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서울 | 김현덕 기자] 제대로 탄력이 붙었다. MBC 금토드라마 ‘판사 이한영’이 거침없는 상승세 속에 시청률 11%(닐슨코리아 전국 기준)를 돌파하며 자체 최고 기록을 갈아치웠다.

‘판사 이한영’은 거대 로펌의 하수인으로 살다 10년 전으로 회귀한 ‘적폐 판사’ 이한영(지성 분)이 새로운 선택으로 거악을 응징하는 이야기다. 흔한 회귀물이지만, 이 드라마의 힘은 철저히 계산된 속도감에 있다.

주인공 이한영은 회유와 협박을 오가며 권력자들을 쥐락펴락한다. 그의 선택에 따라 사건은 쉴 새 없이 터지지만, 결코 산만하게 느껴지지 않는다. 지성이 상황에 딱 맞는 연기로 중심을 잡아주기 때문이다. 시청자가 편안하게 몰입할 수 있는 것도 지성의 유연한 완급 조절 덕분이다.

지성은 자유자재로 극의 분위기를 주도한다. 능청스럽게 웃기다가도 순식간에 진지해지며 화면을 장악한다. 그의 연기에는 긴 설명이 필요 없다. 구구절절한 대사보다 깊은 눈빛과 묵직한 침묵 한 번이 시청자를 더 설득력 있게 끌어당긴다.

법정 안에서의 단호함, 거래의 순간 스치는 여유, 위기 앞에서의 짧은 호흡까지, 이 미세한 차이가 이한영을 단순한 ‘사이다 캐릭터’가 아닌, 살아 숨 쉬는 인물로 만든다.

‘회귀’라는 장르는 이제 익숙하다. 하지만 관건은 구현의 디테일이다. ‘판사 이한영’은 인생 2회차의 정보 우위를 단순한 쾌감으로 소비하는 데 그치지 않는다. 지성은 ‘두 번째 인생’의 짜릿함보다 ‘다시는 같은 실수를 반복하지 않겠다’는 처절한 태도를 먼저 보여준다. 이 지점에서 드라마는 가벼움을 탈피하고 무게감을 얻는다.

법복을 입은 지성은 이미 증명된 흥행 카드다. 전작 tvN ‘악마판사’의 경험을 발판 삼아, 이번엔 온도 차가 더 큰 인물을 구축했다. 비리 판사의 서늘함부터 회귀 후의 코믹한 반동까지, 층위가 다른 연기를 이질감 없이 소화해낸다.

그래서 극의 흐름이 좋다. 사건이 해결돼서가 아니라, 중심인물이 흔들리지 않기 때문이다. 지성이 중심을 단단히 잡고 있으니 주변 인물과 갈등 구조도 자연스럽게 제자리를 찾는다. 서사는 흔들림 없이 직진한다.

지성에게 흥행은 우연이 아니라 축적된 시간의 결과다. ‘판사 이한영’의 폭발적인 상승세는 장르의 힘이 아니라, 한 배우가 서사의 중심에서 어떤 역할을 수행하느냐에 대한 명확한 답변이다. 지금 이 드라마의 얼굴은 분명하다. 그리고 그 얼굴은, 단연 지성이다. khd9987@sportsseou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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