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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서울 최정식 선임기자] 2015~2016 프로농구가 개막 2연전을 치렀다. 고양 오리온과 인천 전자랜드가 2연승을 달리며 기분 좋게 출발했고, 안양 KGC인삼공사와 부산 케이티는 2연패로 불안감을 보였다. 이번 시즌은 각 팀 전력에 영향을 미칠 변수들이 적지 않아 초반 페이스로 판도를 예상하기 어렵다. 아시아남자농구선수권대회에 출전하는 대표팀에 차출된 선수들의 결장과 복귀, 불법 스포츠 도박 혐의로 출전 정지된 주력 선수들의 공백, 4라운드부터 두 쿼터에 한해 두 명이 동시 출전하게되는 외국인선수의 운용 등에 따라 장기 레이스에서 심한 부침이 있을 전망이다. 개막 2연전을 통해 각팀은 이런 변화에 대응할 가능성과 고민을 동시에 드러냈다.
◇모비스, 동부 - 양동근, 윤호영이 돌아오면…지난 시즌 챔피언결정전에서 맞붙었던 울산 모비스와 원주 동부는 개막 2연전에서 나란히 1승1패를 기록했다. 예전 같지 않은 전력을 드러냈지만 여전히 강팀의 면모를 유지하고 있었다.
모비스는 지난 시즌 우승 주역 문태영과 리카르도 라틀리프가 서울 삼성으로 이적했고, 전력의 핵심인 양동근은 대표팀에 차출돼 전력의 누수가 심하다. 그러나 서울 SK를 50점대로 묶는 등 탄탄한 수비에 변함이 없고, 송창근 김종근 전준범 등이 빈 자리가 크게 표시나지 않게 해주고 있다. 다만 동부와의 첫 경기에서 슛 난조로 고전한 것처럼 송창근 등은 물론 새로 합류한 리오 라이온스도 상대에 따라 기복을 보이는 점은 문제다. 유재학 감독은 동부전에서 패한 뒤 리더의 부재에 대해 아쉬움을 나타냈다. 빅맨이면서도 패스 능력이 뛰어나 팀의 공격을 조율할 수 있는 함지훈이 팀의 중심을 잡아주는 것이 1라운드 승부의 관건이다. 양동근이 대표팀에서 돌아오면 충분히 선두권을 노릴 만한 전력임에 틀림없다.
‘동부산성’이라고 불릴 만큼 높이가 강점이었던 동부는 이번 시즌 초반 두경민과 허웅 가드 콤비의 공격 비중을 높이며 변화를 시도하고 있다. 첫 두 경기에서는 비교적 성공적인 모습이었다. 다만 36세인 김주성의 체력 문제와 지난 시즌과 달라진 외국인선수 제도 때문에 상황에 따른 수비 변화에서는 다소 고민이 있어 보인다. 대표팀에 뽑혔다가 부상으로 빠진 윤호영이 복귀하면 전체적으로 팀 전술에 변화를 줄 예정이다.
◇오리온, 전자랜드 - 2연승에서 나타난 힘시즌 전부터 우승 후보로 꼽혔던 오리온은 첫 두 경기에서 그런 평가가 틀리지 않았음을 보여줬다. 트로이 길렌워터의 해결 능력을 바탕으로 외곽슛을 갖춘 포워드진이 위력을 발휘했던 지난 시즌보다 공격력이 업그레이드됐다. 1대1로는 수비하기 힘든 문태종과 애런 헤인즈의 가세로 득점 루트가 다양해지면서 막강한 공격력을 갖춰, 대표팀에 나가있는 이승현의 공백이 느껴지지 않을 정도다. 그러나 2연승의 상대가 대표팀 차출과 불법 스포츠 도박 혐의로 4명이나 전열을 이탈한 KGC인삼공사, 윤호영이 빠져 높이가 약화된 동부였다는 점에서 좀 더 지켜봐야 한다. 각 팀의 전력이 안정을 찾게 되면 지금과는 양상이 달라질 수도 있다. 포워드진이 막강하지만 장기적으로는 장재석의 공백이 아쉽게 느껴질 공산이 크다. 두 명의 외국인선수가 동시에 출전하는 4라운드 이후에도 현재의 위력을 유지할 수 있을지는 알 수 없다.
전자랜드는 선수 구성 상 높은 평가를 받지 못했지만 초반에 선전하고 있다. 이현호가 부상으로 결장 중이고, 함준후는 출전 정지 상태다. 슈터 정영삼의 몸 상태도 좋지 않다. 그러나 특유의 조직력으로 이같은 약점을 극복하고 있다. 또 그다지 주목받지 못했던 외국인선수 알파 뱅그라와 안드레 스미스가 기대 이상의 활약을 펼치면서 해결사 역할을 하고 있다.
◇삼성, KCC - 라틀리프, 에밋 효과는?서울 삼성은 외국인선수 드래프트에서 전체 1순위로 라틀리프를 뽑았다. 지난 시즌 최고의 외국인선수였던 라틀리프를 얻었지만 아직까지는 충분히 활용하지 못하고 있다. 골밑에 자리잡은 라틀리프에게 적시에 공을 투입하지 못하고 있는데다 김준일과의 하이-로 포스트 플레이도 매끄럽게 이뤄지지 않고 있다. 김준일이 부상으로 오프 시즌 팀 훈련에 함께 한 기간이 짧았던 까닭에 좀 더 시간이 필요해 보인다. 김준일과 라틀리프가 움직이는 공간이 중복되는 것도 해결해야 할 과제다. 라틀리프의 활용은 모비스에서 함께 호흡을 맞췄던 문태영이 대표팀에서 돌아오면 나아질 것으로 보이지만 그때가 되면 문태영까지 활동 반경이 겹치는 문제가 새로운 과제로 떠오르게 된다. 게다가 문태영과는 사실상 거의 손발을 맞춰본 적이 없다.
올시즌 선보인 단신 외국인선수들 가운데서는 전주 KCC의 안드레 에밋이 가장 눈길을 끌고 있다. 개막 2연전에서도 각각 20점 이상을 올리며 뛰어난 실력을 입증했다. 에밋을 상대해 본 서울 SK와 인삼공사 선수들은 도움 수비가 불가피한 선수라고 입을 모았다. 기량 면에서 올시즌 최고의 외국인선수라는 것이다. 문제는 높이의 약점을 어떻게 보완하느냐 하는 점이다. 부상으로 대표팀에서 제외되면서 KCC에서 뛸 수도 없는 하승진이 ‘에밋 효과’ 극대화의 열쇠를 쥐고 있다. 하지만 하승진이 복귀하더라도 지난 시즌까지처럼 출장 시간에는 제약이 있을 수밖에 없어 여전히 고민이다. 외국인선수 두 명이 함께 뛰는 4라운드 이후에는 에밋의 존재가 KCC에 상당한 힘을 실어줄 것은 분명하다.
bukra@sportsseou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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