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회말 1사 1루 탈락 위기서 터진 환상적 슬라이딩 캐치… 한국, 호주 꺾고 8강 확정
‘국민 우익수’ 이진영 코치 앞서 증명한 클래스… 중견수에서 우익수까지 섭렵한 ‘완성형 외야수’
[스포츠서울 | 정동석 기자] “무조건 잡아야 한다는 생각뿐이었습니다.” 대한민국 야구의 심장 이정후(28·샌프란시스코)가 절체절명의 위기에서 팀을 구하며 도쿄돔을 열광의 도가니로 몰아넣었다. 20년 전 ‘국민 우익수’ 이진영이 보여줬던 기적 같은 수비가 이정후의 글러브 끝에서 재현됐었다.

◇ 8강행 갈림길에서 터진 ‘구원 캐치’… 도쿄돔에 울려 퍼진 이정후
9일 일본 도쿄돔에서 열린 2026 WBC 조별예선 C조 4차전 호주전. 7-2로 앞서던 9회말, 1사 1루 상황에서 호주 릭슨 윈그로브의 날카로운 타구가 우중간을 갈랐다. 실점은 곧 탈락으로 이어질 수 있는 긴박한 순간, 우익수로 자리를 옮겼던 이정후가 몸을 날렸다.
부드러운 슬라이딩과 함께 타구는 이정후의 글러브 속으로 사라졌다. 호주의 추격 의지를 꺾고 대한민국의 8강 진출을 확정 짓는 순간이었다. 경기 후 이정후는 “조명에 공이 들어갔지만 행운이 따랐다”며 겸손한 소감을 전했다.
◇ ‘국민 우익수’ 이진영 코치가 본 ‘뉴 국민 우익수’

이날 이정후의 수비는 2006년 WBC 한일전 당시 이진영 타격코치가 보여준 전설적인 호수비를 연상케 했다. 당시 만루 상황에서 온몸을 던져 실점을 막아냈던 이 코치의 별명이 바로 ‘국민 우익수’였다. 스승이자 선배인 이 코치가 지켜보는 앞에서 이정후는 20년의 세월을 건너뛰어 대표팀을 구하는 우익수 수비의 정석을 보여줬다.
◇ 포지션 변경 우려는 기우… “겨울 내내 반성하고 훈련했다”
사실 올 시즌 이정후에게는 ‘우익수 적응’이라는 과제가 있었다. 소속팀 샌프란시스코에 해리슨 베이더가 합류하며 중견수에서 우익수로 이동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정후는 보살을 기록하는 등 시범경기부터 우려를 불식시켰다.
이정후는 “지난해 수비 부진을 많이 반성했다”며 “겨울 내내 가장 신경 쓴 부분이다. 큰 경기에서 좋은 수비가 나와 큰 자신감이 생긴다”고 힘주어 말했다. 중견수 박해민이 투입되자마자 우익수로 이동해 보여준 이번 호수비는 그의 유연한 적응력과 철저한 준비성을 증명했다.
이제 ‘바람의 손자’를 넘어 ‘캡틴 코리아’로 우뚝 선 이정후. 그의 글러브와 방망이가 8강이라는 더 높은 무대를 향해 조준을 마쳤다. white21@sportsseou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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