구단 창단 계획을 갖고 있던 kt가 발을 빼 목동 시대가 시작도 못해보고 저물 뻔했다. 다행히 센테니얼 인베스트먼트가 인수를 확정하면서 목동구장의 문이 열렸다. 첫 경기는 2008년 3월 13일 우리 히어로즈와 LG의 시범경기였다. 시설 부족으로 당초 계획된 시범경기 두 경기가 취소되는 등 우여곡절도 많았다.

말도 많았고, 탈도 많았지만 넥센은 목동구장을 활용해 무럭무럭 자랐다. 넥센은 목동구장의 특성에 맞춰 장타력 중심의 팀으로 팀 색깔을 갖추며 강팀으로 거듭났다. KBO리그 사상 처음으로 메이저리그에 직행한 강정호(피츠버그)를 배출했고 올시즌을 마친 뒤엔 박병호도 해외진출을 한다. 2013년엔 팀 창단 처음으로 포스트시즌에 진출했다. 지난해엔 한국시리즈까지 올랐다.

넥센의 올시즌 마지막 경기는 목동구장에서 치러질 가능성이 높다. 넥센은 준플레이오프(준PO) 1,2차전을 두산에게 모두 내줘 한 경기만 더 패한다면 올시즌을 마감하게 된다. 목동구장에선 13일과 14일에 경기를 치르는데, 넥센이 두 경기 중 한 경기라도 패할 경우 그대로 작별인사를 하게 된다. 목동구장에서의 마지막 경기가 넥센의 PS탈락이라는 무거운 분위기에 묻혀질 가능성도 적지 않다. 슬픈 이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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