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서울 | 서지현 기자] 영화 ‘넘버원’은 최우식에게 여러 의미가 겹친 작품이다. ‘거인’(2014) 이후 김태용 감독과의 두 번째 만남이자, ‘기생충’(2019) 이후 장혜진과 다시 모자 관계로 호흡을 맞췄다. 자연히 기대와 부담이 동시에 따라붙었다.

최근 스포츠서울과 만난 최우식은 “감독님과 두 번째 작품이라 더 잘해야 한다는 압박이 있었다”며 조심스럽게 개봉을 앞둔 소감을 말했다. ‘넘버원’은 어느 날부터 엄마의 음식을 먹을 때마다 하나씩 줄어드는 숫자가 보이기 시작한 하민(최우식 분)이 그 숫자가 0이 되면 엄마 은실(장혜진 분)이 죽는다는 사실을 알게 되면서 엄마를 지키기 위해 노력하는 이야기다.

앞서 ‘거인’이 예상하지 못한 큰 사랑을 받은 작품이었던 만큼 그 이후 다시 만나는 작업에서는 자연스럽게 비교될 수밖에 없다. 여기에 극장가 분위기까지 더해지며 걱정이 겹쳤다. 관객들이 선호하는 장르, 저조한 스코어에 대한 불안, 여기에 설 연휴를 앞두고 대작들이 동시에 개봉하는 대진표다. 그럼에도 최우식은 “경쟁보단 다 같이 잘됐으면 좋겠다”고 응원을 전했다.

김태용 감독을 비롯해 장혜진과 재회에도 불구하고 최우식은 한차례 ‘넘버원’ 출연을 고사했다. 최우식은 “‘거인’ 때도 그랬다. 감정적으로 너무 힘들 것 같았다”며 “이번 ‘넘버원’은 이전 작품보다 더 잘해야 한다는 부담감도 있었다. ‘거인’ 때 너무 좋았는데 괜히 또 만나서 이전보다 성적이 잘 안 나오면 속상하지 않겠나. 동시에 슬픈 작품을 하고 싶지 않았다”고 털어놨다.

그러나 기우였다. 익숙한 얼굴들은 편안함으로 다가왔다. 최우식은 “‘넘버원’을 찍으면서 새롭게 배운 것이 있다면 어떤 작품과 어떤 장르를 찍어도 마음 맞는 사람들과 찍으면 정말 행복하게 찍을 수 있다는 것”이라며 “사실 ‘거인’을 정말 힘들게 찍었다. 그래서 이번에 만나면 행복하게 찍지 않을까 싶었다. 실제로 정말 너무 행복하게 찍었다”고 웃음을 보였다.

최우식이 연기한 하민은 엄마의 수명을 눈으로 볼 수 있다. 그래서 하민은 엄마의 수명이 눈에 보이기 시작한 고등학생 시절부터 30대 직장인인 현재에 이르기까지 엄마의 밥상을 피하기 위해 고군분투한다. 이는 하민이 엄마 은실을 지키기 위한 나름의 방법이다.

얼핏보면 비극적인 설정이지만 최우식과 김태용 감독은 이를 ‘슬픔으로만 밀어붙이는 영화’로 만들고 싶지 않았다. 오히려 유쾌하고 통통 튀는 리듬을 살리는 데 집중했다. 이에 대해 최우식 역시 “너무 슬픈 가족, 너무 불행한 아들로 그리지 않으려고 했다”고 설명했다.

이같은 과정에서 장혜진의 존재는 결정적이었다. 장혜진이 연기한 엄마 은실은 무겁기보다 생기 있고, 현실적인 인물이다. 현장에서도 늘 밝고 솔직한 에너지로 분위기를 이끌었다.

최우식은 “저는 인복을 타고 난 거 같다. 현장에서 선배와 함께 할 수 있어서 너무 다행이었다. 선배 아드님이랑 저랑 비슷하다고 말씀하셨는데 사진을 보니까 정말 닮았더라. 신기하게 저희 어머니 목소리랑 선배 목소리랑도 닮았다”며 “사람과 사람이 만나서 하는 일이다보니 성격이나 일적으로 안 맞는 부분이 있을 때도 있는데 이번엔 그런 부분이 하나도 없었다. 운명적으로 좋은 사람들이었다”고 애정을 드러냈다.

장혜진과의 재회와 함께 최우식에게 아카데미 영광을 안겨다 준 ‘기생충’이라는 타이틀이 따라붙었다. 하지만 이는 부담감이 아니라 자신감이다.

“‘기생충’ 덕분에 필모그래피에 남을 이름들과 상들이 생겼고, 그 이전에 ‘거인’이 있었기에 ‘기생충’을 만날 수 있었어요. 어디를 가든 ‘기생충’ 이야기를 하면 모두가 알아보고, 영화를 사랑하는 분들은 ‘거인’을 먼저 떠올리시더라고요. 두 작품이 있기 때문에 제가 지금 공존하고 있어요.” sjay0928@sportsseou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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