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도어 이탈 시도’ 뉴진스의 주체적 선택과 책임인데, 민희진 협상 카드로 합당한가

[스포츠서울 | 이승록 기자] 전 어도어 대표 민희진이 하이브에 256억 원이라는 거액의 풋옵션 대금을 포기하는 조건으로 ‘평화’를 제안했다. 25일 열린 4차 기자회견은 얼핏 대인배다운 결단으로 비치지만, 그 이면에는 고개를 갸우뚱하게 만드는 자가당착이 존재한다.

하이브를 향해 뉴진스 멤버에 대한 소송 취하까지 요구한 대목이 그렇다. 이는 그간 민희진과 멤버들이 쌓아온 논리의 근간을 스스로 흔드는 행위다.

지금껏 뉴진스 멤버들은 어도어 이탈 시도가 자신들의 ‘독자적인 판단’임을 수차례 강조해 왔다. 지난해 멤버들은 BBC 코리아와의 인터뷰에서도 소위 ‘배후 조종설’을 부인했다.

당시 하니는 “지난 1년 동안 우리가 내린 결정들과 그 선택들은 모두 저희 내부에서 엄청난 논의를 거쳐서 이뤄진 것”이라고 강조했다. 또한 “사람들은 쉽게 ‘쟤네는 어리잖아, 스스로 결정할 리 없어’라고 생각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저희가 상황을 덜 진지하게 받아들이거나 덜 고민하고 있는 게 절대 아니”라며 “항상 서로 ‘만약 한 명이라도 원하지 않으면 우리는 하지 않을 거야’라고 말했다”고 밝힌 바 있다.

그런데 이번 기자회견에서 민희진은 엉뚱하게 자신의 풋옵션 대금을 카드 삼아 하이브에 뉴진스 멤버 관련 소송 취하를 요구했다. “멤버 다섯 명이 모두 모여 마음껏 자유롭게 꿈을 펼칠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 달라”는 명분도 내세웠다.

하지만 대체 민희진의 사적 재산인 풋옵션 포기와 멤버들의 법적 책임이 무슨 상관이란 말인가. 멤버들의 주장대로 어도어 탈출 시도가 어떤 배후도 없는 독자적 판단이었다면, 그에 따른 법적 책임과 손해배상 의무 역시 이들이 감당해야 할 몫이다.

특히 어도어와의 전속계약 위반을 이유로 계약이 해지되고 손해배상 소송을 당한 다니엘의 사례는 본인의 선택에 따른 명백한 결과물이다. 법원이 이미 이들의 소속이 어도어임을 판결한 상황에서, 무대 복귀 여부는 멤버 개개인의 의지에 달린 일이다. 민희진이 풋옵션 대금을 카드로 삼아 하이브와 거래할 성질의 사안이 아니다.

뉴진스는 스스로 ‘주체적인 아티스트’임을 강조하며 어도어와 대립해 왔다. 민희진이 바라는 “다섯 명이 꿈을 펼칠 수 있는 환경”이 만들어지려면 멤버들의 자발적인 복귀 의사가 선행돼야 한다.

그럼에도 여전히 민지는 복귀 여부를 공식화하지 않았고, 복귀하지 않은 다니엘은 소송에 직면해 있다. 민희진은 하이브를 압박할 게 아니다. 도리어 멤버들에게 “이제는 무대로 돌아가 본인들의 선택에 책임을 다하라”고 조언하는 것이 맞다.

멤버들이 BBC 코리아에 밝힌 대로 스스로 결정할 수 있는 주체적인 인격체라면, 그에 따른 법적·사회적 책임 역시 스스로 당당하게 지는 것이 옳다. 주체적인 아티스트의 길을 주창한 멤버들이 민희진의 협상 카드로 이용되는 것은 이들이 그토록 외쳤던 ‘독립’의 가치와도 어울리지 않는다. roku@sportsseou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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