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작사의 큰 그림 ‘캐스팅’, 관객 심장 어택 적중

선악과의 유혹 ‘아담과 하와’ 그리고 ‘라이토와 L’

스크린 속 ‘진실의 눈’으로 빨려들어가는 블랙홀

5월 10일까지 디큐브 링크아트센터서 공연

[스포츠서울 | 표권향 기자] 뮤지컬 ‘데스노트‘가 이번 시즌 캐스트 전원 합류하며 완성체를 이뤘다. 제작사 OD컴퍼니 신춘수 대표의 순차적 123차 캐스팅 전략은 적중했고, 숨 쉴 틈 없이 스펙터클한 스토리처럼 흥행 고공행진 중이다.

‘예측불허의 두뇌게임’은 ▲1차 뉴 페이스 ‘라이토’ 역 조형균·김민석·임규형, ‘L(엘)’ 역 김성규·산들·탕준상 ▲2차 베테랑의 합류 ‘라이토’ 역 규현, ‘L’ 역 김성철 ▲3차 오리지널 멤버들의 화려한 귀환 ‘라이토’ 고은성, ‘L’ 역 김준수 등으로 구성, 어디서도 볼 수 없었던 완벽한 신구조화를 이뤘다. 특히 3차 캐스트들을 위해 모든 스태프와 배우가 합을 맞춰 그 이상의 호흡을 자랑한다.

각자의 매력으로 캐릭터에 짙은 색깔을 입힌 배우들은 지금껏 경험해보지 못한 공연을 선사한다. 사연의 시작을 알린 ‘신입생’들과 2세대 아이돌의 보컬 대결 그리고 명불허전 경력직의 연기 내공이 오감을 자극한다. 강렬하고도 박진감 넘치는 페어별 무대는 골라 보는 재미를 넘어 당연히 회전문(같은 공연을 반복 관람하는 관객)을 돌아야 한다는 타당성을 제시한다.

뮤지컬 ‘데스노트’는 동명의 일본 만화를 원작으로, 사신(死神)의 노트인 ‘데스노트’를 손에 넣은 천재 소년 ‘라이토’와 그를 쫓는 명탐정 ‘L’의 팽팽한 두뇌 싸움을 무대로 옮긴 작품이다.

이들만의 ‘정의’는 시네마틱 미장센 안에 내러티브하게 스릴러를 그려낸다. 긴장감 넘치는 빠른 전개와 프랭크 와일드혼의 감각적인 음악, 여백을 채운 심심하지 않은 거대한 LED 무대가 어우러져 형성된 블랙홀로 관객들을 집어삼킨다.

◇ 선 넘은 이들에 대한 神의 심판…자신 안의 ‘나’를 바라보다

‘데스노트’는 지루함을 느낀 한 사신의 장난으로 시작된다. 그가 인간 세상에 일부러 떨어뜨린 ‘데스노트’는 영특하지만, 정의 구현에 있어 비범한 소년 ‘라이토’ 손에 들어간다. 처음에는 마성의 노트가 가진 절대적인 힘을 빌려 극악무도한 범죄자들을 처단하지만, 점점 스스로 신(神)이라고 칭하며 선을 세게 넘는다. 이를 제지하겠다고 나선 ‘L’ 역시 자기보다 ‘위(上)’는 없다.

고등학생(이후 대학생)들이 팽팽하게 맞서는 모습이 ‘두뇌게임’이라기보다 ‘눈치싸움’같이 보여지기도 하는 이유다. 두 인물의 대립 구도에서 성경 창세기에 등장하는 최초의 인간 ‘아담과 하와’를 떠올리게 된다. 뱀의 유혹에 넘어가 선악과를 먹은 ‘아담과 하와’와 사과에 집착하는 사신의 게임에 빠진 ‘라이토’와 ‘L’을 통해 가장 나약한 인간의 오만한 실체를 드러낸다.

◇ 여백서 찾는 사회적 메시지…‘지금’ 가장 중요한 것은?

무대 전면을 감싼 대형 LED 연출은 단출함 속에서 거대한 형상을 상상하게 한다. 대극장만의 화려한 세트를 과감하게 제외한 무대는 선과 선의 연결로 인물 간 넘지 말아야 할 각자의 구역을 정한다. 또한 숫자와 데이터로 조여오는 긴장감과 정의의 시선을 ‘진실의 눈’으로 표현하는 등 작품의 구조와 공식을 설계한다.

삐뚤어진 시곗바늘은 ‘라이토’와 ‘L’의 동시간 다른 공간을 표현하지만, 서로에게 화살이 되어 시간차 공격으로 이어진다. 하지만 결국 부메랑처럼 원점으로 돌아와 스스로 파멸에 이르게 된다.

신이 되고 싶었던 ‘라이토’와 ‘L’은 불행한 최후를 예고하듯 중반부에서 ‘친구’라는 단어를 언급한다. 어쩌면 가장 평범할 수 있었던 시기에 빼앗긴 공허함을 토로한 것인지도 모른다.

인간의 욕망에서 비롯된 공허함을 풀어주는 뮤지컬 ‘데스노트’는 5월 10일까지 서울 신도림 디큐브 링크아트센터에서 공연된다.

gioia@sportsseou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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