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서울 글·사진 | 음성=원성윤 기자] 충북 음성군 대소읍, 끝없이 펼쳐진 설비들 사이로 고소한 콩 향기가 진동한다. 매일 콩 90여 톤이 입고돼 신선한 두부로 재탄생하는 이곳은 풀무원의 핵심 생산기지인 음성 두부공장이다. 1984년 국내 최초로 포장두부를 선보이며 식탁의 혁명을 일으킨 풀무원은 닐슨 기준 20년 연속 시장 점유율 1위라는 금자탑을 쌓아 올렸다. ‘K-웰니스를 찾아서’ 세 번째 기획으로, 40년 두부 외길을 걸어온 풀무원의 기술력을 진두지휘하는 고명호 음성 두부공장장을 만나 그 비결을 들었다.

◇ ‘5도의 마법’과 정통 가마솥의 만남… 타협 없는 스마트 공정

공장에 들어서자 가장 먼저 눈에 띄는 것은 쉼 없이 돌아가는 자동화 라인이다. 하루 최대 30만 모를 생산해 내는 이 거대한 공정은 명절을 제외하면 1년 363일 24시간 내내 가동된다. 고명호 공장장은 “풀무원 두부의 힘은 전통과 첨단의 조화에 있다”며 “우리 선조들이 가마솥에 콩을 삶고 맷돌로 갈던 그 정통 방식을 현대적인 스마트 팩토리 시스템으로 완벽하게 구현해낸 것이 핵심”이라고 강조했다.

풀무원 두부가 20년 넘게 정상을 지킬 수 있었던 일등 공신은 ‘5도의 마법’이라 불리는 콜드체인 시스템이다. 두부는 단백질 함량이 높아 변질되기 쉬운 예민한 식품이다. 음성공장은 85도의 고온에서 열탕 살균을 거친 직후, 곧바로 3도씨의 냉각수에 담가 두부 중심 온도를 5도씨 이하로 떨어뜨린다. 고 공장장은 “이 공정을 거쳐야만 방부제 없이도 국내에서는 15~20일, 미국 수출용은 120일까지 신선함을 유지할 수 있다”며 “전국 유통 차량에도 온도 센서를 부착해 실시간으로 관리하는 철저함이 풀무원의 자부심”이라고 덧붙였다.

경쟁사와의 차별점도 확실하다. 일본식 냉두유 방식을 사용하는 일부 경쟁사와 달리, 풀무원은 뜨거운 두유에 간수를 넣는 정통 방식을 고수한다. 공정은 훨씬 까다롭지만, 특유의 고소한 풍미와 탄력 있는 식감을 살리기 위한 타협 없는 고집이다. 고 공장장은 “기술자들 사이에서 풀무원은 두부 사관학교로 통한다”며 “국내 주요 식품 기업의 두부 부문 임원들이 대부분 풀무원 출신일 정도로 우리의 노하우는 독보적이다”라고 자신감을 내비쳤다.

◇ 적자 버틴 10년 뚝심…미국 식탁 점령한 맞춤형 K-두부

이러한 기술력은 이제 국내를 넘어 세계 시장으로 뻗어나가고 있다. 특히 미국 시장에서의 성공은 경이로운 수준이다. 초기 10년이 넘는 적자 기간에도 식물성 단백질 시대가 올 것이라는 확신으로 투자를 멈추지 않았다. 현재 풀무원은 미국 두부 시장 점유율 70% 이상을 차지하며 압도적 1위를 달리고 있다.

고 공장장은 “미국인들은 두부를 찌개용이 아닌 고기 대체재인 스테이크나 샐러드용으로 소비한다”며 “현지 식문화에 맞춰 형태 유지가 잘되는 아주 단단한 두부를 개발해 낸 것이 시장을 홀린 비결”이라고 설명했다. 현재 음성공장의 숙련된 엔지니어들은 미국 현지 공장에 파견돼 기술을 전수하며 글로벌 품질 상향 평준화를 이끌고 있다.

◇ HMR 진화부터 친환경까지…지속가능한 웰니스를 향해

공장의 진화는 현재진행형이다. 최근에는 두부면, 두부 텐더 등 가정간편식(HMR) 수요에 맞춰 생산 라인을 다각화했다. 고 공장장은 “밀가루 대신 콩 단백질을 섭취하려는 건강 지향적 소비자가 늘면서 두부면 같은 신제품이 폭발적인 반응을 얻고 있다”며 “자동화가 어려운 공정이지만 기술적 도전을 통해 품질 균일화를 이뤄냈다”고 전했다. 앞으로는 공정별 중요 인자들을 디지털화하고 AI를 기반으로 한 스마트 품질 관리 체계를 더욱 고도화할 계획이다.

지속가능한 지구를 위한 ESG 경영도 음성공장의 핵심 과제다. 2013년 우드펠릿 보일러를 도입해 온실가스 9천 톤 이상을 감축했으며, 제조 과정에서 발생하는 부산물인 콩비지는 가축 사료로 100% 재활용된다. 수성 잉크를 사용한 친환경 포장재와 플라스틱 용기 감량화 역시 바른먹거리 원칙의 연장선이다.

현장의 활력은 직원들의 워라밸에서 나온다. 음성공장은 4조 2교대 근무제를 도입해 직원들이 이틀 일하고 이틀 쉬거나, 야간 근무 후 4일을 몰아서 쉴 수 있는 구조를 만들었다. 고 공장장은 “직원들이 해외여행을 다녀올 수 있을 만큼 여유로운 휴식이 보장돼야 현장의 집중력도 높아지고 안전사고도 예방할 수 있다”고 말했다. 실제로 음성공장은 철저한 안전 교육과 포상 제도를 통해 무재해 사업장의 명성을 이어가고 있다.

34년째 풀무원을 지키고 있는 고명호 공장장에게 웰니스의 의미를 물었다. 그는 최근 당 관리를 위해 직접 두부와 채소 위주의 식단을 실천하며 건강을 회복한 경험을 들려줬다. 고 공장장은 “진정한 K-웰니스 푸드는 몸에 좋으면서도 누구나 맛있게 즐길 수 있어야 한다”며 “두부는 사람의 건강과 지구환경을 동시에 지키는 가장 완벽한 식재료”라고 정의했다.

인터뷰를 마치고 돌아오는 길, 공장의 거대한 사일로와 첨단 설비들이 예사롭지 않게 보였다. 그 속에서 쉼 없이 만들어지는 네모난 두부 한 모에는 한국의 전통을 세계로 수출하겠다는 원대한 포부와, 내 가족이 먹는다는 투명한 정직함이 단단하게 박혀 있었다. 풀무원이 20년을 넘어 100년 기업으로 나아가는 길, 그 중심에는 음성공장의 멈추지 않는 스마트 공정과 고명호 공장장의 뜨거운 열정이 자리하고 있다. socool@sportsseou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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