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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원=스포츠서울 김현기기자]은퇴를 앞둔 선수가 맞나 싶다. 장쾌한 대각선 중거리포가 홈팀 골망을 출렁였다. 차두리가 ‘슈퍼매치’ 득점자 명단에 이름을 올리는 순간이었다.
서울 오른쪽 윙백 차두리는 19일 수원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K리그 클래식 31라운드 원정 경기 수원과의 슈퍼매치에서 전반 42분 상대 수비수 연제민의 횡패스를 가로챈 뒤 질주하다 그대로 오른발 슛, 수원 골망을 출렁였다. 서울에 3-0 리드를 안긴 이 골과 함께 이날 승자는 일찌감치 결정됐다. 차두리의 골은 그 만큼 홈팀에 큰 타격을 입혔다.
아버지의 열정이 깃든 곳이라 더 각별했다. 이날 경기 전 수원은 3년 4개월 재계약한 염기훈을 레전드 반열에 올리는 세리머니를 했다. 서포터 ‘프렌테 트리콜로’가 킥오프 직전 김호 전 감독과 서정원 현 감독, 곽희주, 염기훈, 그리고 차두리의 아버지인 차범근 전 감독의 초상화가 함께 그려진 대형 현수막을 게시한 것이다. 그런 상황에서 차두리가 상대팀 주장 완장을 차고 있어 특별했다. 차두리는 거기에 골로 의미를 더했다. 페널티지역 오른쪽에서 반대편을 보고 쭉 뻗은 그의 오른발을 떠난 볼은 시원하게 꽂혔다. 상대 골키퍼 정성룡의 다이빙도 속수무책이었다. 서울 선수들의 축하를 피하며 ‘프렌테 트리콜로’ 앞으로 달려나간 그는 양 손을 두 귀에 대는 ‘안 들려요’ 세리머니로 상대 팬들을 살짝 자극하기도 했다.
그는 올시즌 직후 은퇴하겠다고 선언한 상태다. 그런데 K리그 3년차인 올해 한국 무대 데뷔골을 지난 7월11일 포항전에서 넣었고, 이날 슈퍼매치에서 또 득점했다. 한국 나이 36살 차두리의 질주는 그래서 대단하다.
silva@sportsseou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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