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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서울] “(제가) 주전으로 뛸 수 있을까요?”
프로 16년차 베테랑 유격수 박기혁(34·kt)이 스프링캠프를 떠나기 전 걱정스러운 표정으로 되물었다. 프리에이전트(FA) 자격을 얻어 11억 4000만원을 kt로 이적했고, 1군에 데뷔하는 신생팀의 주전 유격수로 낙점된 듯 했다. 하지만 박기혁은 “살아남아야 한다. 기회를 얻을 수 있을지 나 자신에게 계속 되묻고 있다”고 말했다. 진지한 표정으로 불투명한 자신의 미래에 물음표를 던졌고, 스프링캠프에서 그 답을 찾기 위해 구슬땀을 흘리고 있는 것이다.
의심할 만 하다. 2009년 월드베이스볼클래식 국가대표 유격수로 뛸 때까지만 해도 손시헌(35·NC)과 함께 대표팀을 이끌어 갈 최고의 유격수로 손꼽혔다. 2008년 자신의 커리어 하이인 타율 0.291 36타점 16도루를 기록하며 완성형으로 거듭났다는 평가를 받았기 때문이다. 하지만 2009년 컨디션 조절 실패로 부진에 빠졌고, 2010년 복사뼈 골절을 당해 광저우 아시안게임 대표팀에 승선하지 못한채 공익근무요원으로 그라운드를 잠시 떠났다. 2013년 1군에 복귀했지만 5월 종아리 근육통으로 다시 재활군에 등록됐고 지난해 시범경기 개막을 앞두고 엄지손가락 골절로 사실상 전력외로 분류됐다.
우여곡절 끝에 FA자격을 얻었고, kt에서 새로운 인생을 시작하게 됐지만 기대보다 두려움이 앞서는 것도 ‘과연 시즌을 소화할 수 있는 체력이 될까’ 싶은 스스로에 대한 불확신 때문이다. 겨우내 사이판에서 강도높은 훈련으로 체력다지기에 열을 올렸고, 스프링캠프에서도 많이 뛰며 체력을 키우고 있다. 그는 “경기를 뛸 수 있는 몸을 만들어야 한다. 펑고도 많이 받고 정신적으로 단단해 질 수 있도록 스스로 노력하는 수밖에 없다. 경쟁할 수 있는 몸을 만들어 놓으면, (경쟁에서)이길 자신은 있다. 올해는 나도 뭔가 해야한다”며 의지를 다졌다.
박기혁이 수비에서 중심을 잡아주면, 선수단 운영도 수월해진다. 조범현 감독은 “베테랑 내야수라 수비에서 기대하는 부분이 크다. 센스가 있는 선수라 체력만 뒷받침되면 시즌을 꾸려가기가 한결 편한다. 상황에 따라 박경수가 유격수로 출장하는 경우도 생기겠지만, 우선은 (박)기혁가 풀타임을 소화할 수 있도록 몸을 만들어줘야 한다”고 말했다. 자신에게 끊임없이 물음표를 던지는 박기혁도 조 감독의 기대와 생각을 잘 알고 있다. 그래서 더 필사적으로 답을 찾기 위해 노력하는 것이다. 노력을 통해 답을 찾을 수 있을까. kt 스프링캠프의 화두 중 하나다.
장강훈기자 zzang@sportsseou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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