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스포츠서울 | 이소영 기자] 누구에게나 잊힐 권리는 있지만, 세계 최고 무대를 누비는 선수라면 이야기가 달라진다. 이정후(27·샌프란시스코)의 아찔한 아웃카운트 실책이 2025 가장 황당한 실수 9위에 선정됐다.
최근 MLB닷컴이 “2025년 최고의 실수 13선”이라는 제목의 글을 게재한 가운데, 이정후가 9위에 오르고 말았다. 매체는 “올시즌은 믿을 수 없을 만큼 흥미로웠다”며 “실수와 해프닝도 여럿 발생했는데, 2025년 한 해 동안 나온 가장 기묘하고 황당했던 13개의 장면을 뽑았다”고 적었다.

적잖은 임팩트를 남긴 모양새다. 문제가 된 장면은 9월27일 콜로라도와 홈 경기에서 나왔다. 이날 7번 중견수로 선발 출전한 이정후는 경기 내내 빼어난 활약을 펼치다가, 경기 막판 기본기를 망각한 플레이로 얼굴을 붉혔다.
실점으로 이어지진 않았지만, 프로 무대에서는 보기 드문 본헤드플레이였다. 4타수 3안타 경기를 펼치며 이날 팀 내 최다 안타를 기록한 그는 8회초 1사 1루에서 콜로라도 헌터 굿맨의 타구를 여유롭게 잡아 2아웃을 만들었다. 그런데 아웃카운트를 착각한 이정후가 공을 관중석으로 던졌다.

아직 아웃카운트가 하나 남은 상황에서 이닝이 종료됐다고 판단한 듯했다. 게다가 상대 주자가 1루를 버젓이 지키고 있었기에, 실점의 빌미를 마련한 셈이다. 자칫하면 1루 주자가 3루까지 이동할 수 있는 최악의 시나리오였다. 이정후는 몸을 돌려 더그아웃으로 뛰다가 아무도 움직이지 않는 걸 보고서야 자신의 실수를 인지했다.
일순간 이정후의 얼굴이 굳었다. MLB닷컴은 “그의 표정은 마치 2아웃을 확신하는 모습이었다”며 “다만 지극히 개인적이고 사적인 이유로 실수를 범했을 뿐”이라고 꼬집었다. 무엇보다 8회전까지만 하더라도 자신의 몫을 묵묵히 해내고 있었는데, 순간적인 판단 미스로 탄식을 자아낸 것이다.

이 장면을 지켜본 매체도 마찬가지였다. 이들은 “올해 이정후는 팬클럽이 등장할 만큼 맹활약했다”라며 “올시즌 대부분이 하이라이트로 채워졌다고 해도 과언이 아닌데, 이 아웃카운트 착각만큼은 예외였다”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차 문을 닫고 나서야 차 키를 안에 두고 내렸다는 사실을 깨닫는 순간이나, 출근해서 가방을 열었는데 노트북을 부엌 식탁에 두고 왔던 순간을 떠올려보라”며 “그 사소한 실수를 3만명이 지켜보고 있다고 가정해 보자. 이정후가 바로 그런 기분이었을 것”이라고 부연했다. sshong@sportsseou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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