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스포츠서울 | 이승록 기자] 어도어 전 대표 민희진이 승소했지만, 아일릿이 뉴진스를 표절했다는 민희진의 주장이 ‘사실’로 받아들여진 것은 아니다.
12일 서울중앙지법 민사합의31부의 판결에서 대중의 주목을 받는 지점은 민희진이 주장한 ‘아일릿의 뉴진스 카피 의혹’ 제기를 대표이사로서 정당한 직무 수행으로 판단한 대목이다. 다만, 재판부는 표절 여부에 대한 최종 결론을 내리는 대신, 아티스트의 가치를 지키기 위한 대표이사의 충실의무를 인정하는 것에 초점 맞췄다.
이날 재판부는 아일릿이 뉴진스를 표절했는지에 대해서 확정적인 판단을 내리지는 않았다. 대신 콘셉트 유사성에 대한 민희진의 지적은 ‘사실적시’가 아닌 ‘의견 표명’이라며, 민희진이 하이브 사내 이메일을 통해 공식적으로 문제 삼은 행위 자체가 어도어 대표이사로서의 의무를 다한 것이라고 봤다.

문제 제기 자체는 정당하다는 해석인 셈이다. 어도어는 전속계약에 따라 뉴진스의 연예 활동이 제3자에 의해 침해될 경우 이를 배제할 조치를 취할 의무가 있는데, 유사한 이미지의 경쟁자 출현으로 시장이 잠식될 우려가 있다면, 이에 항의하는 것이 경영상 판단 아래 정당한 재량권이라는 재판부의 논리다.
즉, 표절의 법적 인정 여부와는 별개로, 자사 아티스트를 보호하기 위해 민희진이 표절 의혹을 제기한 사실만큼은 주주간계약의 중대한 위반 사유가 될 수는 없다는 판단이다.
반면 아일릿의 소속사 빌리프랩 측의 전략은 도리어 자충수가 됐다. 빌리프랩은 아일릿의 데뷔 이후 카피 논란 여론이 줄어들었다고 주장했으나, 하이브와 빌리프랩의 실책으로 받아들여졌다.
재판부는 오히려 하이브와 빌리프랩의 이러한 주장을 아일릿 데뷔 전부터 유사성 논란을 일정 부분 인지할 수 있었던 정황으로 본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어도어 측과 사전에 협의하거나 양해를 구하는 절차가 전혀 없었다는 점을 꼬집었다.
같은 하이브 레이블 체제 내에서 아티스트 이미지 소비가 겹칠 경우 발생할 수 있는 자기잠식 효과에 대해 하이브가 적극적인 조정 노력을 하지 않았다는 것이다. 이는 민희진의 항의에 도리어 정당성을 부여하는 핵심 근거가 됐다.

한편, 이번 판결이 뉴진스 멤버들의 전속계약 효력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치는 것은 아니다. 이미 멤버들은 지난해 전속계약 해지 소송에서 패소한 뒤 각기 다른 행보를 보이고 있다. 하니, 해린, 혜인 3인은 어도어에 복귀했고, 민지는 장고를 거듭하고 있으며, 전속계약 해지 통보를 받은 다니엘은 민희진과 함께 431억 원 규모의 손해배상 청구 소송에 휘말렸다.
다만 민희진의 완승은 어도어에 남은 멤버들에게는 강력한 명분이 될 전망이다. 그동안 민희진과 마찬가지로 하이브 내 부조리를 지적했던 멤버들의 목소리가 법적 정당성을 확보하게 된 까닭이다. 뉴진스의 활동 재개를 앞두고 하이브 내에서 멤버들의 협상력도 한층 강화될 것으로 보인다. roku@sportsseou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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