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대 사망원인 1위가 자살, 스트레스 공화국
성적·실패·관계 단절 등에 ‘몸 쓸 시간’ 부족
신체활동 부족 인구 61% OECD 회원국 1위
“다양한 경험 제한할수록 감정조절 능력 상실”
국민주권정부가 출범 1주년을 맞이한다. 문화체육관광부는 최근 ‘대한민국 정책브리핑’ 홈페이지를 통해 이재명 정부 출범 1주년 주요 성과를 공개했다. 불법 비상계엄 등으로 무너진 민주주의 가치를 회복하고, 코스피 수직 상승과 수출 호조 등 경제 재건을 위한 노력도 게을리하지 않았다. 지방정부 발전을 위한 각종 제도와 정책 등도 주목할 만한 성과다. 그러나 청와대나 문체부 모두 출범 1년이 다 되도록 이렇다 할 체육 정책 하나 내놓지 않고 있다. 스포츠서울은 정부 출범 1주년을 맞아 스포츠정책이 단순한 체력단련이 아닌 정신건강 강화 등 복지정책과 떼려야 뗄 수 없는 이유를 짚는다. 해외 사례뿐만 아니라 전문가 인터뷰 등 총 세 차례에 걸쳐 현실을 짚고 대안을 제시한다. <편집자 주>

[스포츠서울 | 장강훈 기자] 미국 텍사스주 맥키니는 인구 20만 명의 작은 도시다. 맥키니에 있는 TPC 크레이그 랜치에서 22일(한국시간)부터 26일까지 미국프로골프(PGA) 투어 대회가 열렸다. CJ그룹이 지원하는 ‘더 CJ컵 바이런 넬슨’이 그 무대. 대회가 열리는 나흘 간 맥키니 인구 수보다 많은 24만여 명이 대회장을 찾았다.
놀라운 사실은 어린이와 청소년 갤러리가 적지 않았다는 점. 중장년층이 주요 고객인 한국 프로골프와 차이가 극명했다. 가족단위 갤러리도 많았고, 친구들끼리 삼삼오오 나들이 나온 청소년도 여럿 눈에 띄었다.

선수들의 플레이를 즐기는 아이들도 많았지만, 밝은 표정으로 코스 이곳 저곳을 뛰어다니는 아이들도 많았다. 18번홀 그린에서 스코어카드 접수처로 향하는 길목엔 선수들의 사인을 받기 위해 줄 선 어린이들로 인산인해를 이뤘다.
거리에서 어렵지 않게 볼 수 있는 각종 스포츠 그라운드는 늘 아이들로 붐볐다. 마침 26일이 미국의 현충일인 메모리얼데이여서 마음껏 뛰어노는 어린이를 어렵지 않게 볼 수 있다. 야구나 축구 등 구기 종목이 아니더라도 잔디밭을 뛰어다니며 함박웃음을 짓는 천진난만한 미소는 한국에서는 쉽게 볼 수 없는 풍경이다.

국내 현실은 어떨까. 우선 숫자부터 보자. 한국의 아동·청소년 자살률은 인구 10만 명당 3.9명(2023년 현재)이다. 통계를 작성하기 시작한 2000년 이후 가장 높다. 15~18세 자살률은 11.4명으로 6년 연속 증가세다. 10대 사망 원인 1위이기도 하다.
2024년 한 해 스스로 목숨을 끊은 학생은 221명. 2017년보다 두 배가량 늘었다. 중고등학생의 42.3%가 일상에서 심한 스트레스를 느낀다. 14년 만에 가장 높은 수치다. 원인은 성적 압박과 실패에 대한 공포, 또래와 관계 단절 등이다. 더불어 ‘몸 쓰는 시간의 실종’ 또한 무시할 수 없는 원인이다.

근거도 있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가 발간한 ‘한눈에 보는 건강 2025’에는 한국의 신체활동 부족 인구 비율이 61%다. 38개 회원국 중 1위다.
몸 쓸 시간이 없다. 소위 ‘취미반’ 운동을 시작하는 초등학교 3학년을 기준으로 보자. 오전 8시 등교해 오후 2시에 하교한다. 곧장 영어, 수학, 논술학원 등을 뺑뺑이 돈다. 귀가하면 오후 10시. 뛰어놀 시간 자체가 없다.
부모들은 “이게 맞나 싶다. 하지만 멈출 수도 없다. 우리 아이만 뒤처질 것 같은 공포 때문”이라고 푸념한다. 학부모가 느끼는 공포가 아이들이 뛰어놀아야 할 운동장을 학원으로 바꿔놓았다.

정신건강 전문가들은 이 현상을 ‘발달 박탈’이라 부른다. 협동하고, 부딪히고, 땀 흘리고, 패배 후 다시 일어서는 경험이 차단될수록 아이의 뇌는 감정 조절 능력을 잃는다. 스포츠나 음악·미술 등을 ‘뇌 발달의 필수 연료’로 부르는 이유다.
미국 텍사스주 댈러스에서 활동하는 임상심리학자 제시카 고메즈 박사는 “악기를 배우는 건 새로운 언어를 배우는 것과 같다. 뇌의 여러 부분을 동시에 키운다. 몸을 움직이는 것도 마찬가지다. 학교에서 수학과 과학을 가르치는 건 당연하지만, 예술과 체육을 없애면 안 된다. ‘온전한 사람’으로 성장할 기회를 박탈하기 때문”이라고 강조했다.

고메즈 박사는 “성장기에는 공부든 예체능이든 결과가 아닌 과정 자체가 중요하다. 오직 1등, 입상에 모든 것을 쏟아부으면 목표가 자신의 전부인 ‘정체성’이 될 수밖에 없다. 이런 아이들은 목표를 상실하면 아무것도 남지 않게 된다. 승리라는 성취감보다 공부나 예체능을 하는 과정 속에 느끼는 ‘재미’가 내제적 동기를 자극해 올바른 사회적 인간으로 성장할 자양분이 된다”고 강조했다.
한국 사회는 아이들에게 ‘바르게 성장할 연료’를 빼앗고 있다. 정부가 방관하는 것 또한 부정할 수 없는 사실이다.
이재명 대통령은 높은 자살률을 “전 세계적 망신”이라고 한탄했다. 그러나 정부가 내놓은 처방전에는 운동장은 보이지 않았다. zzang@sportsseou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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