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스포츠서울 | 김현덕 기자] 연말을 향해 달리던 방송가의 시간표가 곳곳에서 멈춰 섰다. 웃음과 축제로 채워져야 할 시즌은 ‘사생활 폭로’라는 단어 앞에서 급격히 속도를 잃었다.
출발점은 박나래다. 전 매니저들의 갑질 주장과 함께 불법 의료 행위 의혹에 휘말렸다. 대리 처방, 자택·차량·해외 촬영지에서의 시술 정황이 언급됐다. 여론은 빠르게 냉각됐다.
박나래는 “모든 것이 정리될 때까지 방송 활동을 멈추겠다”고 밝혔다. 그 선언과 동시에 ‘나 혼자 산다’, ‘놀라운 토요일’은 핵심 멤버 한 축을 잃었다. 수년간 쌓아온 관계와 호흡이 단번에 비워졌다.
이후 불법 의료 의혹, 이른바 ‘주사 이모’ 논란이 터졌다. 의료 면허를 숨긴 인물이 연예인 주변을 오가며 진료와 처방을 해왔다는 정황이 드러나자 파장은 단숨에 확산됐다. 박나래를 시작으로 샤이니 키까지 연루 의혹이 이어졌다. 두 사람 모두 활동 중단을 선택했다.
키는 지인의 추천으로 방문한 병원에서 해당 인물을 의사로 인지했다. 자택 진료 역시 문제의 소지가 될 것이라 인식하지 못했다는 해명이 뒤따랐다. 결과적으로 그는 고정 출연 중이던 프로그램에서 하차했고 연말 시상식 MC 자리도 내려놓았다. 사과문에는 혼란과 자책, 그리고 책임을 회피하지 않겠다는 의지가 담겼다.
공교롭게도 두 사람은 같은 프로그램의 중심에 서 있었다. ‘놀라운 토요일’과 ‘나 혼자 산다’는 동시에 두 축을 잃었다. 멤버 재편과 콘셉트 조정이 불가피해졌다.

이 여파는 예능에만 머물지 않았다. 배우 조진웅의 과거 이력 공개는 드라마와 다큐멘터리까지 흔들었다. 촬영을 마친 ‘두 번째 시그널’은 공개 여부조차 가늠하기 어려운 상황에 놓였다. 재촬영도, 편집도 현실적인 대안이 되지 못한다. 제작비, 계약, 해외 판매까지 얽힌 문제 앞에서 방송사는 결정을 미루고 있다. 작품은 완성됐지만, 내보낼 수 없는 상태다.
최근에는 배우 이이경을 둘러싼 사생활 폭로까지 이어지며 긴장감은 더 높아졌다. 하루 간격으로 입장이 엇갈리고, 법적 대응이 예고되는 상황 속에서 출연 프로그램은 하나둘 정리됐다. 제작진은 사실 확인 이전에 ‘리스크 관리’라는 선택지를 먼저 검토해야 하는 처지다.
연말은 방송가에 가장 중요한 시기다. 시상식, 특집, 신규 콘텐츠 공개가 몰린다. 그러나 올해의 연말은 축제보다 점검에 가깝다. 출연진 검증, 사후 대응, 책임의 범위를 어디까지로 볼 것인지에 대한 질문이 쏟아진다.
지금 필요한 것은 속도보다 신중함이다. 사실관계가 정리되기 전까지의 태도, 문제가 드러났을 때의 대응, 그리고 시스템 차원의 보완책까지. 연말을 흔든 사생활 폭로는 단순한 사건이 아니라, 방송가 전반에 던져진 경고에 가깝다. 웃음과 박수로 마무리되어야 할 시즌은, 그렇게 무거운 질문을 남긴 채 흘러가고 있다. khd9987@sportsseou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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