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자료2]_싱가포르항공_B777-300ER
여느 때보다 높아진 좌석에 대한 항공 소비자의 니즈에 맞춰 프리미엄 이코노미 석을 도입하기로 한 싱가포르항공 여객기.

[스포츠서울]“보다 넓게, 보다 편하게, 보다 폼나게” 편안한 비행에 대한 소비자들의 열망이 어느 때보다 뜨겁다.
지난 한해 해외로 여행을 떠난 한국인은 무려 1500만명. 이젠 주변에서 ‘비행기 한번도 안타본 사람’을 더이상 찾아볼 수 없는 지경이다. 특히 20~30대 젊은 회사원 가운데는 연간 서너 번씩 해외여행을 떠나는 이들도 쉽게 만날 수 있다.

이쯤되다 보니 이전에는 단순히 어디론가 여행을 떠난다는 것에 모든 것을 맞추던 것이, 이젠 항공사와 호텔 등 ‘여행의 과정’에 대해서도 주목하기 시작했다.
해외여행 경험이 축적되면서 여행목적지 뿐 아니라 과정에 대해서 높은 안목과 요구(Needs)가 형성되기 시작했기 때문이다.

특히 비행기 좌석에 대한 기대치는 어느 때보다 뜨겁다. 항공사들은 이같은 소비자들의 요구에 대해 ‘넓고 편한 좌석’으로 대응하고 있다. 좌석의 기본개념이던 이코노미 좌석보다 한단계 업그레이드된 ‘프리미엄 이코노미(컴포트)’좌석, 앞뒤 간격이 보다 넓은 엑스트라 레그룸 시트(비상구 좌석), 옆 좌석을 비워서 가는 옵션이 인기를 끌고 있다. 사실 여행은 좌석에서부터 시작하는 셈이다.

◇비상구 좌석, 편한 여행의 전략적 선택
저비용 항공사(LCC)인 제주항공이 국내 최초로 좌석 지정 옵션을 판매 중이다. 노선에 따라 1만5000~2만원(국내선은 5000원)을 내고 미리 좌석을 지정하면 앞좌석과 비상구 좌석을 확보할 수 있다.

보통 기종에 따라 18~28석 정도가 배치된 ‘칸막이 앞 좌석’과 ‘비상구 좌석’은 같은 이코노미 등급이지만, 앞 뒤 간격이 훨씬 넓다. 비록 뒤로 시트를 더 젖힐 수는 없지만 앞다리를 쭉 펼 수 있을 만큼 넓은 레그룸이 확보된다.

특히 가장 넓은 비상구 좌석은 ‘명당’으로 소문났지만 이러한 넓은 좌석은 ‘비행기 좀 안다는 이’들로 부터 인기가 많아 공항 항공사 카운터에선 ‘비상구 좌석 배정’을 놓고 곧잘 실랑이가 벌어지곤 한다. 주로 카운터가 열리자마자 일찌감치 왔는데 왜 비상구 좌석이 다 나가고 없냐는 등의 항의다.

하와이안항공_승무원의_알로하
하와이안항공은 인천~호놀룰루 구간에 좀더 넓고 쾌적한 프리미엄 이코노미석을 운영 중이다.

캐세이패시픽 항공과 에어프랑스, 유나이티드에어라인(UA) 등 일부 외국계 항공사는 아예 비상구 좌석을 ‘엑스트라 레그룸 시트’란 이름으로 판매하는 경우도 있다. 항공사와 노선에 따라 다르지만 UA 인천~샌프란시스코 구간 비상구 좌석에 편도 197달러(약 20만원)를 더 받는다. 에어프랑스는 인천~파리 구간에 90유로(약 11만원), 캐세이패시픽은 인천~홍콩 구간에서 25달러(약 2만8000원)를 추가요금으로 받고 있다.

하지만 긴급재난 시 승무원과 함께 승객 탈출을 도와야 하는 의무가 주어지는 비상구 좌석에 돈을 받고 승객을 골라 태우는 것에 대해선 상업적이라는 비판이 일고 있다. 각 항공사들은 비상구 좌석 판매에도 일정 자격기준을 두고 있지만, 기본적으로 수익이 목적이라 주(主)와 부(副)가 바뀌었다는 지적이다.

한 국적 항공사 남성 승무원은 “원래 언어구사나 신체건강, 판단력 등에 결격사유가 없어야 비상구 승객으로서 임무를 다할 수 있다”며 “아무나 편하게 가기 위해 돈을 더 내겠다는 사람을 비상구 좌석에 배정한다면 원래의 취지에 어긋하는 것 아니냐”고 말했다.

[사진자료2]_싱가포르항공_B777-300ER
싱가포르항공의 프리미엄 이코노미 석의 좌석 폭은 46.99~49.6㎝에 약 20㎝까지 뒤로 기울일 수 있다. 13.3인치 풀 HD 모니터와 함께 노이즈 캔슬링 기능 헤드폰을 제공하며 좌석에는 전원, USB 포트 2개, 개인 독서등, 테이블과 함께 개인 보관 공간도 마련했다.


◇경제적이지만 ‘웃돈’?, 프리미엄 이코노미 클래스
현재 외국계 항공사들은 ‘프리미엄 이코노미 클래스’운영 열풍이다. 또는 이코노미 컴포트 석이라 불리는 이 생소한 이름의 좌석 클래스는 바로 이코노미 석을 좀 넓게 설계한 것이다. 앞뒤 좌석도 15~20㎝ 넓고 등받이도 최대 20㎝ 가량 좀더 기울일 수 있지만, 아예 110~180도까지 시트를 젖힐 수 있는 비즈니스 석과 비교하면 여전히 차이가 난다.

하지만 이를 이용해 본 소비자들의 재구매율은 높다. 올해 초 서울~호놀룰루~라스베이거스 구간 중에 하와이안 항공의 프리미엄 이코노미 석을 이용해 본 한 이용자는 “비행구간이 길어 이코노미 석에 앉아서 갈 때보다는 훨씬 편하게 쉴 수 있었다”며 만족을 표시했다.

이용자에게는 넓은 좌석 이외에도 수하물 범위 확대와 일부 항공사의 경우, 수하물 우선처리와 기내식도 좀더 다양하게 제공한다.

현재 한국 취항 항공사 중에는 델타, UA, 터키, 러시아 아에로플로트, 영국항공, 루프트한자 독일항공, 에어프랑스, 케세이패시픽, 에어캐나다, 싱가포르항공(도입예정) 등이 앞다퉈 프리미엄 이코노미 석을 운용하고 있다.

이코노미석보다 가격이 50% 가까이 비싸고 할인율도 적어 가격이 만만찮지만 시장의 반응은 좋다. 인터파크투어 박정현 항공팀장은 “아직 잘 안려졌는데도 (프리미엄 이코노미석이 있는 지를)먼저 물어보는 경우가 있다. 이럴 경우 가격이 크게 차이나지 않으면 100% 구매한다”고 밝혔다.

한편 국적 항공사의 경우, 아직 프리미엄 이코노미 석을 운영하고 있지 않다.
대한항공은 “구미 항공사들의 이코노미 석이 31인치 정도인 반면, 우리는 34인치로 기본적으로 넓기 때문에 이같은 좌석은 필요없다”며 “비상구 석 역시 현재와 같이 추가요금 없이 무료로 서비스할 계획”이라고 했다. 아시아나항공은 “프리미엄 이코노미 석 도입은 검토한 바 있지만 아직 구체적으로 나온건 없다”고 밝혔다.
이우석기자 demory@sportsseou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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