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서울 | 정동석 기자] 2026년 봄, 잠실 마운드에 기묘한 드라마가 쓰여지고 있다. 소속팀 없이 홀로 공을 던지던 ‘실업자’ 투수가 한국에 오자마자 리그 최강 타선을 잠재웠다. 두산 벤자민의 활약은 단순히 한 경기의 승리를 넘어, 외국인 선수 시장의 패러다임을 흔들고 있다.
◇ “준비된 자에게 캠프는 사치였다”

흔히 야구계에서는 ‘스프링캠프를 치르지 못한 선수는 시즌 중반 체력이 떨어진다’는 정설이 있다. 하지만 벤자민은 이 편견을 실력으로 부쉈다. 개인 훈련만으로도 150km에 육박하는 구속과 정교한 제구를 유지했다는 것은 그가 공백기 동안 얼마나 처절하게 복귀를 준비했는지 보여준다.
◇ 킬러의 진화, ‘경험’에 ‘신무기’를 더하다
벤자민이 무서운 점은 LG를 잘 안다는 ‘경험’에만 의존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그는 미국에 있는 동안 최근 트렌드인 스위퍼를 장착했고, 투심 비중을 높여 변신에 성공했다. LG 타자들은 익숙한 벤자민을 기대하고 타석에 들어섰지만, 전혀 다른 궤적의 공에 방망이를 헛휘둘렀다. 아는 적이 더 강해져서 돌아온 셈이다.
◇ 냉정한 비즈니스, 5만 달러의 가불기

두산 입장에선 7,400만 원으로 연패를 끊고 선발 로테이션을 안정시켰으니 이미 본전은 뽑았다. 이제 공은 구단으로 넘어갔다. 플렉센의 복귀 시점과 로그의 반등 여부가 변수지만, 현재의 벤자민을 내치는 것은 ‘필승 카드’를 스스로 버리는 꼴이 될 수 있다.
‘잠시 머물다 가는 손님’인 줄 알았던 벤자민이 이제 안방 주인의 자리를 위협하고 있다. 2026년 두산의 가을야구 운명은, 어쩌면 이 ‘행복한 알바생’의 계약 연장 여부에 달려있을지도 모른다. white21@sportsseou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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