韓 e스포츠, ENC 참가 거절
EF, 국가대표 직접 선발 통보
국가대항전이 맞는지 의문
한 국가 시스템을 무시한 ‘횡포’

[스포츠서울 | 김민규 기자] 선을 한참 넘었다. 그야말로 막무가내식 ‘횡포’다.
사우디아라비아가 주도하는 글로벌 e스포츠 대회 ‘2026 e스포츠 네이션스 컵(ENC)’이 한국e스포츠협회와 파트너십을 일방적으로 종료한 데 이어, 국내 선수와 관계자들을 직접 접촉해 국가대표를 꾸리겠다는 입장을 내놓으면서 논란이 걷잡을 수 없이 커지고 있다.
ENC 측은 스포츠서울에 “한국 국가대표가 ENC 참가한다는 약속에는 변함이 없다. 한국 e스포츠 커뮤니티가 세계적 위상에 걸맞게 대표될 수 있게 하겠다”며 “향후 일주일 동안 한국의 선수와 코치, 이해관계자들과 직접 소통하겠다”고 밝혔다.
말은 그럴 듯하다. 이는 주최 측이 직접 국가대표를 선발하겠다는 의미로 해석될 수 있다. 이 자체가 이미 선을 넘은 행위다.

ENC는 앞서 한국e스포츠협회를 ‘국가대표팀 파트너’로 선정했다. 일부 종목에서 선수 구성에 간접적으로 개입하려 했다. 특정 선수 포함 요구까지 있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결국 협회는 ENC 불참을 선택했다. 그러자 ENC가 선수·코치와 직접 접촉하겠다는 뜻을 내놨다.
한국e스포츠협회 관계자는 “이번 ENC는 우리가 쌓아온 국가대표 선발 시스템의 가치와 방향성과 맞지 않았다”며 “추가 협업을 이어갈 수 없게 된 점은 아쉽다”고 말했다.
한국 e스포츠 국가대표는 선발전, 포인트 시스템 등 엄격한 절차를 거쳐 뽑는다. 국제 기준에서도 모범 사례로 평가받는다. 외부 주최 측이 개입하는 순간, 공정성은 무너진다.

대한체육회 역시 강하게 선을 그었다. 대한체육회 관계자는 “국가대표는 공식 회원단체를 통해 선발된 선수만 인정된다”며 “협회를 거치지 않은 팀이 국가대표로 나서는 것은 있을 수 없다. 개인이나 팀 자격으로 참가한다면, 태극기나 ‘팀 코리아’, 국가대표라는 표현은 사용할 수 없다”고 강조했다.
ENC는 총운영비 4500만달러(한화 약 660억원), 상금 2000만달러(한화 약 295억원)를 내세운 초대형 대회다. 그러나 국가대항전의 본질은 ‘돈’이 아니다. 국가대표는 절차와 경쟁을 통해 선발되는 ‘상징’이다.

주최 측이 선수 풀을 구성하고, 원하는 선수들을 데려가는 순간 그 의미는 완전히 퇴색된다. 한 e스포츠 관계자는 “국가대표 구성에 간섭하는 것 자체가 도를 넘었다”며 “참여할 이유가 없다”고 지적했다.
ENC의 취지 자체는 나쁘지 않다. 국가대항전 정례화는 분명 의미가 있다. 방식이 문제다. 기존 시스템을 무시한 채, 돈과 플랫폼을 앞세워 찍어누르려 한다. 이런 ‘일방통행’이 없다.
국가대표는 초청장이 아니다. 흥행을 위한 캐스팅은 더더욱 아니다. 한국의 불참은 ‘태극마크의 기준’을 지키겠다는 선언이다. kmg@sportsseou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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