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서울 | 함상범 기자] “친구야 나 좀 도와줘.”

평범한 가장 기수종(하정우 분)의 불운은 오랜 친구 민활성(김준한 분)의 교활한 제안에서 시작됐다. 상상할 수 없는 재산을 보유한 전양자(김금순 분)의 딸이자 아내 전이경(정수정 분)을 납치하는 사기극을 벌여 30억 원을 빼내려는 수에 잠시 발을 담갔다가 거대한 범죄에 휘말린 것.

재개발을 예상해 사둔 기수종의 빌딩 지하 창고에 감금하려 한 것이 화근이 됐다. 경찰에 쫓기는 사이 민활성은 옥상에서 추락해 혼수상태에 빠지고, 서로 비밀을 털어놓는 처남 김균(김남길 분)은 뺑소니로 목숨을 잃는다.

tvN ‘대한민국에서 건물주 되는 법’(이하 ‘건물주’)은 비교적 실험적인 장르인 블랙코미디를 표방한다. 단 한 명도 정의로운 인물 없이 제 욕심만 채우려는 짐승들이 즐비한 가운데, 기수종이 자신의 건물을 지키기 위해 벌이는 처절한 사투를 그린다. 범죄와 코미디, 스릴러, 휴머니즘이 기묘하게 뒤섞였다.

재개발을 둘러싼 현실적인 알력 다툼 위에 핏빛 살인극을 덧칠해 판타지적 색채를 짙게 풍긴다. 비현실과 현실의 경계를 교묘하게 오가면서도 시청자의 몰입을 극대화하는 힘은 바로 ‘삑사리의 미학’이다. 치밀한 계획이 우발적인 판단 때문에 어그러지고, 그 틈을 타 예기치 못한 비극이 연쇄적으로 발생한다. 돈을 훔치려다 벌어진 추락, 증거를 덮으려다 일어난 뺑소니, 우연히 거액을 목격한 자의 충동적인 살인까지, 현실에선 흔치 않은 사건이 묘한 개연성을 입으면서 서스펜스를 높인다.

소설가 오한기 작가의 첫 드라마 데뷔작인 ‘건물주’의 또 다른 묘미는 날 것 그대로의 인간 군상이다. 기수종 주위의 인물들은 뻔뻔하게 거짓말을 일삼고 각자의 욕망을 향해 폭주한다. 갈등의 시초인 민활성, 그와 불륜을 저지르다 못해 밀회 영상을 들키고도 “이제 그만 잊자”며 다그치는 김선(임수정 분), 돈밖에 모르는 전양자와 악랄한 리얼캐피탈의 행동대장 요나(심은경 분)까지 도무지 정 붙일 구석이 없다. 오직 자신의 빌딩을 지키고 부와 지위를 얻겠다는 기수종의 1차원적인 욕망이 시청자가 유일하게 기댈 만한 포인트다.

영화감독 출신 임필성 감독의 섬세한 연출력도 극에 정성을 더한다. 자칫 과하게 무거워지거나 얕은 코미디로 전락할 수 있는 예민한 장면들을 묵직하면서도 유쾌하게 버무렸다. 도구적으로 소모되는 캐릭터 없이 모든 인물이 서사의 톱니바퀴로 완벽히 기능한다는 점에서 높은 완성도를 드러낸다.

하정우, 임수정, 김준한, 정수정, 김금순, 현봉식, 심은경, 이신기, 박성일, 류아벨 등 연기파 배우들이 총출동한 이 작품에는 누군가의 독단적인 ‘하드캐리’가 없다. 기수종을 중심으로 서사가 이어지는 가운데 튀는 배우 없이 각자의 색깔을 선명히 내며 압도적인 앙상블을 빚어낸 덕분에 단 한 순간도 눈을 뗄 수 없다.

이제 반환점을 돈 ‘건물주’는 새로운 국면을 맞이했다. 7회 엔딩에서 그간 갈등의 중심에서 비껴가 있던 부동산 중개인 장희주(류아벨 분)가 싸늘한 주검으로 발견됐다. 전날 만취할 때까지 함께 술을 마셨던 기수종이 피 흘리는 희주 앞에서 깨어나며 극강의 서스펜스를 선사했다. 장희주를 죽인 진범은 누구일까, 왜 장희주를 죽여야만 했을까. 꼬리에 꼬리를 무는 강렬한 사건 속에서 빛을 발하는 ‘삑사리’의 향연, 시청자는 숨이 멎을 듯하다. intellybeast@sportsseou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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