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중 정상회담 핵심은 ‘협력’보다 ‘관리된 경쟁’

중동 리스크와 글로벌 불안정성에 대비한 다층적 외교 전략 필요

“한국의 전략적 선택, 더 이상 미룰 수 없다”

[스포츠서울 | 이상배 전문기자] 미중 정상회담 이후 국제질서가 빠르게 움직이고 있다. 회담 직후 러시아 푸틴 대통령의 중국 방문이 이어지고, 한일 정상회담과 한미 간 전략 소통까지 본격화되면서 동북아 전체가 거대한 외교 재편 국면에 들어가는 모습이다. 이제 정상외교는 단순한 만남이 아니라, 패권 경쟁 속에서 각국이 생존 전략을 재정비하는 무대가 되고 있다.

이번 미중 정상회담의 핵심은 ‘협력’이 아니라 ‘관리된 경쟁’으로 보는 것이 타당할 것이다. 미국과 중국은 공급망 안정과 경제협력을 언급했지만, 반도체·AI·대만·군사안보 문제에서는 강경한 입장을 유지했다. 경제와 안보를 분리하던 시대는 사실상 끝났다. 첨단기술과 공급망, 에너지와 해상물류까지 모두 국가안보의 영역으로 들어가고 있다.

특히 트럼프 대통령이 중국 방문 직후 일본 총리와 통화하고, 한국과도 긴밀한 소통 체계를 유지하고 있다는 점은 의미가 크다. 미국이 동맹국들과 함께 중국 견제 체계를 강화하려는 움직임이 더욱 분명해지고 있기 때문이다. 여기에 중국은 푸틴 대통령과의 연대를 통해 미국 중심 질서에 맞서는 전략 축을 강화하고 있다. 미중 경쟁 속에서 중러 협력 역시 더욱 공고해지는 흐름이다.

이 과정에서 한국의 입지는 더욱 복잡해지고 있다. 안보는 미국에 의존하지만 경제는 중국과 긴밀히 연결돼 있고, 공급망과 에너지 안보 측면에서는 일본과의 협력 필요성도 커지고 있다. 과거처럼 ‘안보는 미국, 경제는 중국’이라는 단순 균형 전략만으로는 대응하기 어려운 시대가 된 것이다.

결국 지금 세계는 경제·안보·기술·에너지가 하나로 연결된 복합 패권 경쟁 시대로 들어가고 있다. 문제는 그 중심에 대한민국이 있다는 점이다.

이제 한국에 필요한 것은 감정이나 이념이 아니라 철저한 국익 중심의 현실 전략이다. 공급망 다변화와 첨단기술 자립, 에너지 안보 강화와 외교 리스크 분산을 동시에 추진해야 한다. 반도체·배터리·AI 같은 전략산업에서는 단순 생산국이 아니라 기술 주도국으로 도약해야 한다.

외교도 더욱 정교해져야 한다. 한미동맹은 유지하되 중국과의 경제 관계를 안정적으로 관리하고, 한일 협력을 통해 공급망과 경제안보 대응력을 높여야 한다. 중동 리스크와 글로벌 불안정성에 대비한 다층적 외교 전략 역시 필요하다.

이번 연쇄 정상외교는 단순한 외교 이벤트가 아니다. 세계질서 재편이 이미 시작됐다는 신호이며, 대한민국의 선택과 대응 속도가 국가 미래를 결정할 시간이 다가오고 있다는 경고라고 볼 수 있다. 이제 한국은 국제정세를 지켜보는 나라가 아니라, 스스로의 생존 전략을 결정해야 하는 시대 한복판에 있다.

sangbae0302@sportsseou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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