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난세의 영웅’ 김웅빈, 2G 연속 끝내기
19일 끝내기 홈런→20일 끝내기 안타
“노력에 보답받지 못해 속상한 적 있었다”
주전 생각 NO…“1군서 야구할 수 있어 감사”

[스포츠서울 | 고척=이소영 기자] “1군에서 야구할 수 있다는 사실 자체가 감사하다.”
한동안 ‘패배 의식’에 젖어 있던 키움에 난세의 영웅이 등장했다. 무명 유망주였던 김웅빈(30)이 연이틀 끝내기 결승타를 터뜨리며 국가대표 마무리 조병현(24)을 무너뜨렸다. 그는 “아직 주전이라 생각하지 않는다. 매 타석이 소중하다”며 벅찬 마음을 전했다.
사령탑은 “분위기는 분위기일 뿐”이라며 확대 해석을 경계했지만, 최근 키움의 상승세가 심상치 않다. 19·20일 이틀 연속 끝내기 승리를 거두며 3연승을 질주했고, 승률도 4할대로 끌어올렸다. 최근 10경기 성적 역시 6승1무3패로 이 기간 3위다.

무엇보다 이 ‘낭만 드라마’의 중심엔 김웅빈이 있다. 2015년 SK(현 SSG)에 입단한 김웅빈은 프로 무대를 밟기도 전인 2016년 2차 드래프트를 통해 넥센(현 키움) 유니폼을 입었다. 데뷔 첫 타석에서 홈런을 쏘아 올리며 기대를 모았지만, 끝내 유망주 꼬리표를 떼지 못했다. 오랜 기간 2군에서 인고의 시간을 견딘 그는 이틀 연속 끝내기 홈런과 안타로 팀 승리의 주역으로 떠올랐다.
공교롭게도 끝내기 희생양은 모두 조병헌이었다. 김웅빈은 20일엔 9회말 1사에서 좌측 담장을 넘기는 끝내기 홈런으로 팀 승리를 이끌었고, 21일에도 상대가 흔들리는 틈을 파고들어 끝내기 안타로 해결사 역할을 해냈다. 개인 두 번째이자, 두 경기 연속 끝내기 기록은 KBO리그 역대 6번째다.
경기 후 김웅빈은 얼떨떨한 표정으로 “인생에서 이런 경험은 쉽게 찾아오지 않을 것 같다”고 말했다. 이어 “고향 친구들도 축하해주면서 놀리기도 한다”며 “선수들에게도 ‘잘 버텼다’, ‘고생했다’는 연락이 많이 왔다”고 미소 지었다.


2군 시절 스승이자 롯데 전 감독인 허문회 감독에겐 직접 소식을 전했다. 그는 “지금까지 버틸 수 있었던 건 감독님 덕분이라고 말씀드렸다”며 “기술적인 부분도 정말 많이 배웠다. 감사드린다”고 했다. 사령탑 또한 “퓨처스에서 보면 안타까웠던 선수”라며 “희박한 기회 속에서도 포기하지 않고 기회를 잘 잡았다”며 대견해했다.
빛을 보기까지 오랜 시간이 걸렸다. 김웅빈은 “아직 주전이라 생각하지 않는다”며 “매 타석이 소중하고, 수비도 열심히 하려 한다. 1군에서 야구할 수 있다는 것만으로도 감사한 마음”이라고 힘줘 말했다.
그러면서 “나 자신을 믿었다. 남들보다 배로 노력한다고 생각했는데, 그 노력에 보답받지 못하는 것 같아 속상할 때도 있었다”며 “오윤 감독님께서도 열심히 하면 언제든 결과가 따라올 것이라고 다독여주셨다. 결국 기회에 부응하는 건 내 자신이기 때문에 최선을 다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꿈같은 현실에 들뜨지 않겠다는 각오다. 김웅빈은 “요즘 팀의 뒷심이 좋아진 것 같다”며 “힘들어도 역전할 기회 만들어가고 있다. 커리어적으로나 인생으로나 큰 밑거름이 될 것”이라고 다짐했다. sshong@sportsseou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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