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동빈 회장, 도박에 격노했다더니 격려?

롯데, 해외 도박 4인방에 ‘추가 징계’ 없다

K리그는 계약해지…롯데는 면죄부, KBO 신뢰는?

롯데, 선수단에 “도박해도 한 달 쉬고 복귀” 신호준 꼴

[스포츠서울 | 김민규 기자] “해외 도박해도 30경기 출전 정지면 됩니다.”

‘정말 이게 끝인가’라는 물음표를 지울 수가 없다. 롯데가 선택한 ‘해외 도박’의 무게는 ‘무징계’였다.

대만 스프링캠프 기간, 사행성 업장을 찾은 롯데 선수 4명. 논란은 걷잡을 수 없이 커졌고, 팬들은 분노했다. 결국 KBO 상벌위원회는 김동혁에게 50경기, 고승민·나승엽·김세민에게 각각 30경기 출전 정지 징계를 내렸다.

리그 차원의 1차 처분은 그렇게 정리됐다. 문제는 그다음이다. 롯데는 “KBO 결정을 존중한다”고 했다. 대표이사와 단장, 프런트에 중징계를 내렸다고도 밝혔다. 다만 구체적인 중징계 내용은 “비밀이 원칙”이라며 말을 아꼈다. 정작 도박을 한 선수들에 대한 추가 징계는 없다. 결국 이들에게 남은 책임은 30경기, 50경기 출전 정지가 전부다.

롯데 구단주인 신동빈(71) 회장이 이번 사안에 격노했다는 얘기가 나왔다. 그 분노의 결과가 이것이라면 격노가 아니라 격려에 가까운 조치다. 어떻게 이런 결정이 나왔는지, 고개를 갸웃할 수밖에 없다.

해외 전지훈련 도중 벌어진 일이다. 그것도 불법 논란이 있는 업장 출입이다. KBO가 사전에 ‘클린베이스볼’을 강조하며 주의를 당부한 상황이었다. 그 경고를 정면으로 어긴 사건이다. 그럼에도 선수들은 추가 책임을 지지 않았다. 30~50경기 결장이다. 냉정하게 보면, 시즌 일정 속에 ‘한 달 남짓’이다.

이 결정은 “도박을 해도 30경기 쉬면 복귀할 수 있다”는 신호로 읽힐 여지가 있다. 의도와 다르다고 해도, 받아들이는 쪽의 해석은 그렇게 흐를 수 있다.

비교가 불가피하다. K리그 FC서울은 한승규의 불법 도박 사실이 확인되자, 계약 해지를 선택했다. 사건이 현 소속 시절의 일이 아니었음에도, 구단은 품위 손상을 이유로 들었다. 전력 손실을 감수하더라도 원칙을 세우겠다는 결정이었다.

반면, 롯데의 선택은 전력 손실을 최소화하는 방향이다. 두 결정의 무게 차이는 분명하다. 그리고 그 차이는 팬들이 느끼는 신뢰의 간극으로 이어진다.

롯데는 경영진과 프런트를 중징계했다고 밝혔다. 그러나 세부 내용은 공개하지 않았다. 비밀 유지 원칙이라는 설명이 뒤따랐다.

팬들이 궁금한 건 그 대목이 아니다. 왜 선수들은 KBO 징계 외에 추가 책임을 지지 않았는가다. 프로 스포츠에서 신뢰는 투명성에서 시작된다. 핵심을 가린 채 “재발 방지”를 말하는 것은 설득력을 얻기 어렵다. 신뢰를 회복하기보다 오히려 의심만 키울 수 있다.

30경기와 50경기라는 수치가 규정에 어긋난 것은 아니다. 그러나 이번 사안은 단순한 규정 적용 이상의 상징성을 지녔다. 해외, 불법 논란, 사전 경고 무시 등 이 모든 요소가 겹쳐 있다.

프로 구단의 결정은 단지 한 시즌의 전력을 계산하는 문제가 아니다. 선수단 전체에 어떤 기준을 세우느냐의 문제다. 그 기준은 팬의 신뢰로 직결된다. 롯데는 전력을 지켰을지 모른다. 그러나 이번 선택이 리그와 구단의 신뢰를 얼마나 지켜냈는지는 의문이다. 이번 결정이 어떤 메시지로 남을지, 롯데 스스로 곱씹어봐야 할 때다. kmg@sportsseou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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