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격함’ 자랑하던 SBS는 옛말…‘수상 인플레이션’에 빛바랜 연기대상

[스포츠서울 | 원성윤 기자] ‘상을 받는 사람도, 보는 사람도 민망하다.’
2025년의 마지막 밤을 장식해야 할 축제가 ‘참가상 배급소’로 전락했다. 31일 열린 ‘2025 SBS 연기대상’은 도를 넘은 수상 남발로 스스로 권위를 바닥까지 끌어내렸다. 그간 지상파 3사 중 연기력에 대한 잣대가 가장 엄격하다고 평가받던 SBS였기에 시청자들의 실망감은 더욱 컸다.
이날 시상식 초반부터 분위기는 묘하게 흘러갔다. 신인상 부문에서 남녀 각각 4명씩, 무려 8명의 수상자가 호명됐다. 후보 소개 VCR이 곧 수상자 명단이 되는 기이한 광경이 펼쳐진 것이다. 무대에 오른 배우들조차 당황한 기색이 역력했다. 한 수상자는 동료에게 “이렇게 다 주는 거냐”라고 반문하는 모습이 카메라에 포착되기도 했다. 긴장감과 환희가 교차해야 할 시상식장이 ‘단체 출석 체크’ 현장이 되어버린 셈이다.


‘퍼주기’는 여기서 멈추지 않았다. 이어진 조연상 시상에서는 장르를 멜로, 로코, 액션, 판타지 등 4개로 잘게 쪼개 또다시 8명에게 트로피를 안겼다. 1부에서만 이미 16명의 수상자가 쏟아져 나왔다. MC 신동엽이 “150명이 넘는 배우 중 심사숙고한 결과”라며 분위기를 수습하려 애썼지만, 이미 김빠진 맥주처럼 식어버린 긴장감을 되살리기엔 역부족이었다.
과거 SBS 연기대상은 달랐다. 최연소 대상을 거머쥔 문근영부터 ‘스토브리그’ 신드롬을 일으킨 남궁민 등 시청률과 연기력, 화제성을 모두 잡은 배우들에게 트로피를 안기며 그 무게감을 증명해왔다. 공동 수상을 최소화하며 타 방송사와의 차별화를 꾀했던 그 ‘자존심’은 온데간데없다.
상을 받는다는 것은 그 성취를 인정받는 특별한 순간이어야 한다. 하지만 ‘좋은 게 좋은 것’이라는 식의 트로피 남발은 상의 희소성을 떨어뜨리고, 수상자의 영예마저 훼손시킨다. 신인상 8명, 조연상 8명. 과연 이 수많은 트로피 중에서 진짜 ‘대상’의 무게를 견딜 만한 가치가 남아있는지 의문이다. 시청자들은 이제 더 이상 긴장하며 대상 발표를 기다리지 않는다. 채널을 돌릴 뿐이다. socool@sportsseou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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