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서울 | 포천=원성윤 기자] “협력업체 분들이 그래요. 배상면주가랑 거래하면서 실력이 늘어서 승진했다고. 그만큼 우리는 재료 하나, 온도 0.1도에 목숨을 겁니다.”

경기도 포천 배상면주가 공장에서 만난 공장장의 목소리에는 자부심이 묻어났다. ‘느린마을 막걸리’가 2010년 출시 이후 16년 넘게 ‘프리미엄 막걸리’의 왕좌를 지키고 있는 비결을 묻자, 그는 ‘디테일(Detail)’이라는 한 단어로 요약했다.

◇ “달콤한 유혹 ‘아스파탐’ 거부… 진짜 막걸리 맛 찾기 위한 사투”

느린마을 막걸리의 가장 큰 특징은 인공 감미료인 ‘아스파탐’을 넣지 않는다는 점이다. 아스파탐을 넣으면 원가를 낮추고 쉽게 단맛을 낼 수 있으며, 발효 과정을 통제하기 쉽다. 하지만 배상면주가는 이 쉬운 길을 거부했다.

공장장은 “아스파탐 특유의 냄새와 맛이 막걸리 본연의 풍미를 가리는 게 싫었다”며 “기술적으로 우리가 앞서 있다면, 감미료 없이 쌀과 누룩, 물만으로도 완벽한 밸런스를 낼 수 있다는 것을 증명하고 싶었다”고 회고했다.

물론 과정은 순탄치 않았다. 감미료 없이 일정한 단맛과 풍미를 유지하는 것은 고난도의 기술을 요했다. 그는 “지난 16년은 ‘디테일과의 싸움’이었다”고 말했다.

“원료가 되는 쌀, 누룩, 물의 기준을 엄격하게 세웠습니다. 발효 온도는 소수점 첫째 자리까지 관리하고, 30분 단위로 체크합니다. 심지어 냉각수의 온도조차 봄, 여름, 가을, 겨울마다 다르게 설정해요. 미생물은 살아있는 생물이니까요.”

매일 정해진 시간에 가장 예민한 미각을 가진 직원들이 모여 ‘관능 검사(맛 테스팅)’를 진행한다. 공장장은 “마치 맛집의 달인이 육수 맛을 매일 체크하듯, 대량 생산 공장이지만 수제 막걸리처럼 관리한다”며 웃었다.

◇ “등산객 술? 이젠 MZ의 술…성분 따지고 맛 비교해”

10년 전만 해도 막걸리는 등산하고 내려온 중장년층의 전유물이었다. 하지만 지금은 달라졌다. 공장장은 “축제 현장이나 박람회를 가보면 2030 세대가 주축”이라고 현장 분위기를 전했다.

“요즘 젊은 친구들은 그냥 마시지 않아요. 성분표를 꼼꼼히 따지고, ‘왜 계절마다 맛이 미세하게 다르냐’며 전문가 수준의 질문을 던집니다. 심지어 집에서 직접 키트로 막걸리를 빚어보는 분들도 많아요. 소비자의 눈높이가 올라간 만큼 우리도 더 긴장하고 퀄리티를 높일 수밖에 없습니다.”

포천의 물과 옹기 숙성도 맛의 비결이다. 산사원에 놓인 500여 개의 거대한 옹기들은 숨을 쉬며 잡내를 날려 보낸다. 그는 “포천의 물은 미네랄 함량이 술 빚기에 최적”이라며 “지리적 이점과 옹기라는 전통 방식, 그리고 현대적인 데이터 관리가 합쳐진 결과물”이라고 설명했다.

◇ “라면엔 ‘불닭’ 있듯, 주류엔 ‘느린마을’ 있다…글로벌 정조준”

배상면주가의 시선은 이제 한국을 넘어 세계로 향한다. 최근 K-푸드 열풍을 타고 일본 매출이 눈에 띄게 늘었고, 유럽 수출도 시작됐다.

공장장은 삼양식품의 ‘불닭볶음면’을 언급했다. “라면이 전 세계인의 입맛을 사로잡았듯, 우리 술도 충분히 가능성이 있다고 봅니다. 막걸리는 전 세계에서 한국에만 있는 유일무이한 카테고리니까요.”

수출의 걸림돌인 유통기한 문제는 살균 기술을 적용한 ‘늘봄 막걸리’ 등으로 해결책을 찾고 있다. 느린마을 본연의 맛을 유지하면서도 유통 안정성을 확보해 미국과 유럽 시장을 뚫겠다는 전략이다.

인터뷰 말미, 그는 개인적인 소망을 덧붙였다.

“제가 입사했을 때 ‘산사춘’ 열풍으로 공장 앞에 트럭들이 줄을 섰었어요. 직원들이 너무 바빠서 제발 좀 쉬자고 할 정도였죠(웃음). 느린마을 막걸리로 다시 한번 그런 ‘제2의 전성기’를 만들고 싶습니다. 세계인들이 줄 서서 사 먹는 술, 그게 제 마지막 꿈입니다.” socool@sportsseou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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