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스포츠서울 | 함상범 기자] ‘은밀하다’는 숨어 있어 겉으로 드러나지 않음을 뜻한다. tvN ‘은밀한 감사’는 이 사전적 정의처럼 수면 아래 감춰진 직장 내 풍기문란을 정조준한다. 은밀함과 풍기문란의 간극을 교묘한 형태로 드러낸다. 호감과 호의, 인간적인 배려 사이에서 아슬아슬하게 줄타기하는 관계들을 짚어내며 ‘과연 선을 넘었는가’를 치열하게 따진다.
마치 직장인 익명 커뮤니티 애플리케이션 ‘블라인드’를 시각화한 듯, 주위에서 흔히 벌어질 법한 이야기들이 극 안에 자연스럽게 녹아있다. 인간적인 선의로 청소하는 어머니를 도왔다가 불륜으로 오해받은 무광일(오대환 분) 팀장이나, 부회장의 호의에 감사해하다 못해 이성적 호감을 드러내는 비서 박아정(홍화연 분) 등이 그 예다. 공과 사의 경계에서 진실을 좇을 때 피어나는 인간적인 고뇌가 가장 큰 차별점이다.

‘은밀한 감사’는 초고속 승진의 주인공 주인아(신혜선 분) 실장과 노기준(공명 분)이 이끌어간다. 마치 제갈량이 천하를 훑어보듯 사내에서 벌어지는 모든 일을 완벽히 꿰뚫고 있는 주인아와 그의 수족이 되어 증거를 수집하는 노기준의 활약이 서사의 핵심이다.
두 사람의 콤비 플레이는 극의 긴장과 유머를 한껏 끌어올린다. 송곳 같은 대사를 빠르고 정확한 딕션으로 꽂아 넣는 주인아, 어수룩한 듯하면서도 원론적인 정의를 고집하는 노기준의 티키타카가 흥미를 유발한다. 코미디는 물론 장르물에도 능숙한 두 배우는 어떤 상황에서도 이질감 없는 앙상블을 빚어내며 시청자를 단숨에 몰입시킨다.
로맨스에 있어서도 두 사람의 관계는 자극적이고 묘하다. 사내 풍기문란을 감찰하는 두 사람은 조금씩 서로를 이해하며 흠모의 감정을 품는다. 키스는 했지만 사랑을 인정하지는 않는 모순된 관계다. 특히 주인아의 유일한 해방구인 ‘누드 모델’ 활동의 이면을 알게 된 노기준이 오히려 그녀에게 더 깊이 빠져드는 대목은 인상적이다.

진짜 사랑이라 할지라도 타인의 의심스러운 시선을 피할 수 없는 아이러니 속에서, 앞으로 나아가지도 물러서지도 못하는 이들의 모습은 사내 연애 앞에서 조심스러울 수밖에 없는 현대인의 삶을 거울처럼 비춘다.
이 지점에서 ‘은밀한 감사’의 진짜 매력이 폭발한다. 타인의 치부를 들춰내는 ‘감찰’이라는 무거운 소재를 다루면서도, 극은 결코 교조적인 태도를 취하지 않는다. 대신 짜릿한 희열이 터지는 경쾌한 코미디의 외피를 두른 채, 무엇이 진정한 윤리이고 정의인지 끊임없이 반문한다.
남의 스캔들을 씹고 뜯고 맛보는 사내 가십의 속성을 블랙 코미디로 영리하게 확장하고, 동시에 “과연 우리는 저 상황에서 완벽하게 떳떳할 수 있는가”라는 윤리적 딜레마를 넌지시 던진다.

결국 ‘은밀한 감사’는 쉴 새 없이 터지는 웃음과 도파민의 홍수 속에서, 직장 내 인간관계의 본질과 ‘선을 지킨다’는 것의 진정한 의미를 되새기게 만든다. 신혜선과 공명, 코미디의 타율을 정확히 아는 두 배우의 쫄깃한 시너지가 이 발칙하고도 깊이 있는 롤러코스터의 완벽한 엔진 역할을 해내고 있다. intellybeast@sportsseou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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