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물산_서초사옥_본사
삼성물산의 서초사옥. 삼성그룹이 금융계열사를 서초사옥으로 이전하게 될 경우 삼성물산의 상사 부문과 건설 부문은 흩어지게 될 가능성이 크다는 관측이 제기되고 있다. 제공|삼성물산

[스포츠서울 박시정기자] 삼성그룹이 계열사들의 대대적인 사옥 이전을 검토하고 있어 관심을 모으고 있다. 삼성그룹 사장단들은 7일 오전 서초사옥에서 열린 수요사장단회의 참석 전에 금융계열사의 이전 여부를 묻는 기자들의 질문에 “확정된 바는 없으나 검토 중인 것으로 알고 있다”고 밝혔다.

현재 흘러나오고 있는 삼성그룹 계열사 이전의 핵심은 카드 화재 증권 등 금융계열사를 서초사옥으로 이전한다는 것. 서울 태평로 삼성본관에 있는 금융계열사를 서초사옥으로 옮기고 현재 서초사옥에 입주해 있는 삼성전자, 삼성물산을 각각 다른 곳으로 이전하는 방안을 놓고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삼성그룹이 금융계열사의 서초사옥으로 이전을 고려하는 것은 삼성본관 매각 추진과 관련이 있다는 설이 흘러나오고 있다. 삼성그룹이 향후 닥칠지도 모르는 위기에 대비하기 위해 삼성본관 매각을 추진하고 있다는 추측이 제기되고 있다.

삼성그룹은 지난 2008년 삼성전자가 서초사옥에 둥지를 틀면서 서초동에는 전자와 물산, 화학 등 제조업 계열사를 입주시켰고, 태평로에는 금융계열사를 집중 배치했다.

서초사옥은 A부터 C까지 3개 동으로 이뤄져 있다. 태평로 삼성본관을 사용하는 삼성카드와 삼성증권이 서초사옥 B동으로 옮기면 현재 B동을 사용 중인 삼성물산의 상사부문은 태평로의 삼성본관이나 삼성본관 인근의 태평로빌딩으로 이전할 것으로 보인다. 삼성물산 건설부문은 상일동의 삼성엔지니어링 빌딩에 들어가거나 판교에 새로운 빌딩을 구해 이전하는 방안이 검토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서초사옥 C동을 사용 중인 삼성전자는 이 달 말 우면동 R&D 센터가 완공되면 연구와 디자인 인력을 옮긴다. 이동 규모는 5000여명으로 전해졌다. 영업 마케팅, SI(시스템통합) 등 IT 서비스 부문의 인력, 생산과 연구개발(R&D) 등 주요 기능을 수원으로 이전하는 방안을 검토 중으로 알려졌다.

삼성그룹 비금융 계열사 중 삼성중공업은 판교에 자체 사옥을 보유하고 있으며 삼성정밀화학은 오는 26일 수원 전자소재연구단지에서 서울 삼성동 글라스타워로 이전한다.

이같은 계열사 대규모 이전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도 제기되고 있다. 금융 계열사들을 서초사옥으로 이전하게 되면 서초 사옥에 있던 삼성물산의 상사와 건설 부문이 쪼개지고 삼성전자의 주요 기능도 우면동 R&D센터나 수원사업장으로 이동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삼성그룹은 삼성물산과 제일모직을 합병하면서 삼성물산의 상사 건설 부문과 제일모직의 패션 건설 부문의 시너지 창출에 강한 의지를 나타냈지만 현재 흘러나오고 있는 이전 방안은 융합을 통한 시너지와는 거리가 멀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삼성전자의 경우에도 본사 기능을 수원으로 이전하게 되면 우수 인재 유치 등에 어려움을 겪을 수도 있고 고객 관리라는 측면에서도 비효율적이라는 지적도 적지 않다. 삼성전자는 서초사옥에 그대로 남고 나머지 비금융 계열사들만 흩어지게 될 것이라는 관측도 일부에서 제기되고 있는 이유다.

삼성그룹이 계열사 이전 문제를 어떤 식으로 정리할지 주목된다. 삼성 본관을 매각할지 말지, 금융 계열사를 서초사옥으로 모을 경우 계열사 중 어느 부문이 서초사옥을 비워주게 될지, 서초사옥에서 떠나야 하는 계열사는 어느 곳에 정착하게 될지…. 단순한 이전이 아니라 삼성그룹이 가고자 하는 방향과도 관계가 있기에 더욱 주목할 수밖에 없다.

charlie@sportsseou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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