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양시의회 심재민 전 의원...입찰참여자, 낙찰 선정자, 계약 당사자가 모두 달라 ‘투명성’ 부족

재개발·재건축 사업은 단순한 민간 개발이 아니다. 수천 명의 재산권과 공공성이 동시에 걸린 영역이기에, 법은 이 과정의 계약과 의사결정에 유독 엄격한 절차를 요구한다. 그 핵심이 바로 ‘경쟁입찰’이다. 경쟁입찰은 행정적 요식행위가 아니라, 조합원 재산을 보호하고 사업의 공정성과 투명성을 담보하기 위한 최소한의 안전장치다.

그러나 안양시 임곡3지구 주택재개발사업에서 진행된 임대주택 매각 과정을 들여다보면, 이 원칙이 과연 제대로 지켜졌는지 심각한 의문을 제기하지 않을 수 없다.

임곡3지구 재개발사업은 총 2,737세대 규모, 조합원만 1,200명이 넘는 대형 사업이다. 문제의 핵심은 임대주택 175세대 매각 과정이다. 조합은 2021년 임대주택 매각을 위해 입찰을 진행했지만, 최초 입찰에는 사실상 자격 요건조차 충족하지 못한 단일 업체만 참여했다. 더욱이 해당 업체는 조합의 정비사업 전문관리업체와 인적·구조적으로 밀접하게 연결된 회사였다.

그런데도 이 입찰은 단순히 ‘금액 미달’을 이유로 유찰 처리됐다. 이후 조합은 입찰 조건을 변경해 재입찰을 진행하였는데, 입찰보증금은 조합의 정비업체가 납부하고, 하나금융투자를 낙찰자로 선정하였으나, 매매계약은 임곡임대주식회사와 체결되었다.

단 한 곳의 업체만 참여한 상태에서 낙찰을 결정했다. 이는 「도시 및 주거환경정비법」과 국토교통부 고시가 요구하는 경쟁입찰의 성립 요건, 즉 ‘2인 이상의 유효한 입찰자’라는 기본 조건을 충족하지 못한 결정이다.

그럼에도 조합은 단독 응찰을 경쟁입찰처럼 처리했고, 조건이 달라진 재입찰을 ‘유찰의 반복’으로 간주했다. 이는 법이 허용한 예외를 넘어선 절차 왜곡에 가깝다.

더 심각한 문제는 자금 구조다. 최종 매수 법인은 자기자본을 거의 투입하지 않은 채 금융기관 대출과 임차보증금으로 임대주택을 취득했고, 그 과정에서 조합은 해당 주택을 담보로 제공하는 데 협조했다. 결과적으로 조합의 관리·감독 대상이어야 할 전문관리업체 관계자가 실질적인 수혜자가 되는 구조가 만들어졌다. 이 결정이 과연 조합원 전체의 이익을 위한 것이었는지, 조합원 스스로 묻지 않을 수 없는 대목이다.

조합원 여러분께 분명히 호소한다.조합 임원은 ‘주인’이 아니라, 조합원으로부터 권한을 위임받은 ‘관리자’에 불과하다. 법과 절차를 알고도 위반했거나, 특정 업체에 유리한 구조를 용인·묵인했다면 그 책임은 결코 조합이라는 이름 뒤에 숨겨질 수 없다. 이미 발생한 과태료와 가산세, 신뢰 훼손의 부담은 고스란히 조합원 모두에게 돌아오고 있다.

그러나 이 사안을 조합 내부 문제로만 치부해서는 안 된다. 재개발사업은 지방정부와 감독기관의 인·허가, 관리·감독 위에 성립한다. 입찰 절차와 계약 구조에 명백한 의문이 제기될 수 있었음에도, 왜 사전에 걸러지지 않았는지 묻지 않을 수 없다. 사후 감사와 뒤늦은 과태료 부과만으로 감독 책임이 면해질 수는 없다.

이제 필요한 것은 변명이 아니라 수사다.누가 어떤 판단을 했고, 그 판단이 법과 원칙을 어떻게 벗어났는지에 대해 철저한 진상 규명과 엄정한 수사가 뒤따라야 한다. 그래야만 조합원 재산을 위임받은 권한이 사적으로 남용되지 않는다는 최소한의 경고가 될 수 있다.

경쟁입찰은 선택이 아니다. 법이 정한 원칙이며, 공공성을 지키는 마지막 선이다. 이 선이 무너질 때 피해는 늘 조합원과 시민의 몫이다. 조합원들의 문제 제기와 행정·사법기관의 책임 있는 대응이 함께할 때, 재개발이라는 이름의 사업이 비로소 신뢰를 회복할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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