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서울 | 서지현 기자] 올해 국내 극장 누적 관객 수가 영화진흥위원회 영화관입장권 통합전산망 21일 기준 1억56만 명을 넘겼다. 팬데믹 이후 서서히 회복세를 보이던 극장가는 올해도 다시 한 번 ‘1억 관객’이라는 상징적인 수치를 기록했다. 다만 이는 반등이라기보다 간신히 ‘턱걸이’다.

‘1억 관객’은 수치만 놓고 보면 의미 있는 성과지만, 그 이면을 들여다보면 아쉬움이 더 크다. 나름 흥행작으로 기대받던 작품들이 극장가 대목들을 노렸으나 예년에 비해 개봉 편수 자체가 줄은 탓도 크다.

특히 올해 추석엔 영화 ‘보스’만이 단독으로 극장가에 출격했다. 추석 직전 박찬욱 감독의 영화 ‘어쩔수가없다’가 개봉했으나 지난 2023년 영화 ‘거미집’ ‘천박사 퇴마 연구소: 설경의 비밀’ ‘1947 보스톤’ 등이 맞붙던 시기와는 차이가 크다.

그래서 연말 개봉작인 ‘주토피아2’의 흥행이 더 크게 주목받는다. ‘주토피아2’는 지난달 말 개봉과 동시에 가족 관객과 젊은 관객층을 동시에 끌어들이며 빠른 속도로 관객 수를 끌어올렸다. 여기에 또 다른 글로벌 대작 ‘아바타: 불과 재’까지 가세하며, 연말 극장가는 모처럼 활기를 띠었다. 이 두 작품이 없었다면 올해 누적 관객 수 1억 명 돌파는 장담하기 어려웠을 것이라는 영화 관계자들의 분석도 나온다.

외화의 선전은 분명 극장가에는 반가운 소식이다. 팬데믹 이후 관객의 발길이 끊겼던 극장으로 다시 사람들을 불러들이는 데에는 검증된 IP와 대형 프랜차이즈가 결정적인 역할을 했다. ‘극장판 귀멸의 칼날: 무한성편’ 역시 두터운 팬층을 기반으로 안정적인 흥행을 이어가며 상위권을 지켰다. 관객들은 여전히 ‘극장에서 봐야 할 이유가 분명한 작품’에는 지갑을 열었다.

문제는 그 ‘이유’를 한국 영화가 충분히 제시하지 못했다는 점이다. 올해 한국 영화는 전반적으로 흥행 동력이 약했다. 제작 편수 감소, 투자 위축, 개봉 일정 불확실성 등이 겹치며 대중성을 갖춘 작품이 부족했다. 그나마 ‘좀비딸’이 선전하며 체면을 세웠지만, 이를 뒤따를 만한 작품군이 형성되지 못했다는 점은 아쉬움으로 남는다.

결과적으로 올해 극장가의 1억 관객 돌파는 반타작에 가깝다. 외형적으로는 팬데믹 이전 수준으로 보이지만, 내용적으로는 외화 의존도가 더욱 높아졌다. 더불어 ‘턱걸이’라는 점에서도 아쉽다. 지난해 누적 1억2300만 명 관객에도 크게 못 미친다. 연말에 개봉한 ‘주토피아2’와 ‘아바타: 불과 재’ 덕분에 그나마 극장가가 체면치레를 했을 뿐이다. 여기에 한국 영화 산업 전반의 회복을 논하기에는 아직 갈 길이 멀다.

‘1억 관객’이 주는 의미는 극장이 여전히 관객에게 선택받을 수 있는 공간이라는 증명이다. 그러나 그 선택이 특정 외화 대작에 집중되고 있다는 사실은 분명한 경고다. 1억 관객을 겨우 넘긴 올해의 성적표와 함께 이제 필요한 것은 관객이 다시 한국 영화를 보기 위해 극장을 찾게 만드는 힘이다. sjay0928@sportsseou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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