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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BA의 아프리카 시범경기에 깜짝 출전한 하킴 올라주원.출처 | 휴스턴 로키츠 트위터

[스포츠서울] 지난 1일 남아프리카공화국 요하네스버그에서 사상 처음으로 미국프로농구(NBA) 시범경기가 열렸다. 루올 뎅(마이애미 히트)과 보리스 디아우(샌안토니오 스퍼스) 등 아프리카 출신 NBA 선수들로 구성된 ‘팀 아프리카’와 파우 가솔(시카고 불스)과 브래들리 빌(워싱턴 위저즈) 등 유럽 및 미국 선수들로 짜여진 ‘팀 월드’가 대결을 펼쳤다. 2쿼터에는 나이지리아 태생인 하킴 올라주원과 콩코에서 태어난 디켐베 무톰보가 자신들의 옛 유니폼을 입고 잠시 코트에 나서기도 했다. 역사적인 순간에 걸맞는 레전드들의 등장이었다.

올라주원과 무톰보의 존재, 게다가 남수단, 세네갈, 가나, 콩고, 나이지리아, 카메룬 출신들로 한 팀을 꾸릴 수 있다는 사실은 아프리카와 NBA의 관계를 잘 말해준다. 2015~2016시즌 NBA 로스터에 포함될 예정인 아프리카 출신 선수는 버락 오바마 대통령을 매료시킨 뎅을 포함해 역대 최다인 아홉 명, 여기에 야니크 모레이라(앙골라) 등 프리시즌 계약을 맺은 두 명까지 합류하면 한 시즌에 무려 열한 명이 NBA 무대에서 뛰게 된다. 이번 시범경기는 브라질과 중국, 유럽에 이어 아프리카 대륙을 겨냥한 NBA의 글로벌 전략의 일부분이다. 남아공에서 직접 시범경기를 지켜본 애덤 실버 커미셔너는 “아프리카에서 프리시즌 경기가 열리는 것은 시간 문제”라고 말했다. 더 나아가 정규시즌 경기도 계획하고 있다는 것이다. 그만큼 아프리카에서의 성공을 자신하고 있다.

그러나 아프리카에서 NBA의 성공을 확신하기는 이르다. 유럽 문화의 영향을 크게 받은 아프리카에서 축구의 인기는 절대적이다. 1990년 이후 아프리카 국가들이 월드컵에서 좋은 성적을 올리면서 열기는 더 뜨거워졌다. 농구가 경쟁하기에는 너무 벅찬 상대다. 이번 NBA 시범경기에 관심이 쏠렸지만 아직까지는 호기심 차원이다.

아프리카에서의 첫 시범경기 입장권은 발매한 지 1시간이 채 안돼 다 팔렸다고 한다. 경기가 열린 엘리스 파크 아레나는 4000석 규모. 그런데 경기가 시작된 뒤에도 빈 자리가 눈에 띄었다. 같은 날 열린 소웨토 지역 축구 더비 카이저 치프스-올랜도 파이어리츠전의 영향이 있었던 것이다. 축구 경기는 9만4000석이 매진됐다. 남아공의 인기 스포츠는 축구와 럭비, 크리켓이다. 국내 농구리그가 있지만 관중이 많지 않다. 남아공은 아프리카 지역 농구대회에서 좋은 성적을 낸 적이 없다. 이번 시범경기에서도 ‘팀 아프리카’에는 남아공 선수가 한 명도 없었다. 그런데도 남아공에서 경기를 한 것은 다른 지역의 관심이나 인프라는 더 열악한 까닭이다. NBA에서 뛸 우수한 자원은 많아도 NBA가 인기 스포츠로 자리잡기는 쉽지 않은 곳이 아프리카인 셈이다.

흥미로운 것은 아프리카에 농구 붐을 조성하기 위해 이번 시범경기에 참가한 올라주원과 무톰보가 모두 축구를 했었다는 사실이다.

나이지리아의 대도시 라고스의 중산층 가정에서 자란 올라주원은 열다섯 살이 되어서야 농구를 시작했다. 그 이전에는 축구선수였다. 청소년 축구대표로 아프리카선수권대회에 출전하기도 했다. 큰 키와 재능이 미국 스카우트의 눈에 띄어 휴스턴대학으로 유학, 본격적으로 농구를 시작했고 드래프트를 통해 NBA에 입성한 첫 아프리카인이 됐다.

자이레(지금의 콩고)의 킨샤샤에서 태어난 무톰보가 어린 시절 좋아했던 스포츠도 축구였다. 1990년 이탈리아월드컵에서 카메룬이 8강에 진출하며 돌풍을 일으켰고, 1994년 미국월드컵에서는 나이지리아가 16강에 올랐다. 무톰보도 월드컵 스타를 꿈꾸는 골키퍼였다. 그러나 형과 아버지의 권유로 농구를 시작했고 조지타운대학으로 유학, 다른 인생을 살게 됐다.

올라주원은 NBA 선수로 활약하면서 코트 안팎에서의 훌륭한 품성으로 사랑받으며 ‘드림’이라는 별명을 얻었다. 그는 “NBA에 아프리카 선수들이 많다. 아프리카 팀이 올림픽에서 다른 나라들과 메달을 다투게 되기까지 그리 오래 걸리지 않을 것으로 생각한다”고 말했다. 지금 당장은 농구가 큰 인기를 얻지 못할 수도 있지만 발전 가능성과 잠재력은 충분하다는 것이다. NBA는 축구의 대륙 아프리카에서 성공을 거둘 수 있을까?

체육부 선임기자 bukra@sportsseou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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