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서울 | 함상범 기자] K팝 보이그룹 생태계엔 의심스러운 지점이 분명히 있다. 해외에서 수백만 장의 앨범을 팔아치우고 빌보드 차트를 뚫어도, 정작 국내 음원 차트에서는 흔적조차 찾기 힘든 지점이다. ‘그들만의 리그’에 갇혀 대중성과 철저히 괴리되는 현상이다. 데뷔 9개월 차 신인 보이그룹 코르티스(Cortis)가 이 견고한 딜레마를 가볍게 박살 내고 있다.

미국 음악 전문 매체 빌보드가 18일 발표한 예고 기사에 따르면, 코르티스의 미니 2집 ‘그린그린’은 메인 앨범 차트 ‘빌보드 200’(5월 23일 자) 3위에 랭크됐다. 데뷔 앨범(15위)에서 무려 12계단을 수직 상승한 수치다.

특히 최근 5년 내 데뷔한 보이그룹을 통틀어 ‘톱3’ 고지를 밟은 팀은 코르티스가 유일하다. 8주 연속 톱 10을 지키고 있는 방탄소년단(BTS)과 함께 나란히 차트에 이름을 올렸다. 더할 나위 없이 방탄소년단의 계보를 잇는 그룹으로 성장하고 있다.

코르티스의 진짜 파괴력은 빌보드가 아닌, 대중의 영역인 ‘국내 지표’에서 터져 나왔다.

미니 2집 타이틀곡 ‘레드레드’는 지난주 국내 음악방송 5사 1위를 싹쓸이하며 ‘그랜드슬램’을 달성했다. 놀라운 것은 음원 성적이다. 15일 자 멜론 일간 차트 2위, 벅스 6일 연속 1위 등 장기 집권 체제에 돌입했다. 팬덤의 ‘스밍(스트리밍) 총공’만으로는 절대 유지될 수 없는 최상위권 순위다.

난해한 세계관과 강렬한 퍼포먼스에 치중하던 기존 보이그룹의 공식을 버리고, 귀에 꽂히는 선율과 이지리스닝을 택한 영리한 기획이 대중의 플레이리스트를 관통한 것이다.

오프라인 무대는 이들의 대중성을 확인할 수 있는 가장 확실한 시험지다. 최근 단국대와 홍익대 축제 무대에 오른 코르티스는 30여 분의 공연 동안 엄청난 떼창을 이끌어냈다. 통상적으로 대학 축제는 대중적 히트곡이 많은 걸그룹이나 힙합 아티스트들의 전유물로 여겨지며, 보이그룹에게는 ‘무덤’과도 같다. 데뷔 1년도 채 되지 않은 이들이 그 냉정한 축제 현장을 장악했다는 것은 대중의 확고한 선택을 받았는 걸 의미한다.

코어 팬덤의 결집력으로 밀어 올린 ‘빌보드 3위’와 대중의 선택으로 만들어낸 ‘멜론 2위 및 축제 떼창’. K팝 역사상 가장 달성하기 어렵다는 ‘두 마리 토끼’를 코르티스는 단 9개월 만에 잡아냈다. 5세대의 치열한 격전지 속에서, 코르티스는 더 이상 ‘유망주’가 아니다. 수치와 현상으로 스스로를 증명해 낸 완성형 ‘넥스트 아이콘’이다. intellybeast@sportsseoul.com

기사추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