앙상블의 새로운 장르 ‘엔젤’

15㎝ 힐로 표현하는 절대적 존재감

‘6인 6색’ 한선천·김강진·한준용·김영웅·최재훈·손희준

[스포츠서울 | 표권향 기자] 뮤지컬의 ‘꽃이라고 불리는 앙상블(ensemble). 무대 위에서 주·조연 배우들과 호흡하며 공연의 완성하는 역할이다. 앙상블의 노래와 춤은 극의 분위기와 흐름에 섬세함을 더한다. 화려하고 웅장한 무대 연출이 단순히 장치적 요소로만 이루어지지 않는다는 걸 증명한다.

뮤지컬 ‘킹키부츠’는 여느 작품과 달리, 캐스팅 보드에 앙상블을 ‘엔젤’과 ‘공장 직원들’이라고 배역을 적었다. 특히 여섯명의 ‘엔젤’은 ‘어린 찰리·롤라’와 나란히 자리한다. 씬스틸러(scene stealer)로서 관객들을 매료시킨다.

‘엔젤’의 ‘미친 존재감’은 공연장에서 직접 확인할 수 있다. 드랙퀸(drag queen·여장 남자) ‘롤라’와 함께 등장하는 순간, 공연장 지붕을 날려버리는 열광적인 환호가 터진다. 범상치 않은 ‘예쁜 언니 옆에 예쁜 언니’의 강렬한 퍼포먼스는 관객들의 시선을 압도한다. 뮤덕들 사이에서 “‘킹키부츠’는 ‘엔젤’을 보러 가는 작품”이라는 말까지 생겼을 정도다.

‘킹키부츠’의 ‘심장’으로 불리는 ‘엔젤(한선천·김강진·한준용·김영웅·최재훈·손희준)’은 최근 스포츠서울을 만나 개성, 카리스마, 퍼포먼스 등 어느 하나 빠지지 않는 ‘매운맛’ 매력을 소개했다.

◇ 차원이 다른 ‘명품 배우’ 유혹의 향연

보통의 작품 속 앙상블은 한 배우가 다양한 역할을 소화한다. 반면, ‘킹키부츠’의 ‘엔젤’은 처음부터 끝까지 오로지 ‘엔젤’로만 존재한다. 앙상블 배역에 새로운 장르를 탄생시켰다. ‘엔젤’은 연기·노래·춤 세박자를 갖춘 실력파 배우로 인정받아, 제2회 한국뮤지컬어워즈(2018년) ‘앙상블상’을 수상했다.

2022년 오연에서 ‘엔젤’ 스윙으로 참여해 육연(2024년)부터 정식 ‘엔젤’ 부츠를 신은 최재훈은 “‘엔젤’은 어디에도 없어 굳이 특정한 수식어를 칭할 필요가 없는 것 같다. ‘킹키부츠’의 ‘엔젤’은 역할 구분 없이 또 하나의 장르다”라며 자신감을 드러냈다.

‘엔젤’의 ‘청순가련’을 맡은 한준용은 “드랙 소재의 뮤지컬들이 많다. 하지만 ‘엔젤’은 뭔가 다른 느낌이다. 말도 안 되는 높이의 힐을 신고, 남자가 소화하기 힘든 음역의 노래를 부르며 파워풀한 기술을 펼친다. 차원이 다른 존재”라고 말했다.

◇ 브로드웨이 연일 매진 ‘주역’ 바통 이어받은 ‘K-엔젤’

‘킹키부츠’의 절대적 존재감을 뽐내는 ‘엔젤’은 관객들에게 ‘언니’로 불리고 있지만, 한국 공연에서의 ‘엔젤’들에게는 각자 이름이 있다. 2013년 미국 뉴욕 브로드웨이 초연 당시 무대에 올랐던 ‘엔젤’을 연기했던 ‘K.T.P(최재훈)’ ‘찰리(한선천)’ ‘조이(한준용)’ ‘케빈(김영웅)’ ‘카일(김강진)’ ‘폴(손희준)’의 이름을 2014년 한국 초연 때 그대로 받아왔다.

무서운 기세로 브로드웨이를 강타한 초연 배우들의 삶을 살고 있다는 한준용은 “드랙퀸으로서 몰입해 무대에 오르는 게 바로 ‘엔젤’ 배우의 몫”이라며 “에너지 넘치는 손짓과 몸동작, 예쁜 포즈가 공연장 2층 맨 뒤 좌석 관객까지 전달될 수 있어야 한다. 배우로서 뿜을 수 있는 에너지가 결합했을 때 임팩트가 더 세게 전달되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여섯명의 ‘엔젤’은 남자배우가 쉽게 소화하지 못하는 한 뺨의 의상을 입고 15㎝ 힐을 신는다. 불편하고 불안한 상황에서 노래를 부르며 춤, 점프, 아크로바틱까지 한시도 눈을 뗄 수 없는 아름답고도 놀라운 광경을 연출한다.

‘엔젤’의 다양하고 화려한 퍼포먼스 덕분에 관객들의 눈은 즐겁지만, 배우들은 무대 위에서 예상치 못한 부상 위험에 노출돼있다. 여자도 어쩌다 한번 신은 힐 탓에 후유증을 겪는데, ‘엔젤’은 일주일의 6일 총 9회 신체적 피로를 감당해야 한다.

‘엔젤’의 ‘왕언니’ 한선천은 “항상 무릎과 허리 부상 위험이 따른다. 일주일에 한 번 마사지를 받고 정형외과 진료를 받는다. ‘엔젤’의 노래들도 음역이 높아 목 관리에도 신경 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공연할 수 있음에 감사하고 행복하다”고 전했다.

‘엔젤의 유혹주의보’가 발령된 ‘킹키부츠’는 오는 3월29일까지 서울 송파구 샤롯데씨어터에서 공연된다. gioia@sportsseou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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