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나은행 넘어 WKBL ‘레전드’ 김정은

역대 최초 ‘은퇴투어’ 실시

“선배들이 더 대단했는데 내가 해도 되나”

다음은? “김단비-박혜진은 더 성대하게!”

[스포츠서울 | 김동영 기자] 한국여자프로농구(WKBL)도 거의 30년에 달하는 역사를 자랑한다. 이 기간 ‘없던 것’이 하나 있다. 은퇴투어다. 처음으로 생긴다. WKBL을 대표하는 ‘레전드’ 김정은(39·부천 하나은행)이 은퇴투어에 나선다.

김정은은 4일 스포츠서울과 인터뷰에서 “나보다 뛰어난 선배 언니들이 많았다. ‘내가 해도 되나?’ 싶더라. 한편으로는 ‘누군가 처음이 되어야 하지 않나’ 싶기도 했다. 선례를 남기고 싶은 마음이랄까. 두 가지 생각이 공존한다”고 설명했다.

김정은은 온양여고 시절부터 ‘특급 포워드’라 했다. 2006 WKBL 신인선수 선발회 전체 1순위로 신세계에 지명되며 프로 무대에 왔다. 질주가 시작됐다. 무수히 많은 커리어를 쌓았다. 챔프전 우승 2회, 정규리그 우승 4회, 챔프전 MVP 1회, 득점상 4회, 베스트5 6회 등이다. 모범선수상도 두 번 받았다.

프로 21년차다. 누적 기록도 상상을 초월한다. 8440점으로 WKBL 역대 득점 1위다. 610경기 출전해 최다 경기 역시 1위다. 리바운드(3020개)와 블록슛(401개)은 역대 5위다.

이런 김정은도 2025~2026시즌을 끝으로 볼 수 없다. 일찌감치 은퇴를 예고했다. 그야말로 마지막 불꽃을 태우는 중이다. 그리고 하나은행과 나머지 5개 구단, WKBL까지 손을 맞잡았다. ‘은퇴투어’다.

김정은은 “너무 감사하고 좋은 일이지만, 마음이 무겁기도 하다. 사실 20년씩 뛰는 게 정말 쉽지 않다. 선배들이 그렇게 했다. 좀 더 존중받으면서 은퇴하셨어야 했는데, 내가 은퇴투어를 하는 첫 번째 선수가 됐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이제 조금씩 은퇴가 실감이 난다. 은퇴투어 돌면 더 그럴 것 같다. 나머지 5개 구단과 WKBL에 정말 감사하다. 치열한 순위 경쟁 중인데 이런 행사를 하는 게 쉽지 않다. 정말 너무나 감사하다”고 말했다.

아울러 김정은은 “마지막 시즌 행복하게 뛰고 있다. 은퇴를 미리 선언하고 시즌을 치르고 있는데, 뭔가 너무 거창하게 가는 것 같다. ‘잘해야 한다’는 책임감이 강한데, ‘빨리 끝났으면 좋겠다’ 하는 피로감도 있다. 후배들에게는 ‘혼자 알고 있다가 늦게 발표해라’고 해주고 싶다”며 웃었다.

누구보다 치열하게 코트를 누볐다. 부상으로 힘든 시간도 보냈다. 지금도 테이프를 칭칭 감고 뛴다. 하나은행 이상범 감독은 “안쓰럽다”고 한다. 정작 김정은은 “이렇게라도 뛸 수 있어서 감사하다”며 웃는다.

그는 “올시즌 우리 팀이 1위 달리고 있다. 벤치에서 후배들 뛰는 것 보면 ‘이제 내가 없어도 되겠구나’ 싶은 생각이 든다. 후배들이 많이 성장했다. 반면 나는 퍼포먼스가 예전만 못하다는 게 느껴진다. 미련 없이 나가도 되겠다는 생각이 든다”고 짚었다.

최초 은퇴투어는 김정은 몫이다. 단발로 끝날 일이 아니다. 그렇다면 다음은 누가 될까. 김정은은 “김단비, 박혜진은 나보다 더 화려하고 성대하게 했으면 한다”고 힘줘 말했다.

이어 “물론 당장 은퇴 운운할 상황은 아니다. 둘 다 여전히 잘하지 않나. 우리은행에서 같이 뛸 때 나도 정말 편했고, 재미있었다. 나보다 더 뛰어난 선수들이다. 내가 첫 번째라고 하지만, (김)단비와 (박)혜진이는 더 크게 해줘야 한다”고 강조했다. raining99@sportsseou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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