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스포츠서울 | 함상범 기자] 한국계 매기 강 감독이 연출한 넷플릭스 애니메이션 ‘케이팝 데몬 헌터스’(이하 ‘케데헌’)가 새 역사를 썼다. 엔터테인먼트의 심장으로 불리는 미국 내 전통 시상식 ‘제83회 골든글로브’에서 장편 애니메이션상과 주제가상 2관왕을 거머쥐었다. ‘주토피아 2’와 ‘엘리오’라는 거대한 산을 넘고 얻은 쾌거다. 작품의 완성도를 넘어 전 세계를 강타한 ‘문화적 신드롬’이 보수성이 짙은 골든글로브의 문턱마저 넘었다.
‘케데헌’은 11일(현지시간) 미국 로스앤젤레스(LA) 베벌리힐튼호텔에서 열린 제83회 골든글로브 어워즈에서 최우수 장편 애니메이션상(Best Motion Picture - Animated)과 최우수 주제가상(Best Original Song) 트로피를 들어 올렸다.
의미가 깊다. 사실상 골든글로브 애니메이션 부문은 ‘디즈니 천하’였다. 2007년 애니메이션 부문 신설 이후 19번의 시상 중 12번을 디즈니·픽사가 독식해왔다. 최근 4년 연속 비(非) 디즈니 작품이 강세를 보이는 가운데 ‘케데헌’이 그 정점을 찍었다. 디즈니가 야심 차게 내놓은 흥행 보증수표 ‘주토피아 2’조차 ‘케데헌’의 거센 열풍을 막지 못한 것. 애니메이션 명가의 두 작품 ‘주토피아 2’와 ‘엘리오’를 제쳤다는 점에서 오는 3월 열리는 아카데미(오스카상) 수상 가능성에도 청신호가 켜졌다.

수상은 예견된 수순이었다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케데헌’은 공개 직후 넷플릭스 역대 콘텐츠 최초로 누적 시청 수 3억 뷰를 돌파하며 ‘오징어게임’을 넘고 플랫폼의 역사를 다시 썼다.
온라인에서의 폭발적인 인기는 오프라인으로 번졌다. 팬들의 요청에 의한 싱어롱 특별 상영이 성사됐고 급기야 정식 극장 개봉으로 이어져 북미 박스오피스 1위까지 오르는 기염을 토했다. 스트리밍 오리지널 영화가 역으로 극장가를 장악한 전무후무한 사례다.
비록 수상에는 실패했지만, 이번 시상식에서 애니메이션상과 주제가상과 더불어 박스오피스 흥행상까지 총 3개 부문 후보에 오른 것은 이 작품이 가진 대중성을 방증한다.
‘케데헌’ 신드롬의 핵심 동력인 OST의 위력도 막강했다. 주제가상을 받은 메인 테마곡 ‘골든(Golden)’은 빌보드 메인 싱글 차트 ‘핫 100’에서 7주 연속 1위, 총 8주 1위라는 대기록을 세웠다. 더불어 앨범 차트인 ‘빌보드 200’까지 동시에 석권했다. 팝 시장의 본진을 맹폭한 셈이다.
K팝과 애니메이션, 그리고 크리처물이 결합한 독창적인 세계관이 음악과 시너지를 내며 국경을 초월한 팬덤을 결집시킨 결과다.

국내 뿐 아니라 전 세계 스타 가수들이 ‘골든’을 커버곡으로 불렀다. 희망차고 깊이 있는 가사는 전 세계 부모와 어린 아이들 간의 경계를 허물었다. 전 세계를 화합의 장으로 이끈 ‘케데헌 신드롬’에 백인 우월주의 색채가 짙은 골든글로브마저도 인정할 수 밖에 없었던 것으로 풀이된다.
한편, 이번 시상식은 한국 콘텐츠와 영화인들의 저력을 재확인하는 자리이기도 했다. 박찬욱 감독의 신작 ‘어쩔수가없다’는 뮤지컬·코미디 영화 부문 작품상과 남우주연상(이병헌), 외국어영화상 등 3개 부문 후보에 노미네이트 됐다. 비록 수상은 불발됐으나, ‘기생충’, ‘오징어 게임’에 이어 꾸준히 할리우드의 주류 무대를 두드리고 있다는 점에서 의미가 깊다. intellybeast@sportsseou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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