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S포토]오지환, 넥센과의 경기 4-4연장 10회말 끝내기 홈런포 작렬
[잠실=스포츠서울 최재원선임기자]LG의 오지환이 23일 잠실구장에서 열린 KBO리그 넥센과의 경기 4-4 연장 10회말 1사후 오재영을 상대로 우월 끝내기 홈런을 터트린 뒤 환호하며 1루를 돌고 있다.2015.8.23shine@sportsseoul.com

[잠실 = 스포츠서울 박현진기자] LG 오지환은 팬 사이에서 ‘오지배’로 불린다. 경기를 지배한다는 의미다.

승부를 들었다놨다 할 정도로 커다란 영향을 미치는 경우가 그만큼 많다. 승부를 가르는 결정적인 순간이 꼭 그에게 돌아온다는 것은 그만큼 그가 스타 플레이어로 성장할 수 있는 가능성이 높다는 얘기이기도 하다. 그렇지만 ‘지배’가 꼭 긍정적인 효과만을 불러오는 것은 아니다. 수 많은 LG 팬들의 기대와 관심이 쏠린 장면에서 오지환의 실수로 인해 내준 경기도 많았고 그를 향한 비난의 목소리도 높았다. 오지환의 ‘지배’는 ‘양날의 검’인 셈이다. 휘두르면 적을 쓰러뜨릴 수도 있고 동시에 자신을 벨 수도 있다.

오지환은 최근 자신이 왜 ‘오지배’로 통하는지를 극명하게 보여주는 경기를 연달아 펼치고 있다. 18일 사직 롯데전이 그랬다. LG는 선발 헨리 소사의 역투를 발판삼아 7회까지 4-0으로 앞서고 있었다. 소사가 승리투수가 되는 것은 확정적으로 보였고 ‘완봉’이냐, 아니면 ‘완투’냐에 관심이 쏠리던 터였다. 그런데 8회초에 소사가 빗맞은 안타 2개를 연달아 맞은 뒤 처음으로 위기에 몰렸고 오지환의 실책 2개가 나오면서 분위기가 묘하게 흘렀다. 이어 소사는 황재균에게 만루홈런을 두들겨 맞았고 LG는 4-7로 역전패했다. 오지환이 낚아채기 직전 불규칙 바운드를 일으키며 튀어오른 2개의 타구 가운데 하나라도 아웃카운트를 잡아냈다면 LG가 리드를 지킬 수 있었던 경기였다.

21일 두산전에서는 스스로 끝낼 수 있는 기회를 잡았지만 해결을 하지 못해 연장 11회에 패배의 아쉬움을 삼켜야 했다. LG는 0-1로 뒤지다 8회 1점을 따라붙었는데 2사 1루서 오지환이 삼진으로 물러나 승부를 뒤집지 못했고 연장 10회에는 무사에 주자를 2루에 내보내고도 불러들이지 못했다. 박지규가 번트를 시도하다 3루수 플라이로 아웃됐고 문선재와 오지환이 연달아 삼진으로 돌아선 탓이다. LG는 연장 11회 1사 만루서 김재호에게 희생플라이로 결승점을 내줘 결국 1-2로 무릎을 꿇었다.

22일 잠실 넥센전도 마찬가지였다. 3-2로 앞선 9회초 2사 1루서 넥센 박헌도의 타구를 백핸드로 처리하려다 뒤로 빠뜨렸다. 구원등판했던 봉중근이 서건창에게 우전 적시타를 허용해 3-3 동점. 봉중근의 세이브도 물거품이 됐다. 연장의 기운이 물씬 감도는 순간 공교롭게도 오지환이 9회말 선두타자로 타석에 들어섰다. 마운드에는 넥센 마무리 손승락이 버티고 있었지만 오지환은 기어코 우전안타를 때려냈다. 오지환은 임훈의 중전안타때 사력을 다해 3루까지 내달렸다. 3루를 노리기엔 짧은 안타였지만 과감한 선택과 폭풍같은 스퍼트가 돋보였다. 발 빠른 3루주자 오지환을 의식하지 않을 수 없었던 손승락은 결국 손주인에게 볼넷을 내줘 무사만루로 몰렸다. LG는 박용택의 끝내기 중전적시타로 4-3으로 승리했다.

조용히 마무리될 수 있었던 승부는 오지환으로 인해 격변에 휩싸였다가 오지환으로 인해 마침표가 찍혔다. 승리의 발판을 놓는 안타를 때린 뒤 결승득점까지 올린 오지환은 동료들의 축하세리머니를 받는 동안 눈물까지 찔끔거렸다. 오지환은 이날 휴식 차원에서 벤치를 지키다 8회초 수비 때 교체투입됐다. 단 2이닝 만에 자신의 존재감을 확실하게 보여준 오지환은 이튿날인 23일 넥센전에서도 막강한 ‘지배력’을 과시했다. 4회 2사 만루서 대타로 나섰지만 3루수 플라이로 고개를 떨궜고, 5회에도 2사 만루서 2루 땅볼에 그쳐 경기를 어렵게 끌고 갔다. 그러나 4-4로 연장 승부로 끌려들어간 10회 1사 후에는 넥센 오재영과 10구째까지 가는 끈질긴 승부 끝에 통렬한 끝내기 우월 솔로홈런으로 승부에 마침표를 찍었다. 오지환의 데뷔 첫 끝내기 홈런이었다. 시즌 18호, 통산 261호.

오지환은 “끝까지 포기하지 않고 끈질기게 승부한 것이 좋은 결과로 이어졌다. 어제 결정적 실수을 한 것이 계속 마음에 남아 경기 전부터 더 집중하려고 했다. 많은 팬들이 응원해주시는데 끝까지 좋은 모습 보여드리겠다”고 소감을 밝혔다.

jin@sportsseou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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