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스포츠서울 | 서지현 기자] 인생에 있어 타이밍은 중요한 성공 요소 중 하나다. 배우 문상민에게는 지금이 적기다. KBS2 토일 미니시리즈 ‘은애하는 도적님아’로 첫 지상파 주연을 맡은 데 이어 넷플릭스 영화 ‘파반느’로 새로운 장르까지 영역을 넓혔다.
박민규 작가의 소설 ‘죽은 여왕을 위한 파반느’를 원작으로 한 영화 ‘파반느’는 마음의 문을 닫고 살아가던 경록(문상민 분), 미정(고아성 분), 요한(변요한 분)이 서로에게 빛이 되어주며 삶과 사랑을 마주하게 되는 이야기를 담는다.
문상민은 최근 스포츠서울과 만나 작품 선택 이유에 대해 “‘드디어 나한테 왔다’는 느낌을 받았다. 내 안에 있는 고독함을 꺼낼 때가 왔다고 느꼈다. 경록은 그 감정을 풀어내기에 너무 적합하다”며 “거실에서 혼자 연기를 해봤는데 내가 미처 보지 못했던 느낌이 나왔다. 무조건 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밝혔다.

극 중 경록은 고독한 인물이다. 태어나면서부터 순탄치 못했다. 세상은 그런 경록을 허무주의로 이끌었다. 20대 초반 누구나 한 번쯤 마주하는 삶에 대한 염증, 스스로를 향한 기대와 현실 사이의 간극이 경록의 내면을 채운다.
“저도 스무 살 중반쯤 되면 자연스럽게 성숙해지고 항상 맞는 선택을 할 줄 알았어요. 그런데 돌아보면 여전히 서툴더라고요. 인생을 살아가는 것도, 사람을 대하는 것도 쉽지 않았어요.”
문상민은 경록의 고독 속에서 자신의 감정을 발견했다. 원작 속 경록이 보다 염세적인 인물이라면, 영화 속 경록은 문상민과 만나 조금 다른 결로 재해석됐다. 보다 평범하고 솔직한 20대 청춘의 얼굴이다.
문상민은 “좋아하는 사람 앞에서 감정이 빨라지고, 좋으면 좋다 말하고, 슬프면 눈물을 보이는 단순함을 보여주고 싶었다”며 “서툴더라도 직관적이고 솔직하게 가자는 생각이었다. 그게 경록의 무기가 될 수 있다고 믿었다”고 설명했다.

극 중 인물의 나이대와 맞닿은 시점에 이 역할을 연기했다는 점 역시 의미가 깊다. 배우가 자신의 시간과 맞물린 배역을 만나는 일은 흔치 않은 축복이다. 다만 문상민은 자신의 연기를 담담하게 돌아보며 “정돈돼 있지 않았고, 분명 서툴렀다”고 자평했다.
그럼에도 경록과의 공감대는 여전히 현재진행형이다. 문상민은 “경록처럼 지금도 고민의 순간에 서 있다”고 털어놨다. 고민을 쉽게 털어놓지 못하고 혼자 판단하고 결정하는 성향 역시 닮아 있다. 그는 “스스로 책임을 져야 한다는 강박도 있었다. 하지만 그 과정이 오히려 좋은 원동력이 됐다”고 말했다.
그러면서도 문상민은 착실하게 자신의 길을 걷고 있다. 2022년 tvN 드라마 ‘슈룹’으로 대중의 주목을 받은 이후 ‘웨딩 임파서블’ ‘새벽 2시의 신데렐라’, 그리고 ‘은애하는 도적님아’ ‘파반느’까지 부지런히 필모그래피를 쌓아왔다.

그럼에도 ‘대세 배우’라는 수식어에는 조심스러운 태도를 보였다. 문상민은 “대세요? 반세…, 아니, 반반세 정도”라고 표현하며 웃었다. 이어 “예전에는 늘 떨리고 긴장돼서 내 것만 보였다면 이제는 상대 배우와 스태프들이 보이기 시작했다”며 “함께 만들어간다는 책임감이 생겼고 더 좋은 연기가 나오는 느낌이었다. 착각일 수도 있지만 분명 달라진 부분”이라고 말했다.
부족하고 불완전한 순간들조차 결국 배우를 성장시키는 자양분이 된다. 그래서 문상민에게 ‘파반느’는 단순한 작품 이상의 의미로 남았다.
“20대 중반의 문상민 얼굴을 담을 수 있고, 평생 남는 작품이라는 게 너무 행복해요. 저에게 맞는 옷과 얼굴을 조금씩 알아가고 있다는 믿음이 있어요. 앞으로는 로맨틱 코미디에도 도전해보고 싶습니다. 아직 풀어야 할 숙제가 많지만 지금의 이 기세를 업어서 조금 더 도전적으로 걸어나가겠습니다.” sjay0928@sportsseou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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